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 그리고 오늘 아침 연속적으로 간만에 MLB TV 중계가 잡혀서 어제 새벽엔 잠깐 일어나서, 오늘 오전엔 미리 출근 준비를 해놓은 후 각 잡고 앉아서 경기를 시청했다. MLB TV를 결제해놔서 참 좋은 것이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지라 출근 중에도 폰으로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각설하고 업무 후 조금 여유가 생겼기에 어제, 오늘의 경기를 본 후의 리뷰를 남겨본다.
중계가 없는 시점에는 사실 MLB.com이나 베이스볼레퍼런스 등에 나온 기본 스탯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략적으로밖에 유추해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단 볼삼비는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초반에 플라이 타구가 많이 나온 것에 비해 요즘에는 땅볼 타구와 삼진이 많아지고 있어서 좀 걱정스럽기는 했다. 물론 어떤 성질의 타구든 타이밍이 제대로 맞은 타구라면 상관은 없지만 그것까진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으니......
다만, 내가 봤던 시점이 16타석에 들어서서 투수들에게 31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는데 처음 만나는 투수들 공을 너무 빨리 타격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금만 더 공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단 많이 맞춰봐야 타이밍 잡기도 좋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지만 그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쳐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도 어느 정도는 상대 투수를 알아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란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어제, 오늘의 타격 모습은 공을 꽤 오래 보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엿보였고 이 점은 나도 좋다고 보지만 우려할만한 부분은 실투까지 그냥 기다린다는 부분이었다. 공을 좀 보는 건 좋지만 이것이 실투까지 넘기라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어제 볼넷을 고른 타석은 상대 투수가 제구가 안되기도 했지만 정호도 따라나가지 않아서 속으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는데 2번째 타석에서의 모습은 조금 생각을 해보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메이저리그급 투수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한국 투수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제대로된 변형 패스트볼은 처음 봤을 것이고, 변화구도 한국 투수들보다 한두수위는 맞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투수도 제구가 왔다갔다했지만 볼끝의 무브먼트가 확실히 한국 투수들 것과는 달랐고, 정호가 그걸 캐치해내지 못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있고, 어제 엠팍에서 다른 분은 그 부분을 상당히 우려깊게 보긴 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정상급 선수들도 실투를 다 쳐내는 건 아니라는 점이고, 아직 메이저 투수들의 공끝의 변화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으니 좀 더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지 않을까란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고, 그 분은 반대로 커터라고 했어도 가운데 공인데 그걸 최소 파울을 못 시킨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코스를 놓친 것도 그렇고... 뭐 시각에 따라서는 당연히 그 분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보고, 나도 인정하는 점이었다. 서로 의견 일치를 이룬 부분은 마지막 헛스윙 했던 공이 커터이지 않았을까라는 점...!!!
그런데 오늘 타격하는 모습을 보니 그 분의 의견이 확실히 일리는 있어보였다. 그 가운데 실투를 헛스윙한 것이 단순히 놓친 것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놓쳤다는 것.. 물론 난 여전히 상대 투수들의 생소함 때문이 더 크다고 보고 있지만......
그러다 엠팍에 한 분이 아주 기술적으로 접근한 좋은 글을 써주셨다. 야구계에 종사하시는 분이라 확실히 우리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분인 것 같았는데 그 분의 말씀으론 "타이밍을 잡는데 좀 애를 먹고 있다, 마지막 타석에서의 하이 레그킥을 하지 않은 것은 타이밍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정호의 경우는 중심 이동이 많은 편이고, 백스윙이 짧은 대신 스트라이드를 비교적 넓게 가지고 가는 편이라 구속이 빠른 공에 고전할 수 있다, 몸쪽 빠른 공에 대처하려고 미리 준비하다보면 흘러나오는 변화구에 전혀 대처가 안된다, 전에 홈런 친 타석을 봤는데 한국에 있을 때보다 중심을 더 뒤에 두고 치려고 하고 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타이밍이 늦어 땅볼이 많고, 조금만 더 빨리 가져가려고 하면 변화구 대처가 안된다" 고 하신다.
나도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모르니까 이 분 글에서 조금 이해를 하기 시작했는데 정호가 원래 내가 알기론 한국에서는 중심을 앞에 두고 치는 스타일이었어서 빠른 공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는데 혹시 어느 순간 변화구 약점을 보완하려고 뒤에다 중심을 두고 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었고, 지금 미국에서도 그걸 시도하고 있지 않나란 점이다. 병호가 사실 중심을 뒤에 두고(병호도 이 글을 보니 스트라이드가 크긴 한 것 같은데) 치다보니 변화구 대처를 잘하고 있는데 그걸 좀 모방해보려고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분도 여러자기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잘 안되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게 요지였고, 나도 보니 뭔지는 잘 몰랐지만 뭔가 생각이 참 많은 것 같아 보였다.
당연히 자신이 생각했던대로 풀리지 않으면 생각이 많게 마련이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아마 나도 그런 입장이었으면 그랬을 것이고, 정호의 본래 성격이 어떤지를 잘 알기 때문에 많이 어렵고 타격 부분에서 뭔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태일 것이다.
다행히 허들 감독은 잘 이겨낼 것이라 믿고 있고, 2루 수비도 시험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기대를 어깨에 지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냐란 말씀을 하셨다.
나도 사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KBO 한국인 최초 포스팅으로 진출한 첫번째 야수여서 많은 한국 언론들이 쫓아다니고,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MLB 진출의 꿈을 가진 동료나 후배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너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지 않나 싶다. 물론 본인은 본인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은연 중에 그런 책임감이 어깨를 너무 강하게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경기를 보면서 가장 우려했던 모습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체크 스윙이 아니라 정말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서 자신없이 나온 체크 스윙이다. 이건 궤도에 올라온 후 한국에서도 보여준 적이 전혀 없는 모습이고, 허들 감독은 절대 좋아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허들 감독은 정호의 자신감있는 스윙을 좋아하는 거로 보이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무사히 잘 막았지만 수비에서의 저글도 나온 것 같다. 나머지 모습은 한국에서도 안 좋을 때 나온 그 패턴대로의 모습이었고...
정말 쓰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그냥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원래 야구든 인생이든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고, 안 좋을 때는 결과보단 기본기에 충실한 과정을 통해 이겨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결코 더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안 좋은 지름길을 택할 필요도 없고, 그저 공격, 수비 모두 기본기에 충실하게 하다보면 점점 좋은 타구가 나오고 그런 과정으로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이런저런 시도들도 난 절대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런 시도들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핏을 찾는 것이고, 그 정답을 찾게 되면 성적도 자연히 따라올 수 있으니까..... 물론 팬으로서의 마음은 빨리 이 부진에서 벗어났으면 하지만 본인은 너무 급하게 마음 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이럴 때 가서 응원을 해줘야 하는데!!!! 정말 난 이렇게 게임할 때 가고 싶었는데 직장에 매인 몸이니 도리가.. ㅜㅜㅜㅜㅜㅜ
물론 내가 뭔가 기술적인 도움을 줄 위치도 안되고, 줄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그래도 뭔가 다독여주고 싶은데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게(물론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동물이지만) 오래된 팬으로써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이게 가능했는데 미국은 그러기엔 너무도 먼 거리니까......
그래도 난 정호를 믿는다. 사실 프로 입단해서 현진이처럼 처음부터 잘했던 것도 아니었고, 시련을 통해 점차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이 자리에 올라간 녀석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멘탈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 등 많은 부분을 발전시켜놨고, 그 당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유와 노하우가 더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믿고 있고 있다.
션 로드리게스가 정호를 잘 챙겨주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저 분 말씀으론 백인 선수들보다 소수 민족인 라틴계열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더 잘 들어줄 것이라 하니 션이든 다른 선수든 도움도 요청해보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고, 특히 스스로를 믿고 결국엔 잘 될 것이란 믿음을 가지길 바란다. 또한 도움을 받고 나면 꼭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하고, 그 선수들도 도움을 요청할 때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지금은 그런 상태는 아니겠지만) 겸손한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상황이든 항상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도 여기서 최대한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은 도움될 수 있도록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께!!! 물론 기도도...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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