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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Elenism

넥센 야구, 모든 기대를 접다...

by ♥Elen_Mir 2013. 8. 8.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오늘 경기도 흘러갔다. 이미 진작부터 그런 일들이 있었고, 악수임에 분명한 일이었는데 결과도 다르지 않게 나왔으니까 말이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어제 새벽 염 감독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많은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격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야구 자체를 좋아하고, 팀도 좋아하고, 선수들도 좋아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正道' 이다. 난 이 '正道' 를 벗어나면 너무 화가나고, 사실 야구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그런 이슈가 발생할 때 말다툼을 했던 적도 많다. 융통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편법, 부도덕, 비매너 이런 것들을 정말 싫어해서 내 스스로의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어찌보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런 부류일지도... 물론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남의 일에 전혀 상관 안하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다닐 당시 우리반 애들 중 쪽지 시험도 아닌 본시험을 볼 때 많은 수가 커닝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근데 그들은 그것이 잘못되고 불공정한 행동임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서슴없이 그런 행동들을 했다. 난 그것에 크게 격노했고, 정말 그들한테는 지기 싫어서 원래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런 독한 맘을 먹고 노력해서 그들보다 더 높은 등수를 받았다. 거의 매번~~;;; 커닝한다고 상위권에 드는 건 확실히 아니었다는 것...!!

 

원래 난 이런 성향의 사람이다. 그래서 아니다 싶은 일들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크게 격노한다. 아마 그것이 몇몇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니까 그들을 위해 꾹 참을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 사회가 원래 비리와 편법으로 얼룩진 곳이고 그걸 강요한다고 해서 나도 그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고, 절대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행동하고 살아갈 것이니까.....

 

 

그래도 오늘 허구연 위원과 한명제 캐스터가 중계에서 이 문제를 짚어줘서 고마웠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기는 한데 역시나 이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야구는 그분들도 보고 싶지 않으셨던 거겠지.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 운운해서 지겨운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지금 야구는 메이저리그가 운영하는 방식이 가장 올바른 방식 아닌가. 선수 생명을 담보로 성적을 올리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리그, 그래서 그 선수들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서 커리어를 쌓고 그런 선수들이 모여 팀의 우승을 이루며 또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리그. 물론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팀 관리, 선수 관리는 제대로 해주는 운영 방식 자체가 지지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곳이다.

 

허 위원도 두산에게 상대 전적이 강했다고 해도 매번 그런 것도 아니고 3일만에 등판한 것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캐스터도 그에 발 맞추어 확실히 무리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이트는 나이도 만 38살로 많은데 무리수가 아니겠나라고 했으며 신사고, 명민한 선수라고 웬일로 우리 선수에 대해 칭찬을 다해 주시던데 허 위원이 보기에도 나이트가 매우 안쓰러웠던 듯 하고, 확실히 동의할 수 없는 방식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중계를 본 라이트한 팬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자각을 할 수 있게 짚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줬으면 좋겠다. 올해 한국 야구 트렌드가 '복고풍' 인 듯 하니... -_-;;

 

 

여러모로 마음이 아픈 경기였다.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나이트의 호투가 불가능한 경기였기 때문에 정말 오늘 성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앞으로 영향이 없도록 몸 상태만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건 패턴을 깨뜨리는 일이라 잘될지는 모르겠다. 선발투수도 다 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을 현재 모두 다 깨버린 상태고, 다시 되돌리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지 안타깝기만 하다.

 

불쌍한 나이트... 3년 동안 이 팀에서 죽도록 고생만 했는데도 보답 받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여기서 은퇴하고 코치 생활하고 싶어서 외국인 선수들이 은연 중에 누리는 특권도 다 뿌리치고 봉사하는 자세로 임한다던데......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안쓰럽고 눈물난다. 정말 이 팀을 사랑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원래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무 속상하고 슬프다(연애할 당시 내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도 같고... 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전에 브룸바보다 더 신경쓰이고 더 마음 아프다......

 

 

오늘 경기는 2011년 엘지 후반기의 재판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DTD한 엘지 때의 모습 말이다. 그때 감독이 박종훈 감독이었고, 그 때 수비코치가 염경엽 감독이었는데 진짜 박종훈 판박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왜 나쁜 것만 배운 것일까... 왜 나이트에게만 이렇게 가혹한 것일까...

 

아마 난 넥센팬 중에서도 소수일 뿐이라 이런 의견 따위는 다 무시되겠지... 정말 팀을 좋아하고 아껴서 하는 쓴소리이고 충고인데 다수의 팬들마저 현재 성적에 급급해서 함께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왜 이럴 때 냉정함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아한 부분이기는 한데 아마 원칙이라는 것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도 같다. 부모님께서 정말 나를 잘 가르쳐주신 듯... 정직함, 정도, 순리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이 세상을 지탱해주는 덕목이니까......

 

그렇게까지 해서 4강을 가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선수 생명 짜내서 4강간다고 해도 그 선수들로 오랫동안 강팀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거고, 최악은 바로 다음 해부터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포스트시즌을 가기 위해 팀 체질을 개선시킬 시간이 필요하니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올바른 길은 팜을 그만큼 더 두텁게 만들어서 투수와 타선의 조화가 모두 다 이루어졌을 때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팜이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해도 아직 그만큼의 실력과 뎁쓰가 우리 팀은 갖춰지지 않았다. 갖춰진 상황이라면 이렇게 선수 생명까지 쥐어짤래야 짤 수가 없으니 말이다. 바로 현재 삼성이라는 팀 말이다. 그런 '正道' 를 가야지 왜 자꾸 안되는 편법까지 써가며 그렇게까지 조바심을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이번에 4강을 가면 히어로즈가 좋은 기업에 매각이 될 것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그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라 마음은 많이 아플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  

 

왜 사람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일까, 눈 앞에 닥친 상황에 급급하다보면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왜 이렇게 근시안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거지... 이 세상이 비정상인 것인가, 내가 비정상적인 것인가...

 

이제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격노하며 외친다고 달라질 세상도 아니, 달라질 한국 야구도 아니니 여기서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다.

빨리 정호 메이저리그 보내서 그냥 한국야구 뜨는 수 밖에..... 안태영이 좀 걸리기는 한데 나 말고도 응원해줄 팬들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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