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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Library

[스크랩] 군산대회 짧은 감상

by ♥Elen_Mir 2014. 6. 16.
지난 2월 10일에 제 1회 군산시장배 전국 우수고교 초청 야구대회라는 이름으로 군산상고, 천안북일고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14개 학교가 참여한 친선 야구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대회는 1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고 군산시 야구장과 군산상고 야구장에서 열립니다. 14개 팀이 7팀씩 두 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벌인 후 각 조 두 팀이 4강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립니다.
 
이 중 이튿날 경기와 셋째 날 경기를 보고 왔는데 각 팀들에 대한 간략하게 제가 본 느낌이 말해 보고자 합니다.
경기 결과 및 자세한 내용은 아야사나 파울볼에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 거길 참조하세요. 거기까지 찾아가기 귀찮으시다면 http://blog.naver.com/aprealist.do 여기 가 보세요. 이 블로그 주인이 금명간에 올릴 거랍니다.
 
 
천안북일고
 
지난해 무등기를 가져간 강팀이죠. 이 팀이야 '투수백화점'으로 불릴 만큼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투수진이 강점인데요. 올해 고교 넘버원을 다툴 재목으로 평가되는 장필준의 투구는 유감스럽게도 보지를 못했습니다. 일요일에 성남고와의 경기에서 올해 첫 등판을 했다는데 이 경기는 안전 귀가를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느라 못 봤거든요. 들은 얘기로는 이 경기에서 패스트볼 최고구속 144km/h를 찍었답니다.
하지만 장필준 외에도 인상 깊은 투수를 한 명 볼 수 있었답니다. 바로 토요일에 동산고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온 3학년 우완정통파 장효훈입니다.
사실 장효훈은 작년까지는 장필준보다 한 수 아래로 쳐 주던 투수인데 이 날 던지는 초구를 보고 생각을 바로 바꿨답니다. 상대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잡더니 1회 세 타자를 모두 빠른볼로 삼진 처리했습니다. 변화구를 던질 필요도 없이 패스트볼의 구위만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 고교 투수 중에는 아래에 얘기할 진흥고 정영일의 구위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장효훈도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정영일에 버금가는 내용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구위를 보고 깜짝 놀라서 스피드를 재고 있던 천안북일고 학생에게 물어 보니 최고 구속은 146km/h가 나왔고, 144km/h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고 하더군요.(천안북일고 스피드건)
또 왼손투수 김경택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 주었습니다. 오른손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패스트볼이 꽤 까다롭게 보이더군요. 하지만 빠른볼에 비해 변화구를 구사할 때는 제구가 불안해 보였습니다. 김경택도 장효훈, 장필준과 함께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 후보군에 들어 있는 선수입니다.
타자 중에는 홈런을 친 1루수 이현우가 눈에 띄었습니다. 비거리 105m 정도의 좌월 3점 홈런을 날려 사실상 승부를 가른 자이죠. 비록 상대 투수가 신입생이긴 했지만 아직 페이스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정도로 잡아 당겨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총평하자면 천안북일은 아직 강팀의 면모는 남아 있지만 수비나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투수들이 늘 삼진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동산고
 
동산고는 사실 그리 높게 평가 받는 전력은 아닙니다.
천안북일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3학년 우완투수 한솔은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었지만 수준급의 게임 운영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셋포지션이 뛰어났고 병살 유도를 위해 낮은 쪽으로 제구를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수비의 도움만 잘 받았다면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팀은 아직 겨울이라서 그런지 짜임새가 부족하고 기본기가 약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야수들은 포구 자세와 스텝이 불안해 보였고, 특히 콜플레이에도 헛점을 드러냈습니다.
 
광주 진흥고
 
진흥고는 동향팀이라서 비교적 배경 지식이 풍부한데다가 이틀간 두 경기나 볼 수 있어서 많은 부분을 살펴 볼 수가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안산공고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2학년 좌완 나성범이 깜짝 호투를 해 주었는데 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기대를 걸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이 날 5이닝 동안 1실점하며 삼진 8개를 잡고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아직 에이스의 스터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장이 기대되고, 에이스 정영일을 보조할 능력은 충분히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안산공고의 타격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지켜볼 만한 선수입니다. 또 포수가 친형인 4학년(-_-) 나성용이어서 더 관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경기에 우익수 겸 4번타자로 출장해 3타점을 몰아 쳤던 정영일은 일요일 신일고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4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7삼진의 눈부신 투구를 했습니다. 역시 올해 넘버원을 넘보는 투수답게 패스트볼의 구위가 상대 타자를 압도했으며 변화구 구사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이 날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2km/h를 기록했습니다.(신일고 스피드건)
또 이번 대회에서 깜짝 선을 보인 정영일의 친동생인 1학년 정형식도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보여 주었습니다. 토, 일 두 경기에서 모두 3이닝씩을 던져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비록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24km/h에 머물렀지만(신일고 스피드건) 신입생답지 않은 현란한 변화구 구사를 선보이며 상대 타선을 제압했습니다.
진흥고는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내야 수비의 불안이 어느 정도는 해소된 느낌이고(토요일 경기에서는 이 팀이 제가 아는 진흥고가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투수진이 양적으로 풍부해졌기 때문에 올해 한 번 기대를 걸어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안산공고
 
작년 AAA 대회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인 좌완 김광현이 이번 대회에는 아직까지 등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토요일 진흥고와의 경기에 앞서 씩씩하게 불펜 투구를 하길래 등판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끝내 경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안산공고하면 타력은 좀 약하지만 공고한 투수진과 탄탄한 수비로 가끔 강호를 잡는 팀으로 유명한데 이 날은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지고 뭔가 엉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김광현의 공백이 단순히 투수 하나의 이탈만으로는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화순고
 
광주와 전남 지방에는 워낙 명문팀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신생팀인 화순고로서는 우수한 선수를 수급받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이 팀은 기본기와 팀워크를 탄탄하게 다지는 길을 택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나 이런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힘은 떨어지지만 파이팅이 넘치고 기본기가 튼튼한 이 팀을 약팀이라고 만만히 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팀 전력의 70%라고까지 회자되는 투수 겸 유격수 김선빈은 정말 야구를 예쁘게 잘 하는 선수입니다. 유격수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씩씩한 투구까지, 야구 만화의 주인공으로 꼭 알맞는 선수입니다. 이 날도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중반부터 마운드에 섰는데 8회 무사 만루에서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이 경기의 압권이었습니다. 다만 165cm에 불과한 작은 키를 극복하고자 온 몸의 힘을 짜내는 다이나믹한 투구폼은 부상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걸 보여줍니다.
 
충암고
 
화순고와 맞붙은 충암고는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화순고에 앞설 텐데 기본기에서 부실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내내 화순고에 끌려 다니다 9회말에야 겨우 동점을 만들어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팀 분위기가 제가 본 팀 중 가장 좋아 보였습니다.
 
신일고
 
정삼흠 감독이 지도하는 신일고는 진흥과의 경기에서 전통의 강호답지 않게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상대 선발투수가 정영일이었다는 점과 아직 겨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을 버리기에는 이릅니다. 봄 이후에 페이스를 적절히 끌어 올린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낼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 보입니다. 내야 수비 불안이 약간 느껴지기는 했지만 몇몇 강호들을 제외하고는 내야 수비가 탄탄한 팀이 없어 보이는 올 시즌에는 그다지 큰 구멍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투수 중에는 오른손투수 김종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날 최고 143km/h의 구속을 기록했는데(신일고 스피드건) 오른손타자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공이 아주 까다로워 보였습니다.
또 투구폼이 독특한 왼손투수 정진수도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투구폼이 독특한 건 좋지만 좀 간결하게 다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야수 중에는 포수 이준수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아주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더군요. 원바운드 블로킹 때 공을 앞에 떨어뜨려 놓고 주자를 견제하는 동작이 아주 좋았습니다. 또 이루 송고도 일품이더군요. 같이 보던 일행끼리 '저 자를 투수 시켜도 되겠다' 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서울고
 
서울고는 일요일 오후 전주고를 상대로 무려 10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면서 확실히 강팀의 면모를 보여 주었습니다.
두산이나 LG의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임태훈은 3회에 등판해 세 타자를 삼진 처리하면 연속 삼진을 이어 나갔습니다. 유연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최고 139km/h의(두산 베어스 스피드건) 패스트볼은 타자가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위력을 가졌습니다. 기본기가 튼튼히 잡혀 있고 커맨드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인 만큼 앞으로 기대해 볼 만 합니다.
사실상 이번 대회 참가팀 중 최강의 전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서울고는 팀 분위기가 좋고 투수진이 양적, 질적으로 힘이 있어 아마 올 한 해 좋은 성적을 올리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상 각 팀과 선수에 대하여 간단히 평을 해 보았는데 이는 제 주관이 깊이 개입된 것이니 전적으로 신뢰하시란 말씀은 못 드리겠군요. 독자 여러분께서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오늘도 경기를 관전할까 했으나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대회 자체에 대해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이런 대회를 마련한 취지는 아주 좋으나 운영에 있어 너무 많은 헛점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대회 팜플렛에는 선수 이름 오타가 가득하고 전광판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선수 변동이 있을 때 어떤 선수가 들어갔는지 파악하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다음 대회 때부터는 이런 모습이 좀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비밀클럽      200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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