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올린 글 : https://www.reddit.com/r/Mogong/comments/1g2k6rn/때늦은_오스트리아_여행_후기/]
정확히 2024년 9월 13일 오전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하여 폴란드 경유, 9월 14일 오전 오스트리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전에도 썼지만 폴란드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가려고 우버를 탔는데 바람이 마치 우리나라에 심한 태풍이 왔을 때 정도인 겁니다. 그래도 이 날만 그렇겠지 생각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숙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와서 숙소에만 쭉 머물렀습니다. 그나마 숙소가 오스트리아 중앙역 도보 1~2분 거리였어서 여러가지로 편하긴 했죠.
9월 15일 일요일 오전에 눈을 뜨니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 날보다 더 심각하더라고요. 비는 좀 잦아들었는데 바람은 엄청난 겁니다. 날씨 어플 보니 풍속이 46~48 km/s 이러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가장 강한 태풍왔을 때 40km/s 넘은 적이 거의 없을텐데 이건 우비 입고 나갈 수준도 안되더라고요. 이 무거운 몸뚱아리가 날아가거나, 뭔가 물건이 날아다니면서 저를 치거나 이럴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날도 그냥 숙소에서 먹고 자고 쉬었습니다.... ㅡ,.ㅡ
9월 16일 월요일.... 이 날은 잘츠부르크로 가는 날이었는데 역시 날씨가 안 좋아서 그냥 기차편을 취소했죠. 어차피 cancel될 거 같긴 해서 그냥 놔둘까 했다가 편하게 좀 느즈막이 일어나려고 전 날에 수수료 물고 취소했어요. 그래서 상태 보면서 그냥 비엔나 시내만 살짝 돌아보고 오는 걸로 일정 수정을 했는데 여전히 비도 좀 오고, 바람은 36km/s인가(아마 태풍 '사라'가 이랬었던 걸로;;;)로 좀 나아져서(?) 우비 입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숙소에서 약 3분 정도 걸어가니 바로 트램 정거장이 나오더군요. 정거장 이름이 Quartier Belvedere S.였고, 다운타운까지 약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 방문한 장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라는 비엔나 국립 도서관 내의 프룽크자알(Prunksaal)입니다. 호프 부르크 왕궁 구역 내에 위치해있고, 오스트리아 영웅인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이 소장하고 있던 약 15,000여권의 장서를 보관 중에 있습니다. 사진에는 자세하게 안 담기긴 한데 규모도 엄청나고, 다 고서라서 실제 만질 수는 없습니다.
이런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얼마나 집중이 잘될까요... 물론 여기는 보관실이라 실제 책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니겠지만 이런 분위기의 도서관이라면...?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호프부르크 왕궁 안에는 왕이 살던 아파트, 스페인 승마 학교, 씨씨 박물관, 역사 박물관, 세계 박물관 등 여러 곳이 있는데 사실 돌아보려면 아마 여기만 4~5시간 잡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 그냥 외부만 둘러보고 나왔어요.
스테판 대성당 잠깐 들어갔다가 알베르티나 미술관, 모차르트 동상, 오페라 하우스 이런 코스로 보면서 이 날 일정을 마쳤습니다. 진짜 바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3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들어갔는데도 몸이 녹초가 되더라고요. ㅎㅎㅎ
9월 17일 화요일... 이 날은 흐리긴 했지만 모처럼 날이 개었고, 바람만 약 25km/s 정도로 불었습니다. 뭐 이 정도면 모자쓰고 돌아다니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었죠. 그리고 잘츠부르크로 가는 날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날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취소되었습니다. 최종 종착지는 독일 뮌헨이었는데 이 쪽은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았거나 그 중간 역들 중에 그런 곳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기차 어플은 취소되면 자동으로 취소되는 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거기 있는 직원들한테 물어보려고 찾는데 저처럼 취소된 사람들 많아서 문의하는 게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나이 지긋하신 중년 직원분한테 안되는 영어로 물어봤더니 티켓 오피스로 가서 환불받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들어가는 줄을 서면서 대략 1시간 정도 기다렸죠. 들어가기 전에 여직원한테 또 안되는 영어로 물어보는데 그 친구가 제 말 뜻을 착각한 건지 뭔가 정색을 하면서 엄청 퉁명스럽게 대답하더군요. 아마 상황상 스트레스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전 '동양인이라 무시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되는 게 아니고 또 번호표를 뽑아야 했고, 약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창구 직원에게 가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환불받았습니다. 또 이 직원(젊은 남성분)은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그나마 기분이 좀 풀리긴 했고, 이 때 그냥 다음날 끊은 할슈타트 기차편도 같이 취소했죠. 이런 식이면 또 취소될테니... 이렇게 취소하니 수수료는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날 또 계획이 어그러져서 숙소 근처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과 다운타운만 돌아보고 들어왔습니다. 전 날에 날씨가 좋지 않았으니 사진이라도 다시 좀 찍어보자 싶었죠. 전 궁전들보다 이 성당 건물이 너무 멋지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결합된 건물로 1258년 화재로 소실된 적이 있었지만 여러 세기에 걸쳐 복원했다고 하네요. 원래 여기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어서 돈을 내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그냥 넘겼습니다. ㅋ
9월 18일 수요일에는 아예 할슈타트와 잘츠부르크를 함께 묶은 미니 버스 투어를 전날에 신청해 놨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곳곳을 다 돌아본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긴 했었지만 날씨때문에 별 도리가 없었죠. 차로 이동하는 것만 몇 백 키로 넘었나 그래서 지금도 느무느무느무 아쉽습니다.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일정도 원래 상세하게 다 짜놨었는데(엄청난 J라...ㅋ) 그걸 다 못 보고 온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게다가 할슈타트는 정말 기대 많이 했었거든요. 여러 전망대 다 돌아다니면서 엽서에 나올법한 사진을 찍으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ㅜㅜㅜㅜ
다음에 독일 갈 기회가 생기면 그 때 잘츠부르크, 할슈타트는 다시 한번 꼭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9월 19일 목요일은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작년부터 그랬지만 원래 첫 날과 마지막 날에는 일정을 굉장히 여유있게 잡고 있어요. 기념품도 좀 사고 다시 돌아갈 준비도 해야 하니 정리하는 시간이 꽤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비엔나에 가면 필수로 들러야할 곳인 쇤부른 궁전을 일단 첫 코스로 잡았습니다. 사실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원래 군주제 자체를 싫어해서 그런지 그들이 살던 공간까지 그닥 좋게 봐주고 싶진 않더라고요. 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존재했던 곳일테니까요. 물론 합스부르크 가문이 현대까지 물려준 문화 유산들로 인해서 이 곳의 관광 산업이 활성화 되었으니 이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빈 자연사 박물관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좀 시간을 들여 관람했던 곳인데(그래봤자 2시간 정도지만) 진짜 여기는 6시간은 들여야지 제대로 볼 수 있겠더군요. 마리아 테레지아(마리 앙투아네트 어머니)의 남편인 프란츠 요세프 1세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총 3천만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연사 박물관 중 한 곳입니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전 왜 기억이 안나죠? ㅎㅎ), 스텔라 바다소와 공룡 뼈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운석, 각 생물 진화 단계 관련한 유물, 극지방 생물 진화 등 지구 온난화 관련 정보까지 총 망라되어 있는 곳입니다.
정말 이런 분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곳은 꼭 가봐야할 필수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 로 유명해진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외관도 꽤 멋있었습니다. 관람한 사람들 말로는 내부에 있는 작품들 보는 맛도 꽤 좋다고 하니 미술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코스도 꼭 포함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렇게 무사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뭔가 오스트리아 분위기가 예전같지는 않은 것인지(여기도 난민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고) 좀 삭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북유럽, 중부유럽, 동유럽인들이 미국인들(트럼프 집권 이후에는 미국도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요;;; ㅜㅜ)만큼 친절하지 않고, 무뚝뚝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작년에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순 없었거든요. 아이슬란드는 원래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기도 하고, 섬나라니 난민들이 이동하기 쉽지 않긴 할거에요.
아마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고, 날씨가 너무 안 좋기도 했으며, 관광객도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이 힘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이 삭막한 분위기에 놀란 건 사실입니다. 뭐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관광객들에게 불친절한 편이라서 한국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긴 했고요. ㅎㅎㅎ
그래도 많은 유물들과 근사한 건물 등의 문화 유산, 깨끗하고 장엄한 자연 환경 등은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트 물가도 우리나라보다는 더 저렴한 것 같고요. 특히 야채, 과일...... 공산품은 비슷한 거 같고요.
어쨌든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혹시나 나중에 오스트리아 여행하실 분들은 제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겨울에 상세한 리뷰 써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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