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엑스포 공원 정문]
인생의 여정과 여행의 여정은 참 많이 닮아있다. 의식이란 부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왜 내가 이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가, 어느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가, 과연 그 방법이 맞는가 등등 둘 모두 시작부터 끝까지 쉼없이 연구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낸다. 물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정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람의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히는 것은 무난함보다는 굴곡있는 스토리인데 그것이 바로 작게는 여행이고, 크게는 인생이다. 가끔 내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참 많이 가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나 그 과정들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 아이러니한 매력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해 내 사전에 여행이란 건 없을 줄 알았다. 미르를 꾸준히 간호해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 아직 내 인생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있지 못해서 참 복잡한 상황들에 얽혀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물론 여행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이런 큰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이 날은 원래 잡혀있었던 연습 경기가 취소된 바람에 예비로 준비해둔 여행코스 중 한 곳인 "해양 엑스포 공원" 을 갈 수 있었다. 사실 하루는 관광을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습 경기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던터라 긍정적인 기운과 부정적인 기운 모두를 안고 길을 나설 수 밖에 없었고, 그닥 썩 즐겁거나 재밌었던 코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난 이미 올해 이전에 가고시마로 2번이나 Spring Training을 갔었고, 사실 그 곳이 대표적으로 관광하기 좋은 큐슈 지역 중 한 곳이라 휴양의 목적이 강한 오키나와가 내 눈에 찰리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온 것 가고시마보다는 훨씬 더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며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난 오키나와의 중부 지역이자 중심인 차탄에서 북부까지 가야만 했는데 그래도 120번 노선버스가 나하 지역부터 나고 지역까지 이어져서 생각보다 편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나하 지역을 많은 여행객들이 숙소로 선택하기에 나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캠프장 위치나 관광지 위치 모두 나하에서 찾아가기는 많은 시간(3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시간도 더 적게 걸리고 교통도 나하 못지 않게 편한 차탄으로 숙소를 잡았다.
차탄에서 나고 버스 터미널까지 약 1시간, 나고 버스 터미널에서 해양 공원까지 약 50분 정도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렸으니 나하 지
역이었으면 더 부담스러운 거리를 이동했을 것이다.
[나고 버스 터미널 모습과 해양공원 시간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면 바로 해양 엑스포 공원 입구가 나온다. 역시 공원답게 여기저기 아름다운 정원들이 가꿔져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그 정원들과 해변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가족들과 기분좋은 소풍을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난 혼자 이 곳을 찾았지만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가 그런 장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끔 했다.
또한 해양공원답게 바다 생물들의 모형대로 정원을 가꾼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고 운치있게 느껴진다. 일본이 관광대국일 수 밖에 없는 건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을 극대화시켜서 이 곳을 찾는 여행자들로 하여금 뭔가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점인 것 같다.
[해양 엑스포 공원 정원]
[해양 엑스포 공원 정원에서 기념샷]
해양 엑스포 공원 내에는 하이사이 플라자라 불리는 종합 안내소, 츄라우미 수족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에메랄드 비치, 돌고래쇼를 볼 수 있는 오키짱 극장, 열대 과일 나무와 꽃 그리고 전망대가 있는 열대드림센터, 17~19C 오키나와의 촌락을 재현한 오키나와 향토마을, 오키나와의 밤하늘과 별에 얽힌 만화를 소개하는 해양문화관 플라네타륨, 놀이터인 어린이 모험 동산,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열대·아열대 도시녹화 식물원, 또 다른 작은 공원 반코의 숲, 아이들을 위한 선셋 광장, 종합 휴게소, 전망대와 휴게 시설이 함께 존재하는 선셋 광장 전망 휴게소 등이 있다.
모든 곳을 제대로 쭉 돌아보면 좋았겠지만 사실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였어서 해양 공원의 리드마크이자 클라이막스인『츄라우미 수족관』만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종합안내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쭉 돌아서 내려가면 수족관 입구가 보이고, 역시 상징답게 건물의 규모 자체가 상당히 방대하다. 아마도 제대로된 몸상태로 이 곳을 쭉 돌아봤다면 대충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바랄 수 없는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해양 엑스포 공원 내부]
[츄라우미 수족관 입구]
수족관 쪽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에 바로 앞에 펼쳐진 테라스로 가면 이런 아름다운 해변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역시 이 날 날씨가 좋았어서 더 이쁘고 아름다워보였는데 밤에도 여기저기 조명이 반짝이면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에메랄드 비치와 휴게소 그리고 해변 전망]
드디어 수족관 건물에 들어섰다. 입장료가 1,800엔이나 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건강상태로 인해 관광을 여러군데 다닐 수 없었던지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교통비(차탄에서 여기까지 편도 2,540엔)도 너무 많이 들었고, 입장료도 너무 세서 그만한 값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가고시마에서 갔던 수족관은 1,000엔에 교통비도 160엔인가 그것밖에 안 들었으니까......
[코스명 '이노의 생물']
[코스명 '산호의 바다' 와 '열대어의 바다']
[코스명 '산호초에의 여행 개별 수조']
역시 규모답게 많은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도 괜찮아보인다. 특히『츄라우미 수족관』내에서의 클라이막스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고래 상어와 가오리인데 정해진 시간에는 고래 상어가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단순히 먹는다기보다는 흡입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게다가 아쿠아 룸에서 보는 가오리 만타(가오리 종류 중의 하나인 듯)의 표정이 참 귀여워보인다. 물 속에 있어서 힘들게 호흡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도 간혹 있지만 그 표정이...^^
[코스명 '흑조의 바다' : 먹이를 흡입하는 고래 상어와 귀여운 표정의 가오리]
수족관을 나오면 바로 츄라우미 플라자라 불리는 종합휴게소가 나오고 비치쪽으로 나가면 바다 거북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어오면 좋았을텐데 그 당시는 왜 이렇게 찍어오기 귀찮던지 아마도 몸 상태가 안좋아서 그랬었던 것 같다
[수족관 출구와 츄라우미 플라자 그리고 주위 전망]
원래는 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좀 쉰 다음에 내 숙소 근처인 아메리칸 빌리지로 이동하려 했지만 몸상태때문에 숙소 근처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아 식사, 휴식 모두 건너뛰고 다시 나고 버스 터미널로 출발했다. 그나마 가는 버스가 많아서 10분 정도만 기다렸고, 터미널 가는 도중 나고 파인애플 농장도 보여서 잠깐 내려서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귀찮아지더라니......
어쨌든 가는 도중 퇴근 시간대가 걸려서 그랬는지 나고 버스 터미널에서 다시 120번을 타고 차탄으로 돌아가는 58번 국도의 소통이 원활치 못했다. 그래서 아메리칸 빌리지 도착해서 보니 2시간 좀 넘은 시간이 걸렸었던 듯......
이 날은 너무 피로해서 많이 돌아보지는 못했고, 그 다음날 연습경기를 보고온 후 이 일대를 쭉 돌아볼 수 있었다. 사실 관광지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름 그대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부분 어렴풋에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있어서(내 숙소 가까이는 공군 기지가 있었던 듯) 그 일대가 모두 미군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이 되었다고 보면 되는데 현재는 미군 뿐만이 아니라 쇼핑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식 명칭은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 차탄의 미하마 지역에 있어서 자연스레 붙은 이름이고, 그 유명한 선셋 비치와 호텔 비치 타워 오키나와, 베셀 캄파나, 차탄 공원 그리고 주니치 드래곤즈의 캠프장인 차탄 구장도 모두 근접해있다.
[선셋 비치와 바닥까지 보이는 깨끗한 바닷물]
[호텔 비치타워 오키나와와 베셀 캄파나(둘 다 비싸긴 함;;;)]
[주니치 드래곤즈가 쓰는 차탄 구장과 차탄 공원]
마침 해지기 직전의 시간에 도착해서 특히나 이 곳에서 더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해질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선셋 비치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관광도 좋아하지만 내가 여행가서 가장 좋아하는 건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바다, 해변 이런 곳이다. 내가 사는 곳도 바닷가 도시라서 솔직히 어릴때부터 바다는 질리도록 봤는데도 매번 오면 너무 좋다.
[선셋 비치에서 본 노을과 하늘]
[노을을 끼고 기념샷... 역시 셀카로는 한계가 느껴진다.]
이 다음날도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은지라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허기가 느껴졌다. 사실 오키나와는 특별한 맛집이라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냥 메뉴만 정한 후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숙소로 가다보니 브라질 음식점도 있었더랬;;;; 물론 아메리칸 빌리지에도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이 있지만 구석구석 무엇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일본에 오면 꼭 한번은 먹어야 할 것 같은 "스시(방사능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걸 어쩌랴;;;)" 는 2월 28일 저녁, 아메리칸 빌리지답게 미국인들이 자주 즐겨먹는 미국식 "스테이크" 는 3월 1일 저녁 메뉴로 택했다.
"스시" 는 진짜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파는 "스시" 와는 차원이 달랐다. 2,000엔 조금 안되는 가격이었으니 이 정도 품질의 음식치고는 저렴하게 먹은 것 같고, 밥알에 비해 엄청나게 큰 생선회와 해물이 더 만족스러웠다. 아마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5만원은 주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
"스테이크" 도 그냥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별 기대를 안하고 시켰는데 일단 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종업원이 영어를 잘해서 시키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고, 엄청난 크기에 놀랐다. 이게 다 합쳐서 2,550엔인가 그랬고, 저 새우 튀김은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스테이크 크기가 엄청 컸다. 대식가인 내가 다 먹지 못했다는 건 일반 여성들은 반밖에 못 먹을지도?? ㅋㅋㅋ
[생선회살이 밥알에 비해 엄청나게 큰 스시. 게다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에피타이저와 미국식 스테이크·새우튀김]
이렇게 배부르게 식사를 한 후 아메리칸 빌리지 사이를 잠시 거닐어보았다. 역시 야간의 조명이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특히나 각양각색의 특징이 있는 쇼핑몰 건물들이 조화롭고 아담한 느낌을 준다. 미국인들의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 내에 있어서 그런지 일본인들의 미니멀한 느낌도 묻어나고(실제로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와 분위기도 판이하게 다르기는 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활달한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한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낮]
[아메리칸 빌리지의 밤]
솔직히 이번 오키나와 여행동안 큰 줄기로 한 관광은 이게 다이다. 다른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출발하기 이전부터 감기가 좀 심하게 걸렸고, 그냥 일반 감기지 싶어 병원은 가지 않으면서 약의 기운을 빌어 미르를 돌보면서 여행 준비를 했었는데 나중에 지나고보니 일반 독감이 아닌 신종플루에 걸렸었던 것 같다. 이전에 처음 A형 독감 종류인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일주일동안 열감기를 앓고 떨어진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거의 비슷했고, 그 열이 5일동안 계속 안 떨어져서 여행가기 직전에도 얼마나 걱정이었는지(사실 미르 돌보는 것도 너무 힘들정도......).
첫날은 나하 시내를 관광할 목적이었지만 이 신종플루 덕택에 약 기운을 계속 빌 수 밖에 없었고,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낑낑대며 힘들게 이동했기때문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숙소로 들어갔다(그 중간에 길을 헤매면서 당황했지만 소영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까지... 고맙소!!!). 소영이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뒷풀이를 한 후 내 방에 와서 또 약 기운을 빌어 재빨리 짐을 정리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어섰고, 이 다음날까지도 몸이 좋지 못해서 연습경기만 본 후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그렇게 쉰 효과가 있었는지 신종플루 걸린지 6일만에 열이 떨어졌고, 바로 2월 28일 이 날부터 그나마 정상적으로 관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오랜만에 연말정산 일을 하면서 너무 빡세게 일했는지 몸에 무리가 갔었던 것 같고, 미르를 거의 1년동안 꾸준히 간호해온 영향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기본 체질 자체가 건강한 편인건지 혹은 정신력이 강한건지 병원도 안가고, 타미플루도 먹지 않으며 이렇게 버텼다는 것이 내 스스로는 참 자랑스럽고, 여행지에서라도 씻은듯이 낫고 와서 다행이다. 의도하지도 않았고, 원래 휴양 목적으로 여행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휴양 여행이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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