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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Travel Essay

[Europe Travel] #5.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 남부 해안투어 & 빙하 하이킹 (Iceland, The land of Ice and Fire - South Coast Tour & Glacier Hiking)

by ♥Elen_Mir 2024. 1. 21.

  팬더믹이 온 지구를 덮친 이후, 대혼돈의 시기를 지나온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의 끝은 아마도 해외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고, 그렇게 4년만에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첫 유럽 여행지로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흔하지 않은 대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영화 「인터스텔라」 나 「베트맨 비긴즈」 에서 본 쓸쓸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외계 행성의 그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유럽 대륙에서 첫 발자국을 딛은 곳은 핀란드 헬싱키이지만 고작 몇 시간만 머물렀기 때문에 어중간한 감이 있어보인다.

 

  2023년 9월 23일과 귀국일인 10월 1일 십 여 시간 정도 헬싱키에 머무른 걸 빼고는 9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박 7일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냈다. 거의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한 두 도시 정도 더 들르는 환승편을 이용하게 되는데 오랜 비행으로 지친 근육과 피로를 풀어줄 겸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많은 곳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참 효율적으로 생각된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좁은 비행기나 그 좌석 안에서 오랜 시간 버티는 것도 만만치 않다.

 

   팬더믹 이전에는 그나마 아직 젊다고 말할 수 있는 연령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본격적인 중년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신체 나이는 역시 속일 수가 없나보다. 아마도 재작년에 잠깐 쉬러 다녀온 제주도 때부터 패턴이 좀 바뀐 감이 있는 것이 최대한 체력을 보전하려다보니 이제는 진득하게 머무는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관광을 포기할 순 없기에 관광과 휴양을 적절히 접목시킨 일정이라고나 할까.....

 

 

 

 

 

#4.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 남부 해안투어 & 빙하 하이킹 (Iceland, The land of Ice and Fire - South Coast Tour & Glacier Hiking)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September 27, 2023 -- South Coast Tour & Glacier Hiking in Iceland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빙하 체험이었다. 인터스텔라에서 본 만 행성을 바트나요쿨 국립공원 내의 스비나펠스요쿨에서 촬영했는데 꼭 이 곳을 내 발로 밟아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를 렌트할 수가 없어서 레이캬비크에서 당일치기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한의 코스를 찾았고, 그 곳이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이다.

 

  빙하 투어를 하기에 앞서 이틀째 여행했던 남부 해안 투어를 또 다시 시작했다. 그나마 코스가 최대한 겹치지 않는 상품으로 골랐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만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날도 거의 12시간이 걸린지라 내 체력도 덩달아 바닥에 다다르고 있었으니 참 여행이란 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한다는 격언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라포스(Írárfoss)]

 

 

  남부 해안의 첫 코스는 이라포스(Írárfoss)라고 불리는 폭포였다. 크게 유명하지는 않은 수많은 폭포 중 하나라서 배테랑 가이드들이 이렇게 알려주지 않으면 개인 여행자가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또한 아르야누르포스(Arjanurfoss)라고도 불리며 41m의 높이를 가지고 있고, 주위 이끼가 가득한 현무암에 둘러싸여져 있어 더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라포스라는 이름은 아일랜드 이민자에 의해 지어졌다고 하며 '아일랜드 폭포'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주위에 이름없는 폭포가 몇 곳 있는데 이 곳도 최근에 이름을 가지게 된 곳이다.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Eyjafjallajökull)]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Eyjafjallajökull)]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Eyjafjallajökull)은 스코가르 마을 북쪽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빙하 중 하나로  1,666m의 화산을 감싸고 있다. 2010년 4월 14일 이 화산이 분출되었는데 최근 아이슬란드에서 분화된 화산 중 가장 큰 규모의 분화였고, 이 때 분화된 화산재가 제트 기류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서 유럽 전역의 항공기를 결항시킨 걸로 유명하다.

  에이야퍄들라이외퀴틀 화산계는 카틀라 화산계와 연결되어있어 이 곳에서 분화가 일어나면 보통 반 년 이내에 카틀라 화산에서도 분화가 일어나지만 아직까지는 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920년, 1612~3년, 1821년, 1823년에도 분화된 적이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영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의 촬영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레이카네스 반도의 그린다비크 화산이 폭발하여 최근까지도 마그마가 분출되고 있는데 원래 계획대로 12월에 여행을 떠났었다면 진귀한 구경을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

 

 

 

[루체틀리(Rútshellir Cave)]

 

 

  발음하기도 어려운 루체틀리 동굴(Rútshellir Cave)은 에이야퍄들라이외퀴틀 화산과 가까우며 특이하고 큰 암석의 응회암 기둥 안에 있는 동굴이다. 두 개의 인공 동굴이 있으며, 아치 모양의 주 동굴은 최소 길이 20m, 높이 2.5m이고, 건대구 등의 말린 생선과 건초를 보관하기 위한 별채로 사용되었다. 스투칸(Stúkan)이라고 불리는 더 작은 동굴은 바닥 면적이 8.05X2.4㎡이며 이교도의 사원으로 사용되었을지 모르지만 대장간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저 메인 공간만 들어가고, 다른 동굴은 들어가보지 않았는데 이 때 내가 제대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동굴이 있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ㅋ

 

 

 

[크베르누포스(Kvernufoss)]

 

 

  크베르누포스(Kvernufoss)도 알려지지 않은 30m 높이의 아름다운 폭포 중 한 곳으로 스코가포스(Skógafoss)의 동쪽 끝에 위치해있으며 이 폭포는 크베르나(Kverna)강과 연결되어있다. 협곡 안으로 반쯤은 가려진채로 굽어져있어 단번에 물줄기가 보이지는 않지만 협곡 안으로 들어서면 설수록 기다란 폭포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운이 좋게도 그 앞에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있었다. 이 것만으로도 인상적이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으니......

 

  어쨌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는 찰나, 내가 참여했던 투어 프로그램의 일행 중 한 분이 사라져서 가이드는 우리를 그 다음 코스에 내려준 후 그 분을 찾아나섰다. 역시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었구나...... 이번에 교사로 재직하시다가 은퇴한 중국인 여성분이었는데 나중에 돌아왔을 때 나의 이 스토리를 간단히 들려드리니 내심 안심하는 눈치셨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긴 한가보다. ㅎㅎㅎㅎㅎ

  

 

 

[스코가포스(Skógafoss)]
[미드 「왕좌의 게임 : 시즌 8」 - 스코가포스(Skógafoss)]
[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Eurovision Song Contest : The story od Fire Saga, 2020)」(넷플릭스) - 스코가포스(Skógafoss)]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스코가포스(Skógafoss)]

 

 

  아마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를 꼽으라면 굴포스, 데티포스와 함께 스코가포스(Skógafoss)가 꼽힐 것이다. 폭 25m, 낙차 60m에 이르는 규모도 대단하지만 엄청난 유량으로 인해서 태양이 구름 뒤에 나타날 때마다 적어도 하나의 무지개가 나타난다. 크베루니포스에서 본 무지개도 너무 선명하고 아름다웠지만 스코가포스의 무지개는 가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저 곳에 있으면 진짜 누구나 거대한 폭포 앞의 무지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포토 스팟으로도 유명하나, 가까이 가면 물이 다 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스코가포스 옆 쪽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더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르막길이나 계단 오르는 걸 무척 싫어하는지라 난 올라가지는 않았다. 같은 투어 일행 중 웬지 스페인이나 그리스 쪽에서 오신 것 같은 느낌의 남성분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한테 물어보니 올라가서 본 보람이 있었다고 하셨다. 괜히 안 올라갔나 싶은 생각도 했는데 뭐 나중에 다시 한번 아이슬란드를 방문할 때 올라가보면 되지 싶다.

 

  유명한 곳인만큼 많은 미디어에서 노출된 곳이다. 저 위의 미드 「왕좌의 게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외에도 「토르 : 다크월드」 도 이 곳에서 촬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원래 오딘이나 토르 모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라 어찌보면 이 곳에 등장하는 게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은 미르달스요쿨 빙하의 일부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의 거리가 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원래 바트나요쿨 국립공원 내의 스비나펠스요쿨 하이킹을 하고 싶었는데 이 레이캬비크에서의 거리 때문에 나 역시도 이 곳에서 빙하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보호 헬맷을 쓴 후 등산용 아이젠과 지팡이를 가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약 10분 정도 걸어가니 눈 앞에 이끼가 가득한 산 중앙에 빙하지대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풍경은 너무 생소해서 내가 지구에 있는 건지 아닌지 뭔가 실감이 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아이슬란드 빙하 하이킹을 안 할 수 없는 거겠지......

 

  빙하산을 오르기 직전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팀도(가이드끼리 서로 친한 것 같은) 합류했고, 가이드가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아이젠이 빠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 꽉 매어져있는지 꼭 한번씩 점검을 받는 게 좋고, 특히 산을 내려올 때 발을 사이드로 해서 걸으면 크게 다칠 위험이 있으니 그냥 일자걸음 걷는 것처럼 직각으로 걸으면서 강하게 힘을 주며 바닥을 딛으라고 했다.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더 미끄럽긴해서 조심스럽게 다리에 힘을 주며 올라갔다. 이게 잘 안되는 다른 관광객은 가이드가 옆에서 잡아주기도 하던데 솔직히 민폐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더 정신차리고 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렇게나 멋진 풍경이 나를 압도하였다. 뭔가 비현실적이고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하이킹 도중 비가 왔다 그쳤다 반복하며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조금 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저렇게 빙하 한가운데 무지개까지 눈 앞에 떠 있는 모습을 보니 여러모로 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기 움푹 패인 곳을 크레바스(crevasse)라고 하는데 위쪽에 안전핀을 박아 고리를 채운 후 고리에 줄을 연결하여 내려가면 그 아래 쪽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기념 촬영도 해준다. 다들 행복해하는 표정이 참 흐뭇했지만 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참가하지는 않았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몰랐다가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서 극기훈련하는 도중 10미터쯤 위에 있는 외줄을 타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덜덜 떨면서 반대편으로 가는데 다른 친구들도 엄청 응원해줬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레이니스파라(Reynisfjara)]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Rogue One : A Star Wars Story) - 레이니스파라(Reynisfjara)]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 Into Darkness) - 레이니스파라(Reynisfjara)]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 레이니스퍄라(Reynisfjara)]

 

 

  비크 마을 근교의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레이니스퍄라(Reynisfjara)는 레이캬비크에서 약 180km떨어진 곳이다. 화산 폭발 때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 현무암이 생성되는데 이 현무암이 잘게 부서져 검은 모래를 만들어냈다. 저 얕은 바다에 우뚝 서 있는 건 현무암 기둥인데 민화에 따르면 한 때 바다에서 뭍으로 배를 끌어당기려는 트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트롤들의 눈이 어두워 너무 늦은 시각에 외출한 바람에 새벽이 밝아오자마자 돌로 변했다. 한 남자가 두 트롤에게 납치를 당한 아내를 따라가서 트롤을 얼려버렸다는 또 다른 전설도 있다.

  검은 모래 해변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상징 중 하나인 주상절리 절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어떻게 저 가지런한 현무암 기둥들을 인간의 힘이 아닌 자연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다이아몬드 해변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 역시 마찬가지로 파도가 매우 강한 편이다. 스니커 파도라고 고요한 날에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파도가 강해질 수 있는데 이는 북극과 이 해변 사이에 큰 육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레이니스퍄라(Reynisfjara)]

 

 

  레이니스파라가 이 날의 마지막 코스였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저 너머 석양에 물들어가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자니 나의 삶은 현재 어떤 컬러로 채색이 되고 있는지,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어떤 삶을 그려나가야할지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또한 우리 미르가 살아있었다면 이 곳에 함께 올 수 있었을텐데, 아니 미르의 영혼은 아마 나와 함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이번 여행의 시간도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나를 감싸고 있기도 했다. 매일 매일을 아름답고 근사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행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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