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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Diary/Diary Book

미생...

by ♥Elen_Mir 2015. 5. 3.





바둑에서 '미생' 은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뜻하지만 완전히 죽은 돌이 아닌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요즘 한껏 게으름을 피우면서 케이블 채널에서 지나간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보는데 이 '미생' 이란 드라마가 그것도 한국 드라마 안 좋아하는 내가 웬일로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우리의 삶도 반복적으로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 공감되었고, 마음 아팠던 내용들......


정확히 그 업무는 아니지만 나도 현재 무역업을 주로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중소기업에 불과해서 업무량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드라마처럼 치열하지는 않지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지는 알 것 같다. 게다가 우리 사장님이 대우 출신이라 정확히 미생에서 했던 업무를 하셨던지 식사하면 무용담처럼 말씀해주신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기억이 나고 말이다. 몇 개의 무역 용어, 주재원, 상사, 중동, KOTRA, 정부 등등......


주인공 장그래처럼 나도 예전에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입사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고 신입은 아니고 거의 경력으로 입사한 거긴 하지만 한 번은 딱 1년동안 사내 ERP 프로그램 개발 부서였고, 또 한번은 2금융권 연수원에서의 교육지원 및 사서 업무를 맡았었다. 그나마 연수원 다닐 때는 현행같은 비정규직법이 통과가 안될때였나 해서 자체계약직으로 무기한 연장은 가능했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서 몇년 다니고 퇴사했고 말이다. 

사실 그 때도 매년 재계약할 때 은근 정규직이 되길 바라면서도 반면 소속감을 가진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연봉만 올라가길 바랬었으나,  둘 다 되지 못했고, 내심 속상해하기도 했다. 내 상사분들은 애써주셨는데 잘 안된 것이고, 그래서 퇴사한다고 했을 때 아쉬워 하시기도 했고......


요즘 비정규직은 2년만 다니고 그만두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고, 그 현실이 어떤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장그래의 상황이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낙하산 인사긴 했지만 입사한 후에는 누구보다 많은 성과들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사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더 슬펐던 것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당연히 비용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인력은 비용이 아닌 자산이고, 그 자산들이 모여 수익을 창출해내며 그 조직이 운영이 되는 것인데 요즘 기업이라는 곳은 현금만 모이길 원하지 그 자산을 모으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자산도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인재풀을 줄여버리니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이제 조직에 '사람'은 없고 '돈' 과 '스팩' 만 있는 것 같다.




"꼭 이겨라. 안될 것 같더라도 끝은 봐. 살다보면 끝을 알지만 시작하는 것도 많아."


그래, 이게 인생인 것 같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론 그 끝을 머리든 마음속으로든 알고 있으면서도 시작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세상이 나와 같지 않아서일 수도 있듯이 때로는 억울하게 풀리는 경우도 생긴다.


아직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은 아닌데도 벌써 철이 든 것일까... 철 들기 싫었는데 이런 세상에서 살다보니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래서 미국 갔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거기도 예전보다는 치열해 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과 비교해보면 삶의 여유가 많이 느껴진다.

다른 한국인들처럼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상관 안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경쟁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도 물들어가는 듯 하다. 생존이니까...!!!




미생 마지막회에 이런 말이 나온다.


"꿈을 잊었다고 꿈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거.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아닌 건 아니라는 거.

루쉰이 그런 말을 했지.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을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다보니 하고 싶었던 일들이나 꿈들을 잊고 살아간다. 물론 그러면서 다른 꿈들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잊었다고 해서 그게 꿈이 아닌 건 아니다. 

가끔 아주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마치 어두운 터널을 끝도 없이 걷고 있는 것 같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항상 표현해 왔었는데 결국은 저 말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아닌 건 아니다. 설사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어둠 속을 계속 걸어가다보면 길은 나오기 마련인데 멈출 생각만 하고 있다면 결국은 그 길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마침 그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타인이든, 좋은 글이든, 내면이든, 다른 매개체이든......



참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완생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 미생들......

내일도 힘차게 살아나가보자. 물론 또 아침에 눈을 뜨면 귀차니즘에 빠질 수 있지만 미생에겐 하나하나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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