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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Elenism

[MLB] 정호, 힘내!!!

by ♥Elen_Mir 2015. 3. 25.

은숙 언니 말대로 직접 편지를 쓸까 하다가 어차피 얼마후에 플로리다에서 피츠버그로 이동할지도 모르니 그냥 내 블로그에 끄적거려본다. 



정말 본인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켜보는 나도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글을 써내려가기가 쉽지 않은데 당사자는 정말 오죽 답답하고 화가 날까... 본인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을 것이고, MLB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실감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까맣게 잊고 있거나 혹은 되살려내고 싶지 않아서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기억이 있을텐데 사실 이런 위기를 처음 겪은 건 아니었다. 나도 하도 오래전 일이라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2006년 신인 시절 참담한 모습을 보여준 후 2군에 내려갔던 때가 있었지. 물론 난 첫 타점을 올린 문학에서의 2루타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동시에 나머지 부진했던 모습들도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아마 이 때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난 원래 유격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전 경험도 없는 상태로 내보낸 감독님을 더 비난했지만 본인에게도 큰 상처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2군으로 내려간 후 거기서 절치부심하며 노력해서 2008년에는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가능성을 보여주며 바로 이듬해 아주 오랜만에 유격수로서 23홈런을 기록해주며 계속하여 한단계 한단계 성장해 나갔었다. 난 사실 그때 2군에서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냈기 때문에 한국 최고의 유격수가 된 것이고, 이렇게 MLB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고 보니까......



지금 모습 사실 그때와 너무도 많이 닮아있다. 그나마 나은 점은 수비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좀 더 생겼다는 부분일 듯.... 어찌보면 당연한 모습인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낯선 환경, 낯선 투수들과 동료들, 낯선 야구장, 낯선 야구 스타일 등등 적응할 것이 너무나 많아서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고, 그걸 단기간에 다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팬들과는 달리 그래도 나름 MLB 팬이라고 솔직히 지금 이런 위기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것도 다 내 예상범주에 있었던 것이 난 올해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봤고, 적응이 빨리 이뤄지면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 많이 성장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너무 빠른 시기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인데 어찌되었든 올해 내내 이런 위기들은 정말 숱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어렵지만 혼자서 정답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고, 정신적인 부분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다만, 처음 미국으로 갈 때부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너무나 큰 자신감을 내보였다는 점이었고, 첫 시범경기 치뤘을 때도 한국 투수들과 다른 점이 별로 없다는 발언... 아마도 본인이 더욱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하기 위한 보호막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영상으로 보기에도 한국 투수들과 레벨 차이가 엄청나다. 무브먼트도 다르고, 볼끝의 힘도 다르며 제구력도 판이하게 다르고......

차라리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해서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법이니까.......


그리고 본인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자만심으로까지 비춰지게 되면 꼭 안좋은 위기가 오더라. 당사자는 싫겠지만 어찌보면 굉장히 좋은 팔자라는 것이(사주팔자가 있다면) 잊을때마다 다시 겸손함을 일깨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 보면 이런 자기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은데 이럴 때마다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서 다시 겸손함을 되찾게 되면 또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오게 되는 듯 하고, 이런 겸손한 자세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각인된다.


언론 대처도 사실 이런 감정이 내재되어 있어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고...... 사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행동이라는 건 본인도 잘 알 것이라 믿지만 그나마 피츠버그 언론들은 현 상태를 이해해주는 게 더 많은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찍힌 건 맞으니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행동은 안했으면 한다.



어찌되었든 한국에 있을 때는 휴가라도 써서 응원 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해내고 이겨내야 할텐데 얼마나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까....... 


그래도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좌절할 시간에 더 많은 연구와 대책을 고심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올라왔고, 또 그럴만한 능력도 충분이 되니까...... 그저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일 뿐, 그 낯 가리는 부분만 해소되면 분명 팀에서 기대하는 부분까지 올라와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 라디오로 들으니 좋은 타구 2개가 나온 것 같기는 하던데 사실 홈런쳤을 때도 제대로된 타이밍에서 맞은 건 아니었으니 점점 타격감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팀에서도 적응에 더 도움을 주기 위해 경기를 더 뛰게 해준다니 이 기회로 돌파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여전히 기도도 많이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으니 혼자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좋은 소리도 많이 하지만(솔직히 너가 안 좋으니 내 성격답지 못하게 별로 못하고 있;;; ㅋ)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인만큼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호, 힘내고 언제나 그렇듯이 난 항상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니 남들이 떠드는 소리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여태까지 이겨내왔던 것처럼 너 자신만 믿고 해나가길 바란다!!! 정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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