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둥바둥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며 살아온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솔직히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족한 삶을 살고 있어서 걱정과 근심이 한가득이지만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내 스스로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고, 열심히 달려온 접점마다 보상을 해준다는 부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2015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그냥 작년 한 해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아이패드 에어 2라는 조촐한 선물을 주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매년 2월만 되면 어김없이 발동하는 역마살과 함께 정호의 MLB 진출로 인해 매년 줬던 달력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마침 몇 년 동안 없을 구정이라는 황금 연휴가 있어서 급작스럽게 플로리다 여행을 진행하게 되었다. 여태까지는 항상 최소 4개월 이전에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했었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여행 2주 전부터는 매일 2~3시간만 자는 등 강행군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결국은 여행길에 올랐고, 이번처럼 꼼꼼히 알아보지 못한 여행은 처음이라 찝찝했지만 일행 덕택에 무사히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 MLB Travel Schedule : 2015. 02. 18 ~ 2015. 02. 24 (6박 7일) ]
First day (2/18) : 미국 시카고(Chicago, IL) - 미국 법인 방문- 플로리다 템파(Tampa, FL) 공항 - 브래든턴(Bradenton) 숙소
Second day (2/19) : 피츠버그 파이릿 시티(Pirate City, Bradenton) 방문
Third day (2/20)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Bradenton) -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Orlando Universal Studios) - 카지노
Fourth day (2/21)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 트로피카나 필드(Tropicana Field) - 포트 데 소토 공원(Fort De Soto Park)
- 엘렌톤 프리미엄 아울렛 (Ellenton Premium Outlet)
Fifth Day (2/22)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 플로리다 템파 공항(Tampa, FL) - 시카고 오헤어 공항(Chicago, IL)
- 부사장님댁(Northfield city, IL)
Sixth Day (2/23 ~ 24) : 귀국
모든 일정을 다 리뷰로 남길 수는 없을 것 같은 것이 일단 첫날과 둘째날, 마지막 이틀은 정신없이 이동하거나 혹은 유의미한 일정이 없어서 마지막 정리글에 다 추가하려하고, 굵직굵직하고도 의미있는 코스를 4군데로 쪼개 하나하나 리뷰를 남겨볼까 한다.
1.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in Orlando, FL) - 테마파크의 진수
2. 트로피카나 필드 & 포트 데 소토 공원(Tropicana Field of Tampa Bay Rays & Fort De Soto Park) - MLB 야구장 투어의 시작
3.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Spring Training - MLB Spring Training
4.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여행의 마무리 - 살고 싶은 나라 미국
부지런히 달려온 끝에 드디어 이번 여행 시리즈의 마지막을 써내려가려 한다. 사진 정리부터 편집 그리고 글쓰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다시 되짚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고, 그 외 여러가지 자잘한 이야기들과 미국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쓸데없는 잡담을 한데 모아보려고 이 챕터를 기획하게 되었다.
4.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여행의 마무리 - 살고 싶은 나라 미국
(1) 예산집행 및 정리
아무래도 계획에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빚내서 갈 수 밖에 없었던만큼 최소한도의 예산을 짜고 그 안에서 해결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총 예산을 250 ~ 300만원 정도로 잡았고, 그나마 앞으로 일하며 갚아나갈 수 있는(혹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이 이 정도인 것 같아서 사고 싶은 것들도 다 못 사며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물론 이때보다야 더 쓰긴 하겠지만 7월에 갈 때 예산도 빡빡하기는 마찬가지......
[국내선 항공권과 수화물 영수증]
[국제선 항공권]
항공권 금액 - 국제선(아시아나 항공) : 1,096,300원
국내선(프론티어 항공) : 426,582원
수화물 요금 - 프론티어 항공(왕복 - 2 baggage) : 60,820원
숙박요금 - 퀄리티 인 브랜든턴 : 571,520원 --------- 차량 렌탈 및 유지비와 상계하여 차액분 수취 혹은 지급
현지경비 및 선물 - 현금 : $498 (549,493원 - 환전 시 환율 : $1,103.40)
카드 : $207 + 67,000원(면세점) (약 294,503원)
<총 2,999,218원>
나름 아끼려 노력했는데도 결국은 300만원 정도 썼나보다. 아마도 차량 렌탈 및 유지비가 숙박비보다 덜 나올 것 같아 조금 더 돌려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몇 만원 차이는 안날 듯 하다. 6박 7일동안 미국 300만원이면 그래도 양호한 것인가......
(2) 장거리 비행과 공항 이야기
여행 전날 명절 연휴로 인해 붐빌 수 있으니 3시간 이전 공항에 도착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정말 거의 3시간 좀 넘은 시간 이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고, 발권 및 수화물을 부치기 위해 아시아나 항공 프론트로 갔다. 약 30분 정도 걸려서 수화물을 다 부치고, 좀 시간이 남으면 면세점 구경이나 하자면서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게이트로 갔는데 이게 웬일...;;;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출국 수속하는 게이트부터 공항 외부로 나가는 출입구 게이트까지 줄이 쭉 이어져있었던 것이다. 명절 때 나가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명절 때는 원래 이런건가 싶었고, 그냥 여기저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비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던 것 같았다. 그나마 난 다행히 2시간 30분인가 남았어서 별 이상이 없었지만.......
[출국 전 인천공항의 모습]
그렇게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하나 구입한 후 비행기에 올랐다. 난 매우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한 편이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시아나의 항공권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기 때문에 기내식은 괜찮으리란 예상을 했는데 역시 기내식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약 12~14시간 정도의 장거리 비행을 하는 관계로 2끼와 중간에 간식 한 번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음식이 나온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단 비행기가 출발하고 약 2시간 후에 첫번째 식사가 나오고, 4시간 정도 지나서 간식이 나오며 마지막으로 도착 2시간 이전에 마지막 식사가 나오는 일정이다.
한식과 양식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시카고로 출발할 때 첫 식사는 한식, 마지막 식사는 양식을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불고기 쌈밥과 치킨 데리야끼 스파게티였나...]
[간식]
고기 종류는 좋아하기는 하나, 이상하게 쌈채소에 밥과 고기와 각종 마늘과 파채 등을 싸서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마침 기내식으로 쌈밥이 나온다고 해서 냉큼 선택해버렸다. 느끼할 수 있는 고기에 채소가 가미되면 정말 입 안 가득 조화로움이 퍼지기 때문에 더더욱 맛있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식사는 앞으로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을 먹기 위한 워밍업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다. 이것도 맛은 괜찮았던 듯..... 피자도 맛나고~~
사실 계속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만 가다가 처음 미국을 가노라니 장거리 비행이 어떨지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고, 은숙 언니 말로는 현지 시간에 맞춰 잠을 자는 게 적응하는데 좋다고 했었기에 정말 밥 먹는 시간과 잠깐 소화시키는 시간 빼고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내리 잤던 것이다. 물론 2주 동안 3~4시간씩밖에 못 자서 피곤한 것도 한 몫 했던 것이 타자마자 밥 먹기 전까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고, 그 시간이 미국에서는 저녁 시간이라 밥 먹고 또 계속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첫 식사 후에는 거의 설잠밖에 못 자기는 했지만 어쨌든 2~3시간 빼고 계속 자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미국에서의 시차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저 며칠동안 계속 잠을 못 자서 피곤했을 뿐......
다만, 쭉 앉아있으려니 엉덩이가 아프고, 허리도 뻐근했으며 특히 조느라 목이 너무 아팠다. 출발 전부터 목쿠션을 사야하는지 고민하다가 짐이 많아서 포기했더만 그냥 사야 했었나보다. 정말 장거리 비행은 나이가 더 많이 들면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돈 많이 벌어서 프레스티지석이나 비즈니스석을 타야;;;;
돌아올 때도 역시 기내식 2번에 간식이 1번 제공되었다. 그런데 간식이 그냥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거였나해서 사진을 찍지 않았던 듯 하다. 미국에서 그렇게 물리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 왔건만 그래도 끌리는 스테이크의 유혹을 참을 수 없어 첫번째 식사는 스테이크와 초콜릿 케익을 골랐고, 마지막 식사는 낚지볶음이었다.
[스테이크와 낚지볶음]
역시 돌아올 때도 한국 시간에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내리 자려고 노력했고, 역시나 첫 식사 전까지는 세상 모르게 잔 것 같았다. 하지만 첫 식사 이후에는 왜 이리 잠이 안 오던지 2~3시간 정도 미드를 보고 나머지 시간은 그렇게 자려고 노력했지만 그냥 붕 뜬 기분으로 설잠을 잤던 것 같다. 미국 현지에서도 매일 2~3시간밖에 못 자서 많이 피곤했을텐데....... 목쿠션도 면세점에서 구입하여 잘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멀미를 좀 했던 게 문제였을까... -_-;;;
플로리다는 직항이 없어 시카고에서 다시 미국 국내선을 갈아타고 플로리다 템파 공항으로 가야했고, 다시 국내선을 이용하여 템파에서 시카고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플로리다 주에서 템파, 잭슨빌, 올랜도, 마이애미 등이 대도시인 것 같았고, 나머지는 중소도시 내지 시골이었다. 그래서 템파 공항도 상당히 크고 좋았던 것 같고, 면세점 외에도 작게나마 쇼핑을 할 수 있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템파 공항의 각 항공사 프론트들]
(3) 기념품과 선물
아무래도 부사장님께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에 작게나마 플로리다에서 나는 초콜릿을 사서 전무님과 부사장님댁 하나씩 드리기로 했고, 회사 직원들과 나눠먹을 코코넛 초콜릿을 구입했으나, 이 코코넛 초콜릿은 난 그닥이었던 듯... -_-;;;
다른 글에 올린 기념품들을 제외하고 비싸지는 않지만 플로리다와 시카고에 다녀왔노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플로리다의 모습이 새겨진 스타벅스 머그컵과 시카고의 모습을 재현한 자그마한 스노우볼을 하나 사왔다. 다 우리 돈으로 1만원대라 그닥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또한 별 거 아니지만 호텔에서 제공했던 비누도 가지고 왔는데 크기가 작아서 주방에서 쓰기 좋을 것 같았다... ㅎㅎㅎ
[선물로 산 초콜렛]
[스타벅스 플로리다 머그컵]
[시카고 스노우볼]
(4) 정호 그리고 벅스 팀을 위한 선물들
사실 내가 여행 2주 전부터 잠을 못 잔 이유 중의 하나가 정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만한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워낙 1~3월이 바쁠 때라서 여행가기 이전까지 굵직굵직한 일들을 미리 처리해놓고 가려고 엄청난 페이스로 일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전혀 짬이 나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퇴근 후 잠 잘 시간을 쪼개가며 준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냥 기존처럼 간단한 간식거리 투명백에 넣고, 스티커 붙이는 정도의 작업은 1.5일이면 충분한데 메이저리그 구단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구단 내에도 초콜릿은 차고 넘친다는 소식을 은숙 언니에게 듣고, 뭔가 더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KBO 시상식 때 정호에게 축하의 의미로 줬던 초콜릿 부케를 약간 변형시켜 1인당 1개씩 가질 수 있게 초콜릿 포장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꽃 포장을 한 것이라 먹지 않고, 장식으로 놔둬도 될 것 같아서 여러가지 의미로 한 것인데 하다보니 생각보다 어설퍼서 과연 장식으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초콜릿 꽃다발 만드는 건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고, 금방 만들 수 있다. 그나마 좀 오래 걸리는 게 리본 만드는 작업이고, 그것까지 다 감인해도 3시간 정도면 다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포장하는 건 진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 못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었고, 현지에서 바로 만들 수 있게 부직포 포장지 잘라서 셋팅해놓고, 초콜릿과 작은 리본들 풍선 스틱에 미리 붙여놓는 작업까지 완료해놨으며 리본은 일행 기다리면서 미국 템파 공항에서 완료, 나중에 주기 전날 숙소에서 다 결합시켜 완성한 것이다. 걸린 시간을 도저히 계산할 수도 없을만큼 너무 어마어마한 작업이었어서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래도 일단 줬으니 된 것이지만.... ㅎㅎㅎㅎㅎ -_-;;
그래서 크기에 비해 목표한 갯수 반 밖에 못 만들었고, 가지고 오다가 초콜릿이 떨어진 것이 있어서 몇 개 제외시키는 등 너무너무 아쉬운 작업이었다... ㅜㅜ
어쨌든 이 선물이 미디어에 노출되었으니 좀 보람은 있었던 걸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다 보지는 않았지만 댓글 중의 하나 변명을 하자면 난 넥센 때도 마찬가지로 항상 스프링 트레이닝을 가면 그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라는 의미로 조촐하게나마 팀 단체 간식을 넣곤 했는데 이것도 사실 그런 의미가 있었다. 그저 내가 정호 팬이니까 정호가 대표로 받아가는 것일 뿐 모두들 으쌰으쌰 힘을 합쳐서 목표를 달성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 것이었다. 그저 손이 많이 가는 것을 택하는 이유는 내가 이 친구들보다 돈을 더 못 벌기도 하니 그냥 정성이 들어간 게 나을 것 같아서이다.
[사실 이 포장지에 의미가 있는 것이 왼쪽 포장지는 한글이 쓰여있고, 오른쪽은 영어 필기체가 쓰여있어 화합의 의미로다가... ㅎㅎㅎ]
[전체적으로 보면 이쁘지만 속속들이 보면 어설프다... 흠흠;;; 저 메시지는 급조!!! 안 그랬음 더 이쁜 곳에 프린트 했을텐데~]
원래 뭔가 뜸 들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한꺼번에 준비한 모든 선물들을 주면 그 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 정호를 위한 중요한 선물은 마지막날에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호한테도 계속 훈련 하냐고 물어본 것... 한국팀은 중간에 휴식일이 껴있어 잘못하면 호텔까지 찾아가서 줘야 하기 때문에(난 이런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음;;;) MLB도 그럴까봐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주연씨가 또 장거리 운전으로 돌아가야 했기때문에 마지막 날도 일찍 못 보면 어쩌나 걱정스러웠지만 역시 이 녀석은 선물 복이 많다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20분 전에 모든 선물들을 던져주고 올 수 있었다. 사람이 거의 없었으면 정호에게 궁금한 것도 좀 물어보고, 여러 이야기들도 좀 하고 왔을텐데(물론 훈련 중이라 많은 시간을 뺏기는 힘들었겠지만) 부지런한 벅스팬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그냥 실없는 소리 한 마디만 하고 인사하면서 선물을 전해주고 왔다.
너무 아쉽기는 했으나, 앞으로는 이 녀석 이렇게라도 보기 더 힘들어질라나......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한국에 있을때도 항상 선물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서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나도 거의 경기만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스타일이라 이런 것들이 많이 아쉬웠었다. 왜냐하면 사람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법, 나중에 혹시나 회사를 못 다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 나름대로의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다 그에 따른 준비 과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주는 기쁨을 더 만끽하고 싶었고......
그런데 초콜릿 포장에 이어 이 선물들까지 기자분이 또 기사를 잘 써주셔서 그 반응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어차피 난 내 얼굴 사진만 안 나오면 되는지라(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송 노출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부분은 기사에 나던 말던 그닥 상관은 없었고, 요즘은 인터넷에 존재를 드러내다보면 숨만 쉬어도 까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악플 이런 것도 별로 신경도 안 쓰게 된다. 아니, 댓글 자체를 잘 보지 않는다... ㅎㅎㅎㅎㅎ
[직접 만든 MLB REPORT와 응원메시지]
[직접 디자인한 여권커버]
[직접 디자인한 벽걸이 달력... 관련글 : http://dkvm94.tistory.com/entry/DESIGN-9-2015-%EA%B0%95%EC%A0%95%ED%98%B8Kang-Jung-Ho-%EC%BA%98%EB%A6%B0%EB%8D%94-%EB%B2%BD%EA%B1%B8%EC%9D%B4%ED%98%95]
마지막날 이 세가지의 선물을 주고 왔는데 벽걸이 달력이야 내가 쓰려고 만들기 시작하면서 어차피 본인 사진으로 만든거니 의미있겠다 싶어서 5년째 주고 있었던 것이라 별다른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이번엔 정호의 소속팀이 바뀌었으니 벅스 일정을 넣어줬다는 부분만 다를 뿐...
여권 커버도 스마트폰 커스텀 제작에 이어 내가 쓰려고 만들었는데 또 어차피 본인 얼굴이니 생각나서 넣어준 것이고... 이런 제품들은 확실히 캐리커쳐 혹은 카툰 효과를 줘서 디자인하는게 더 깔끔하고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응원메시지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고.....
나도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기도 한만큼 아마 본인도 놀랐으리라 생각한 부분이 MLB REPORT이다.
원래 난 야구를 볼 때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하는 일 중에도 경영 분석하는 부분이 있고, 관련 법이나 개정 사항을 다른 직원이나 사장님보다는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나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이런 업무의 연장선상 내지는 직업병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일단 그렇게 봐야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모이기 때문에 논쟁이 붙었을 때도 토론하기 쉽고, 나도 아직 더 공부할 부분이 많지만 정호 혹은 그 선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도 해서 바로 잡아주려면 상당히 좋은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야 남자들에게 지기 싫어서 혹은 여자가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 좋아하면 다 얼굴만 보고 좋아한다는 일명 '얼빠'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더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인데 그러다보니 정말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사실 내용은 그닥 별거 없다. MLB가 자료를 너무 잘 구비해놓고 있어서 나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첫 챕터는 일단 적응할 부분 중의 하나로 이동거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어서 넥센 히어로즈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4~5년간 이동거리를 비교해놓았다. 약 5배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교통 수단이 달라서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 반면 좀 더 빡빡한 일정, 시차, 공항에서 허비하는 시간 등등 확실히 MLB가 더 힘든 곳인 건 맞는 것 같았고, 한국에 있을때의 몸상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메모를 꼭 하라며 메모칸을 추가해줬다. 메모칸은 모든 챕터에 다 넣어주었다.
그 다음으로 MLB 각 구장의 크기를 표로 작성해서 대략 잠실구장의 크기+사직, 마산의 펜스 높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는 코멘트를 달았고, 파크 팩터 수치도 지난 5년간 자료로 평균을 내서 각 구장별로 전략을 세워 타격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코멘트를 넣었다.
다음은 기사 이미지로 나온 부분인 각 팀별 뎁스 차트와 해당 팀의 투수별로 던지는 구종, 스피드, 확률, 구종별 가치 등을 AL 중부지구팀(올해 NL 중부와 인터리그로 맞붙음), NL 팀들까지 표로 정리해봤다. 어차피 팀에서 더 심층적인 관련 자료와 동영상을 줄 것이기 때문에 난 그냥 해당 투수별로 어떤 공을 잘 던지는 스타일인지 전체적으로 파악해봤으면 해서 넣어본 것이고...
마지막 챕터는 정호가 본 받았으면 하는 혹은 롤모델로 생각했으면 하는 선수들의 관련 기록을 정리하여 코멘트를 달고,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USB 메모리에 넣어줬다. 정호는 미들 인필더로 뛸 것이니 2루는 보스턴의 더스틴 페드로이아(골든글러버), 3루는 애드리안 벨트레(공수 모두 명전급), 숏은 트로이 툴로위츠키(툴로 마이너 버전만 되라며), 타격은 호세 바티스타(레그킥 각도가 가장 유사), 버스터 포지(타격 자세도 좀 비슷한 면이 있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마치 한국에서의 정호 모습과 비슷함.. 물론 정호가 미국에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로 선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작성해 본 것인데 아마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세부적인 스탯과 함께 관련 동영상을 보며 나름대로 분석해서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난 비전문가니 틀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혹시나 그 중에 하나 내가 캐치해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작업을 올시즌 처음부터 해나갈 것이고, 미국에 갈 때마다 그 자료를 넘겨주고 올 생각이다.
(5) 시카고 그리고 세렌디피티
원래 시카고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항공권이 마침 싸게 잘 나왔고, 마침 미국 법인도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30분 거리에 있다고 하여 방문할 겸 부사장님과 전무님도 뵙고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진행하는 도중에는 못 뵙고 올 것 같아서 아예 가는 걸 말씀 안 드리려고 했으나, 휴가를 쓰려면 어쩔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일정을 좀 바꿀 수 밖에 없었고.....
미국 법인을 잠깐 돌아본 후 부사장님과 공항 근처 쇼핑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진짜 미국은 땅 크기답게 음식 양도 엄청나게 많은 것이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우리나라처럼 접시 하나에 요리 하나가 나오는 게 아니고 그걸 2인분으로 갈라준다. 1인분 각각의 양이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샐러드 양의 2/3이고, 파스타는 딱 그 양이 2인분으로 나눠서 나오는데 거의 반씩 다 남긴 것 같다. 내가 반을 남긴거면 우리나라 보통 양을 먹는 여성들은 1/3씩 밖에 못 먹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대신 남는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간다고......
입국하는 날도 시간이 일러서 전날 저녁 비행기로 미리 시카고에 돌아왔는데 그때 탄 비행기 좌석이 창가여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시카고의 야경을 볼 수 있었고, 정말 미국의 야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 밤 중에 저런 불빛들이 나오는지~~~!!!!
[시카고 야경]
너무 늦게 도착해서 죄송했지만 그나마 다행히 주무시는 시간에는 지장이 없었고, 부사장님댁을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진짜 이런 단독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애들 놀이방을 지하에 아예 따로 마련해줘서 거기서 어질러놓던 말던 맘껏 놀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고, 1층 거실엔 벽난로도 있으며 2층에 모든 방이 있는 구조였다. 난 게스트룸에 묶었는데 거의 3성급 호텔과 비슷한 깔끔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게스트룸]
입국일에 부사장님댁 근처의 유명한 브런츠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 부사장님이 일리노이주 노스필드에서 살고 계신데 이 곳이 거의 잘 사는 동네라서 집들이 다 좋고, 분위기 자체도 상당히 안전해 보였다. 근처에 경찰도 많이 다닌다고 하고......
브런츠 레스토랑 바로 건너편에 다운타운으로 가는 기차역이 있었고, 마침 우리가 식사 후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참 기차역도 멋있고,동네도 조용하고 안전하니 정말 시카고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하루였다... ㅜㅜㅜㅜ
[아침 식사로 먹은 오믈렛, 이거 진짜 맛있었다!!! ㅎㅎㅎ]
[기차역]
회사에다 미국 여행을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사장님도 그랬지만 다른 직원분들이 자꾸만 거기서 좋은 남자 만나서 눌러살라고 농담을 던지셨는데 사실 나도 그런 인연이 나타난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없던 일이지만 나에게도 뭔가 비정상적인 구석이 있어서 그런가 우연이 여러번 겹쳐 필연이 되는 그런 인연을 여행지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정말 기쁘겠다 생각하면서.......
아는 언니 중에도 여행지에서 만난 분과 결혼을 했는데 그 분이 재미교포였고, 건너 건너 들은 분은 여행지 갈때마다 그리고 심지어 다른 나라 갈때마다 만난 호주인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가뜩이나 비현실적인 성향을 가진 내가 더더욱 꿈에 부풀지 않을 수가 없기도 한데다 애초에 결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으니 그런 핑계거리를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은 시카고 공항에서 템파로 이동하기 위해 국내선 청사로 갔을 때 눈에 띈 남성분이 한 명 있었다. 완벽한 미남형은 아니었지만 조용조용한 성격과(웬지)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호남형의 키가 큰 백인 남성분이었는데 비즈니스 때문에 다른 지역을 가는 것인지 말끔한 수트 차림이 더더욱 멋있어 보이는 분이었다. 사실 그 분을 보려고 본 게 아니라 템파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곳이 좀 바뀐 거 같아서 서성이다가(안내문에도 안 나오고, 안내 방송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서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 분이 나를 본 듯도....... 그렇게 비행기 시간이 다가왔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해당 입구로 이동하는데 그 분도 같이 이동하더니만 같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하긴 그 근처에서 봤으니 이건 그닥 우연이 아닐지도......
그냥 그렇게 괜찮은 사람같다는 생각만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고, 4일 후 일요일 오후에 다시 시카고로 돌아가기 위해 템파 공항 대기실로 들어갔다. 당시 오키나와에 가 있었던 주옥 언니와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고, 비행기가 연착된다는 불안한 메시지가 떠서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계속 통화하는데 멀리서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뭔가 낯익은 남성분이 보였으니 바로 시카고 공항에서 봤던 그 멋진 남성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때는 그 분이 나를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대놓고 쳐다본 게 아니기도 했고, 사실 나를 봤어도 눈썰미가 있지 않는 한 다른 인종이라 얼굴을 기억하기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야 뭐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니까 기억하는 것이고......
그래도 난 세렌디피티를 믿기도 하고, 사실 먼저 고백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 아마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우연도 3번이 겹치면 인연일지도 모르는데 만약 내 옆의 자리에 앉는다거나 다시 한번 만나게 되면 그때는 용기를 한번 내봐야겠다' 라고...... 안타깝게도 자리는 떨어져 있었던 것 같고, 그냥 난 또 그렇게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며 시카고 거의 도착할 때까지 졸기만 했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한 달여를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 분 생각이 난다. 만약 올해 7월에 내가 다시 미국을 갔을 때 이 분을 만나게 되면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정말 용기를 내볼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미 결혼했을지도 모르고(겉으로 보기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서양인들이 워낙 노안이라 20대였을지도),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니 또 이런 생각을 하며 그만두겠지...... 게다가 이번엔 밀워키 in - 피츠버그 out 이라 거의 0의 확률에 수렴할 듯 하다.
어쩌면 이 분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내 인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고 있고,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어쨌든 참 운도 좋고,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낸 여행이었다. 미국이 나랑 잘 맞는지 별 일 없이 좋은 일들이 더 많았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7월에 다시 미국 들어갈 때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만 가득했으면 좋겠고, 정호도 적응 잘하고 팀에 보탬이 되어서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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