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올린 글]
꽤 시일이 지난 글이긴 한데 지난번 토론하면서 Real-Requirement-677 님께서 독일 사회적 시장 경제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셔서 방학을 한 지금 시점에서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 레공에서의 담론인 자본주의에 대한 글이기도 하겠네요.
일단 제가 작년에 방통대에서 배운 과목 중 "이슈로 보는 오늘날의 유럽" 에서 알게 된 내용이고, 대부분은 교재를 참고로 하되 일부 쉬운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다른 사이트에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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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과 소스키스의 자본주의 다양성론은 기업을 중심으로 분석을 시작하고, 이 중 이해관계 조정 영역에서 크게 해결해야 할 행위는 협력, 도덕적 해이, 역선택, 회피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식으로써 자유 시장 경제(LME : Liberal Market Economics)와 조정 시장 경제(CME : Coordinated Market Economies) 두 가지로 나눈다고 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의 대표적인 유럽 국가는 영국, 전세계적으로는 미국을 꼽을 수 있고, 조정 시장 경제의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이런 이분법적 분류보다는 혼재되어 있다고 하고요. 그래서 자본주의의 다양성은 받아들이면서도 제도의 기능과 분류를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는 조절 이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글이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질 거 같아서 표를 하나 가져와 봤습니다. 이것도 꽤 길군요... >.<
최대한 간략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이 표인데 어쨌든 1990년 후반부터 글로벌화되면서 제도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부분도 있어서 딱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저런 특징이 있다고 봐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중요한 건 자유 시장 경제는 더 자유 시장 경제로, 조정 시장 경제는 더 조정 시장 경제로 변화할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조정 시장 경제는 자유 시장 경제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자유 시장 경제는 그 반대로 움직였다고 강의에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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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복잡한 저 이론들을 올린 이유는 저 위에 내용을 base로 해서 독일의 경제 체제를 보면 더 이해가 쉬울 거 같아서입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유럽의 병자(the sickman of Europe)로 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1998~2005년 연평균 성장률은 1.19%였고, 실업률은 11.17%로 상승하였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활하여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97%로 높아지고, 실업률 3.04%로 하락하였습니다. 이런 독일 경쟁력의 변화의 배경에는 노사 관계의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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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동 제도의 중요한 축은 노동조합, 고용자 연합, 작업장 평의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작업장 평의회가 무엇인지 궁금하실텐데 5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경우, 노동자 요구 시 설립이 의무화 되어 있으며, 작업자 평의회의 노동자 대표는 노동 조합이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나, 비노조원의 참여도 가능합니다. 즉, 작업자 평의회≠노동조합이 아닌 것이죠.
작업장 평의회에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 평의회의 의사 결정 중 경영상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 고용자에 대한 반대 또는 거부, 공동 의사 결정의 강제 범위 등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공동 의사 결정의 주요 내용에는 작업장 수칙, 업무 시작 및 종료 시각, 노동 시간의 연장 또는 단축, 휴일, 보건 및 안전 사항, 임금 지급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런 공동 의사 결정으로 파업 등으로 인한 노동 손실 일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꽤 낮다고 합니다.
독일 통일 이후 노동자 평의회 등의 전통적 합의 구조로 인해 경제 회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 투자로 생산성을 높였으며, 유로존 가입의 효과로 인해 단위 노동 비용은 많이 하락해서 지금도 생산성에 비해서는 임금이 낮은 편이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소득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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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걸 토대로 현재 독일의 강소기업(500인 이하, 연 수입 5,000만 유로 이하)은 99.5%를 차지하는데 이 강소기업이 총 부가가치 창출의 53.5%, 고용의 58.3%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출 비중도 17% 정도고요.
독일 기업의 특징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는 점인데 글로벌 대기업과 나란히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틈새 시장(niche-market)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경영한다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죠. 그리고 가격적인 경쟁 보다는 품질 경쟁을 하는 게 더 일반적인데 현재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종 생산물의 내구성을 높이고, 더 빠르고 더 낮은 비용의 제조 공정 도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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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하면 좋을텐데 쉽지 않은 것이 독일의 강소 기업은 여러 제도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강소 기업을 가족이 소유하고 지역 저축은행 또는 금융 협동 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했고, 완전한 자유화로부터 방어막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또한 공교육 체계는 전문 기술을 가진 숙련 노동자 양성을 목적으로 설계되어있고, 기업이 직업 훈련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세제 지원 헤택을 하며, 경기 악화시 해고보다는 비전일제 고용(part-time)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서 경기 회복시 숙련 노동자의 복귀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해고도 경영자 맘대로는 못하고, 노동자 평의회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기술 혁신 노력으로 강소 기업의 수와 지역의 특허 출원 수가 강한 양의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고, 주 정부 단위의 기술 연구소가 강소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 개발을 수행하는 프로젝트 등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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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다른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따르는 국가들과 비슷한 결로 경쟁하기는 하는데 좀 더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하고(주식회사가 거의 없고, 금융권 거래가 더 활발),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고용자가 독단으로 처리하는 게 아닌 노동자 평의회, 노동조합, 기업 경영자들이 함께 한다는 점, 공교육 무료 및 기업 지원 등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즉,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는 하되, 공동체 의식 또한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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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얕게만 배운 거라서 참고할 내용 있는 분들은 더 추가해주셔도 될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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