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템파 공항에서 시카고로 가는 국내선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저가 항공답게 연착된다는 문구로 날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나마 시카고는 몇 분 정도 지연이라 다행이다 싶다. 다만, 필라델피아 가는 비행기가 1시간 45분 연착... ㅎㄷㄷㄷㄷㄷ;;; 원래 시카고도 날씨가 춥고 눈도 많이 와서 연착되기 일쑤라고 하던데 그나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입국할 때도 느꼈지만 템파 공항은 입국심사가 참 까다로운 것 같다. 나야 별로 이상이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재검문하기 일쑤인 것 같은 게 나보다 먼저 들어가신 분들이 다시 더블체킹 당하고 계셨다. 아무래도 911 사건이 있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긴 하다.
오늘 저녁에 시카고로 들어가면 부사장님댁에서 하루 묶게 된다. 원래는 그냥 근처 저렴한 호텔 들어가서 대충 자고 나오려고 했었고, 어차피 공항 근처 호텔은 다 픽업해준다니 안심하고 그렇게 진행하려 했는데 우리 사장님은 여직원들을 너무 과잉보호하셔서 무조건 부사장님 댁으로 들어가라고...... 그래서 부사장님, 전무님께 보낼 플로리다 문구가 적힌 간단한 초콜렛도 샀다. 이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참 알찬 여행을 한 것 같다. 목표대로 정호 훈련하는 모습, 적응하는 모습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잘 해나가고 있어보였다. 물론 내부 사정까지 알 수는 없는지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걱정은 하겠지만 어차피 MLB TV 2월말에 자동결제되면 바로 spring training game부터 볼 수 있을테니 약간만 참으면 될 것 같다.
사실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훈련 일정이 어찌될지 몰라 제대로 관광을 할 수 있을까란 점이었는데 일행 덕택에 없는 시간을 잘 쪼개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다녀오고, 템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와 비치도 한 군데 다녀왔다. 월마트가서 대충 선물로 줄 과자도 사오고, 아울렛 가서 우리 가족 선물도 사고... 이러느냐 하루에 2~3시간밖에 못자긴 했지만 말이다... ㅎㅎㅎㅎㅎ
정말 대박이었던 건 트로피카나 필드에서였다. 비시즌이니 그냥 외부만 둘러보고 오자는 심정으로 떠났던 것인데 이게 웬일!! 팬페스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라운드에 직접 들어가서 야구장 구경도 하고, 각종 이벤트도 보고, 레이스 선수도 몇 명 볼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문제는 내가 텍사스 팬이라 이 선수들이 누군지 모른다는 점......... ㅋㅋㅋㅋㅋ
이렇게 운이 따라줘서 바로 미국 첫 여행부터 미국 야구장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시 올 일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제 이 지역은 꼭 와야된다는 압박감이 없어졌고, 플로리다를 또 한번 오게 된다면 이제 마이애미 말린스 구장만 가면 될 것 같다.
게다가 나에게 시차 문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때문에 떠느라 힘들어서, 원체 며칠동안 잠을 3~4시간밖에 못 자서 피로해서 그랬던 것 뿐이지 괜시리 낮에 힘들었던 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행다니다보면 나와 맞는 나라가 있고, 맞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부분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 중국은 싫어하지만 여기선 운이 좋은 편이었고, 일본은 여행지로 참 좋아하는 곳인데 운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 많았던 반면 미국은 호감도도 꽤 있고, 운도 잘 따라와주는 것 같다. 역시 난 진작에 미국이든 캐나다든 여기로 나왔어야 했던 것인가......
우리 회사가 잘되어서 나를 부디 미국으로 파견보내줬으면 좋겠다. 시카고도 참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고, 부사장님 말씀이 시카고에서 차로 4시간 거리 이내로 7개의 야구장을 갈 수 있다고 하셔서 더 끌린다. 거기서 피츠버그도 멀지는 않은 것 같기는 하던데 그래도 여긴 4시간은 넘는 것 같았고......
너무 여행 준비를 갑작스럽게 해서 영어 공부도 잘 못했는데 미국은 또 좋은 게 일단 눈이 마주치면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하고, 말도 걸어줘서 못하는 영어지만 며칠동안 영어 실력이 조금 늘은 것 같다. 일단 발음이 아예 이상하지 않는 이상은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지 거의 다 들린다는 게 아주 고무적이었고!!! 거의 2~3년동안 집에 있을때 미드를 풀로 돌린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호텔에서 조식 먹으러 가면 다 잘 모르시는 분들인데도 다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고무적이었고, 미시간주에서 오셨다는 한 노부부 분들이 계셨는데 이 분들처럼 살 수 있다면 결혼이란 걸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들리는 것에 비해 말이 잘 안 나왔다는 점... 분명히 아는 단어와 문장이었는데 나중에 그게 생각나는 건 뭐람... -_-;;;
피츠버그 훈련장에서도 직원 몇 분이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따뜻하게 말도 걸어주신다. 가끔 팬들도 말을 걸어주시면서 정호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잘 설명해드리고 왔;;; ㅎㅎㅎㅎㅎ
진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광활한 도로와 대지도 멋지고, 하늘도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뭔가 탁 트여보이는, 미국이란 나라에만 지구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너무나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플로리다가 거의 시골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한국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한 것 같다. 편의점 갔다가 거기 사장님 딱 한분만 만난 듯... 그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인파 속에서도 한국인은 만나질 못했다. 일본인은 한 4명 정도 본 것 같은데......
정말 내가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오리라 마음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도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실컷 볼 수 있고, 워낙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MLB라 선수나 팀, 스탯을 토대로 토론하는 것도 재밌을 것이고, 세이버 매트릭스 세미나도 참가해보고 싶다. 아마 야구 아니었으면 이 나라가 그렇게 좋다는 생각을 안했을 것 같기는 한데 그 야구가 나에게는 참으로 큰 부분이긴 한 듯 싶다.
절대 이뤄질 것 같지는 않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니 그래도 희망은 계속 가지고 있어봐야겠다.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였던 것 같다. 괜시리 눈물이 찔끔 나면서도 어차피 여름 휴가 때 또 올거란 생각을 가지니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고 있다. 이번 여행 사진이나 글 좀 정리한 후 바로 3월부터 다시 미국 야구장 투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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