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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Travel Essay

나에게 선물하는 일본여행 -- Course 2. 키치죠지(吉祥寺)

by ♥Elen_Mir 2014. 7. 13.

[2010. 03. 09 작성]


나에게 선물하는 11박 12일의 일본여행  --  (2) 키치죠지(吉祥寺) : 지브리 미술관 & 이노카시라 공원

  

 


 2월 18일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코스는키치죠지(吉祥寺)에 있는 지브리미술관(ジブリ美術館) -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다이칸야마(代官山) - 에비스(恵比寿) 였다. 하지만 다이칸야마(代官山)와 에비스(恵比寿)에서는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사진으로 남긴 건 전혀 없다. 그냥 개성있는 소품들이 좀 있고, 쇼핑하기 좀 괜찮다는 것과 명품 매장이 좀 있더라는 점 빼고는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날은 내가 일본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인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을 작년 WBC 때에 이어 다시 한번 찾았고, 그 근처에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과 작업 공간이 전시되어 있는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을 다녀왔다.

 

 이 날도 나의 일진은 그닥 신통치 않았다. 작년에 한번 가봤으니 그까짓꺼 하다가 제대로 뒷통수 맞은 격이랄까...

 작년에는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이 주목적지였으나 이번에는 지브리미술관(ジブリ美術館)이 주목적지였기에 JR 주오&소부선을 타고 미타카(三鷹)역에서 정차하였고, 자연의 향기를 느끼며 걸어가고 싶었던 난 근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서 영어로 길을 물어봤다. 하지만 그 분은 버스를 타라고만 했고 일본 온지 고작 이틀째여서 그랬는지 나의 혀가 굳어져버린 탓에 방향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걍 지도만 믿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또 지도를 잘 못 본건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15분을 걸어간 것..... ㅡ,.ㅡ

 

 결국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고 다시 미타카(三鷹)역으로 되돌아왔고, 티켓이 12시꺼였는지라 5분이 지나버린 상태에서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버스 정류장도 그 근처 버스 운전하시는 분께 물어서 찾았으니 반대 방향만 얼마나 죽어라 봤다는 건지...... 이번 여행을 통해 지도 보는 나의 눈은 절대 믿지 말아야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그 점이 얼마나 슬펐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12시에서 10분 정도 늦어서 1,000円의 입장료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내심 불안했었고,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봤더니만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속으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로손가서 입장권 사와야 할까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도 지브리(ジブリ)는 포기해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었는지.......

 

 




 한국에서는 내가 가려는 기간 중의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 티켓이 다 매진된 관계로 가기 전 지현이한테 미리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지현이가 알바가는 길에 로손에 들러 대신 구입해준 티켓과 안내서이다. 안내서는 다 일본어로 되어있으니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겠고...ㅋㅋ

 







그래서 들어가기 전 입구에 있던 안내 직원에게 리플렛을 받았으나 뭐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미술관 전시 위치, 입장시간, 가격, 주의사항 등등 이런 내용만 있었다. 대신 관광객들을 위해 내용들이 일본어는 물론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등의 언어로 쓰여져 있어서 현지인 뿐만이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고, 그 점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다.

 

 만화를 위해 미술관을 만든 것이 우리에게는 참 낯설어 보이는 정서일 수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천국인데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과 캐릭터들이 워낙에 유명한지라 일본에서는 이런 곳도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만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캐릭터 상품들을 완전히 사랑하는지라 기대도 컸고 말이다. 정말 기대대로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질서가 있는 면이 돋보였고, 또한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들도 많았다.  

 

 창문 등의 모형을 만들어 그 안에 캐릭터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넣어뒀는데 산을 하나 만들어도 겹겹으로 제작해서 입체감을 살려 놓았고, 어떤 것은 박스 안에 유리창을 겹겹이 넣어서 입체감을 살렸다. 또한 아주 큰 박스(소형 무대) 안에 하야오 감독이 제작한 캐릭터들을 집합시켜놓고, 그것들이 일정 시간을 두고 음악과 함께 작동하게 되는데 그 모습은 정말 섬세하기 그지 없다.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말이나 사람이 뛰는 것처럼 관절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매우 현실적이고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 박스 자체가 마치 만화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사진을 찍으면 좋았을텐데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 내의 사진 촬영은 모두 금지되어 있으며 어차피 광도도 약해 찍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게다가 하야오 감독이 어떤 과정으로 캐릭터를 창조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지의 과정이 작업실에서부터 최종 단계까지 세세하게 전시되어 있고, 250컷 이상의 캐릭터가 담긴 스케치북을 두고, 수작업으로 그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 당연히 펜이나 연필로 그린 그림에서부터 채색한 그림까지 모든 단계의 그림이 다 전시되어 있었고, 미술관 한쪽 공간에는 간단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상영관 입구에서 이 필름을 보여주면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안내 직원이 말해주었는데(내가 제대로 들은 건지는 잘;;;;; ㅋㅋ) 시간 관계상 영화를 볼 수는 없어 그냥 이 필름 채로 들고 왔다. 저 안을 자세히 보면 정말 영화 필름안에 그림이 인쇄되어 있으며 이런 필름 형태의 상품을 실제로 샵에서도 팔고 있었다. 평소에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 티켓을 살 때  저런 형태의 티켓을 판다면 그걸 누가 버리고 싶을까....

 

 내가 일본에 있는 동안 정신줄놓고 다닌 장소가 딱 두 군데가 있는데 바로 이 곳에 있는 "Mamma Aiuto" 라는 캐릭터샵과 디즈니 리조트에 있는 디즈니 스토어이다. 정말 정신없이 캐릭터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바구니에 담았다가 '이러면 안돼' 하면서 내려놓고 다시 담았다가 내려놓고를 반복했던 곳이다. 이 당시는 여행의 초반이었던터라 되도록이면 돈을 쓰지 않으려고 했었고, 그리하여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쓰라린 마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 토토로(トトロ) 열쇠고리와 저 까만콩 인형처럼 생긴 열쇠고리는 사왔다. 참고 참아낸 결과가 바로 이 것...... 이 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하게 사온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정말 왕창 사가지고 오리라..... 흑흑....

 

 

 이렇게 정신없이 구경한 후 원형 계단을 통해 가장 최상층으로 올라갔고,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에서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한 이 곳에 이르렀다. 역시 모든 사람들이 찍사의 본능을 숨기고 있던 것인지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모두들 자동적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 일행 중 본의 아니게 나도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에헴....!!!

 




 그런데 이것은 무슨 캐릭터일까.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던지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에 나왔던 하나의 캐릭터인지 둘 중의 하나일 거 같은데 내가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 사실을 알 길은 없다. 일본어라도 잘했으면 저건 무슨 캐릭터인지 그게 아니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물어봤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에서의 여정은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정말 그 발걸음을 떼어놓기가 힘이 들어 죽을 힘을 다해 옮기긴 했지만 아직도 저 'Mamma Aiuto' 란 곳은 잊을 수가 없다.

 

 다음 일정을 위해 밖으로 나가면서 찍어본 지브리 미술관(ジブリ美術館)의 외부 모습이다. 전체를 잡았으면 좋았을텐데 전체를 잡기에는 카메라 렌즈의 화각이 따라와주질 못한다... ㅡ.ㅡ;;;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을 가기 위해 또 다소 헤매긴 했으나 어쨌든 작년에 갔던 그 곳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작년보다는 20일 정도가 이른 시점이라 그런지 나무와 꽃들이 거의 앙상한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 소중한 나의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

 다시 보니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ㅋㅋ 여전히 아름다운 호수와 잘 관리되어 있는 호수 속의 정자와 다리, 오리배, 그리고 그 속에서 항상 함께하고 있는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여전히 이쁘고...... 약간 날씨는 쌀쌀했지만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작년에는 셀카도 제대로 잘 못 찍었는데 이번에는 호수를 끼고 셀카를 찍으려하니 지나가던 외국인이 찍어주었다. 나도 "찍어드릴까요?" 하고 싶었는데 또 다시 갑자기 얼어붙은 나의 혀가 말을 듣지 않았다. 흑흑~~

 

 모델이 그닥이어서 그렇지 정말 사진은 배경이 잘 나오게 잘 찍어주셨다. 그 분도 DSLR을 들고 계셨는데 역시 찍사는 같은 찍사가 알아본다고 그 분의 내공도 보통은 아니었을 듯 하다. 물론 나의 내공은 지극히 보통이지만... ㅡ,.ㅡ  아무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다.

 


 이노카시라(井の頭)에서는 계절도 계절인지라 사진은 그냥 이 정도 선까지만 찍고, 이 날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3시 정도에 키치죠지(吉祥寺)역 지하에 있는 음식점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키치죠지(吉祥寺)에도 한국에 알려진 맛집이 꽤 있긴 하지만 맛집 찾아 다니는 것도 지도치인데다 배고파서 쓰러질 지경인 상태의 내가 가기에는 벅찬 일이었던 것 같았고, 일단 하루에 한끼는 꼭 쌀로 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다른 곳을 개척하자는 심정으로 키치죠지(吉祥寺)역 쪽으로 향했다. 한국 음식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깔끔한 소바집으로 들어갔다. 아르바이트생이 다행히 영어를 잘해서 나도 편하게 시킬 수 있었다.


 

 



 주문을 하니 에피타이저로 저 과자같은 것이 나왔는데 뭔가 하고 집어 먹어보니 소바면을 튀긴 과자였다. 설탕이니 이런 첨가물이 전혀 없었기에 그냥 좀 밍숭맹숭한 맛이긴 했는데 밥 먹기 전에 단 거 먹으면 입맛이 떨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생각해보면 최상의 에피타이저가 아닐까...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치킨 데리야끼 덮밥과 따뜻한 소바를 시킨 것 같다. 날씨가 좀 추웠던지라 시원한 것보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고, 덮밥과 소바 모두 입맛에 잘 맞았으나 계속 먹다보니 나중에는 좀 짠 감이 있기는 했다. 일본 음식이 대체적으로 달착지근하면서도 짠 것이 많은데 확실히 일본 여행한지 2일째에 그 맛을 다 느껴보았으니 어찌보면 맛집 찾아다니지 않았던 것이 더 보람된 일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렇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게이오 이노카시라선(京王井の頭線)을 타고 시부야(渋谷)에 왔다. 여기서 다시 도큐 도요코선(東急東橫線)으로 갈아타고 다이칸야마(代官山) 역으로 향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냥 개성있는 소품들은 좀 있었으나 쇼핑가라고 보면 될 거 같고, 에비스(恵比寿)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점 등을 보면 함께 묶어서 다녀오는 것이 좋은 것 같긴 했다. 물론 또 지도를 잘 못 본 나로서는 다이칸야마(代官山)역에서 에비스(恵比寿)역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긴 했지만....... 에비스(恵比寿)역에서 쭉 올라가다보면 다이칸야마(代官山)가 나오고, 그냥 근교에 고급 호텔과 이집트 대사관이었나 그런 곳들만 좀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에비스(恵比寿)역에서 내가 나왔던 반대 방향으로 갔으면 맥주기념관과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를 갔었을텐데 이놈의 지도치 어쩌면 좋을까... 아무튼 이 쪽 거리도 긴자(銀座)나 롯폰기(六本木)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보이는 곳이긴 한데 쇼핑할 거 아니면 그닥 갈 필요는 없어보인다.

 

 원래는 라멘을 먹고 들어가리라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고 도저히 찾아가기가 힘들어서(물론 물어보고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세세한 상점까지는 사람들이 잘 모를 듯 했다.) 그냥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지현이와 연락이 되어서 토다공원역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고, 근처 돈까스집에서 한 끼 때우기로 했다.





 나는 히레까스 정식을 시켰고, 지현이는 로스까스 정식을 시킨 걸로 기억을 하는데 난 그냥 돈 많이 쓰기 싫어서 대충 가장 저렴했던 히레까스로 선택했던 반면 지현이는 고기의 비계가 싫어서 로스까스를 먹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ㅋㅋㅋ

 아무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 돈까스와 비슷한 맛이긴 한데 고기가 우리 나라보다 약간 더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고, 바삭바삭한 것은 비슷한 것 같다. 반찬이 김치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짠지라고 하나 저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이틀째까지 정처없이 헤매면서 다리에 과부하를 시켰고, 지현이네 집도 토다공원역에서 15~20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였던지라 나의 발은 점점 혹사 모드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다리가 어떤 주술을 부리게 되는지는 글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뚜렷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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