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3. 09 작성]
나에게 선물하는 11박 12일의 일본여행 -- (1) 긴자(銀座) & 롯폰기(六本木)
3년동안 인천에서 수원까지 왕복 4시간의 거리를 힘들게 출퇴근하고, 거의 매일 야근과 잡무에 시달리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직장을 퇴사하고 난 후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11박 12일의 일본 여행을 선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2월 16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東京) - 치바(千葉) - 요코하마(橫浜) - 가마쿠라(鎌倉) - 가고시마(鹿兒島) 를 아우르는 여행을 다녀왔고,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리뷰를 남겨본다.
2월 16일은 김포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로 출국했던 바람에 별다른 일정없이 사이타마현(埼玉縣)에서 살고있는 지현이네 집에 바로 들어갔다. 하네다 공항으로 마중 나왔던 지현이를 따라 간 사이타마현의 토다공원(戸田公園)역은 도쿄 신주쿠에서 20~25분 정도 되는 거리에다 아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동네였다. 한국에서 치면 서울에서 부천 정도 거리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도쿄에 인접해있고, 교통편도 JR 세이코-린카이 라인이 다니는 곳이라 매우 편하다.
어쨌든 호텔 대신 지현이네 집에서 8일 동안 지내게 되었고, 약간의 비용을 주기는 했지만 많은 비용을 절약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준 지현이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2월 17일의 원래 일정은 고쿄(皇居) - 긴자(銀座) - 롯폰기(六本木) 였으나 도쿄역 인근에서 한참동안 헤맨 나로서 본 것이라고는 고층 빌딩과 정장입은 직장인들, 점심 시간을 맞은 활발한 식당가 이 것 뿐이다. 어찌보면 우리 나라의 여의도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고나 할까... 일본 천왕의 정원인 히가시교엔과 기타노마루 공원을 가려했는데 지도를 잘 못 본 내 탓이려니 해야겠지. 그렇다고 길치도 아니건만 지도는 왜 이렇게 잘 못 보는지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헤매면서 걸어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긴자(銀座)에 이르렀다. 맨 처음 본 거리가 아무래도 히가시긴자가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명품거리로 유명한 긴자의 모습이다. 이 사진에서는 명품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거리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이 이렇게 생겼다. 그래서 난 여행지로서 이런 고층건물이 빽빽히 들어선 곳은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은 가봐야 할 거 같아 코스에 넣었을 뿐.
이 날 지현이가 알바를 가지 않아서 학교 수업만 마치고 긴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로밍했던 핸드폰 역시 말썽이었다. 일본 도착해서 핸드폰 전원을 켜보니 NTT docomo 라고 뜨더니만 일본 내에서의 전화는 이 통신사쪽에서 전담하나보다. 이 통신사가 우리 나라로 치면 SK텔레콤과 같은 서열이라고 하던데 2월에 나온 국제전화요금을 보고 뜨악했던 나로서는 왜 SK가 docomo와 계약을 맺었는지 매우 짜증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통화 요금이 비싸면 전화라도 잘 와야 하는데 지현이는 나에게 전화를 몇 번은 걸었다고 하고, 난 이 녀석에게 전화를 받지 못했다. 내가 걸어서 겨우 통화가 되었을 뿐... 아니면 지현이가 쓰는 핸드폰이 소프트뱅크 꺼였는데 그 통신사가 잘 안 터져서 그런 것일까... 소프트뱅크는 우리 나라의 LG와 똑같은 서열이라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온 전화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일본 내에서의 통화는 매우 어려웠다.
그렇게 지현이를 어렵게 만나서 간 곳은 우리나라 가이드북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후지야(不二家, ふじや) 라는 케익 전문점이었다. 밤몽블랑 케이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이 것과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시켜서 먹었는데 역시 우리나라 케이크와는 뭔가 다른 맛이다. 아무래도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다고 하는데 일본에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제빵사들이 많은 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일본 음식이 달달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케이크의 생크림은 별로 달지 않다. 오히려 밤몽블랑 케이크가 더 달착지근했다. 게다가 조각 케이크 가격은 우리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생크림이 가득하고, 싱싱하고 단 생딸기가 들어있으며 저 밤몽블랑 케이크에는 크림과 고명도 아주 듬뿍 얹혀져 있으니 한 끼 식사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가니 건너편에 참으로 앙증맞은 경찰서가 눈에 들어왔다. 경찰서라기 보다는 파출소라고 이야기해야 할 거 같은데 저게 경찰서 건물이라니....ㅋㅋ 역시 일본인들은 이것저것 참 아기자기하게 잘 만드는 거 같다.
긴자는 이 쯤에서 마무리짓기로 하고, 롯폰기로 넘어가기로 했다. 긴자역은 긴자선, 마루노우치선, 히비야선이 모두 지나가고, 롯폰기는 오에도선과 히비야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히비야선을 타고 이동했다. 일본은 워낙에 지하철 라인이 많고, 우리 나라처럼 숫자를 붙여 쓰지 않기 때문에 맨 처음에 어떤 여행지를 가느냐에 따라 지하철 노선도를 잘 보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쾌속(急行), 통근쾌속(通勤), 일반(local)이 있어서 쾌속이나 통근쾌속으로 서지 않는 역이 있으니 그 점도 잘 확인해봐야 하고, 특히 라인에 따라 종착역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점도 잘 염두해두어야 한다.
뭐 근데 도쿄시내만 돌아다닐 거면 그닥 큰 영향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JR야마노테선, 긴자선, 히비야선, 유리카모메, 이노카시라선, JR 소부선 정도만 알아두면 거의 모든 곳을 지나가는지라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스이카나 파스모같은 교통 카드만 있으면 표 끊을 필요도 없으니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은 적응만 되면 금방 편해질 것이다. 계속 다니다보면 지하철 노선도 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롯폰기(六本木) 는 롯폰기힐즈(건물 이름이 아니라 타운이라고 보면 될 듯) 안에 있는 모리타워, 롯폰기힐즈 아레나가 유명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도쿄타워가 인접해있는 곳이다. 도쿄타워는 전망대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작년 WBC 때 한번 다녀온 곳이라 이번에는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사히 TV가 바로 아래 쪽에 위치해있고, 긴자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케야키자카도리라는 명품거리가 유명하다.
롯폰기 역에서 올라오면 저 거미 석상이 딱 버티고 있고, 바로 저 큰 건물이 보이는데 저것이 모리타워이다. 모리타워는 상당히 높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 중 한 곳으로서 도쿄 야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긴 한데 전망대 입장료가 1,000円 이나 되는지라 실제로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모리타워 안에 바로 모리 미술관이 있고, 아래 쪽으로 내려가면 아사히 TV와 롯폰기 힐즈 아레나가 보인다. 롯폰기 힐즈 아레나가 맨 처음에 뭔가 했었는데 작은 공연장이라고 보면 될 거 같고, 바로 앞에 아사히 TV가 있어서 날이 따뜻해지면 거기서 이런저런 공연도 많이 열리는 것 같았다.
연예인이나 방송에 그닥 관심이 없긴 하지만 이상하게 남의 나라만 들어서면 가게 되는 곳이 방송국인 것 같다. 작년 WBC 때 오다이바에 있었던 후지TV에 갔다가 그 곳의 캐릭터 상품에 흠뻑 빠져 들었던 그 잔상이 계속 남아있는 듯 하다. 아사히 방송국 안에 들어가니 저 스티치가 해맑은 표정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ㅋㅋ 너무 귀여워~~~~ 후훗^^
도쿄타워를 방송국 안에 그대로 모셔온 듯 저 미니어처 또한 관광객들을 반겨주고 있다. 뭐 하나를 만들어도 정말 제대로 만드는 일본인들... 미니어처지만 한 눈에도 딱 알아볼 정도로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잘 만들어놓은 듯 하다.
사실 방송국 중에 캐릭터 상품을 잘 만드는 곳은 역시 후지TV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았지만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뭔가 사람의 이목을 끌만한 것들을 잘 만들어서 그것을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관광 대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것 말고도 이런저런 자신의 방송국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전시물도 있기는 한데 확실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두 개와 입구에 만들어놓은 지구본이었다.
이 곳을 나와 롯폰기 역으로 다시 가려면 케야키자카도리라는 명품숍들이 늘어선 가로수길을 지나가게 되는데 긴자보다 훨씬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명품거리답게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엿보인다. 특히 Louis vuitton 매장의 간판은 돈을 얼마나 쳐발랐을지... ㅋㅋㅋ
지현이 말마따나 비가 오면 보이지 않는 투명의자가 이 롯폰기에 있다고 했는데 이 날 비가 오지 않아서 확인해 볼 길은 없었지만 확실히 투명한 의자가 있긴 있었다. 저 투명함을 보니 비가 많이 오면 빗물과 어두운 날씨 때문에 멀리서는 확실히 저 것이 있는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확실히 난 루이비똥 매장 앞에서 지현이가 손으로 가리키는데도 저 의자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도시 냄새가 물씬 배어나오는 대표적인 곳이 이번 여행의 첫번째 코스였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것들의 기억이 자세히 남는 것을 보면 전혀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긴자(銀座)는 명품, 쇼핑거리, 아기자기한 경찰서, 맛있고 재료를 아끼지 않은 케이크, 롯폰기(六本木)는 롯폰기힐즈, 거미, 케야키자카도리, 투명의자, 아사히TV 등 확실히 각각의 장소마다 포인트가 되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고쿄를 가지 못하고, 도쿄역에서 헤맨 것이 못 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도쿄의 대표적인 명품가를 보고 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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