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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Column

[2014 KBO] 시대를 앞서간 MVP Nominee - 강정호(Kang Jung Ho)

by ♥Elen_Mir 2014. 11. 20.

이 글을 써나가기에 앞서 이번 2014 한국프로야구 MVP 수상자인 서건창 선수 수상에 대해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필자 역시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니 불필요한 오해가 없길 바라고, 그저 한 야구팬의 의견이라고만 여기면 될 듯 싶다.




MVP(Most Value Player)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동안의 최고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의미이고, 그 기준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 야구의 역사는 기껏해야 30여년밖에 되지 않았기때문에 타 리그에 비해 신기록에 대한 목마름이 더 간절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소 감정적인 부분(아무래도 한국에 '情' 이란 문화가 있으니 더더욱)도 평가 대상에 고려될 수도 있어보인다. 어찌보면 우리 나라의 문화적인 정서가 이렇게 형성되어 있고, 본인도 감정적인 동물이기에 충분히 수긍이 갈 만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강정호 선수의 MVP 수상 결과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필자 본인이 강정호 선수의 팬이기도 하지만 나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팬 중의 한 명으로써 여러가지 지표를 볼 때 이런 자그마한 의견 표출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012년 MVP도 수상 결과와는 달리 브랜든 나이트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파울볼 어워드를 할 때도(MLB 방식처럼 1~3위까지 선정) 난 그 3위 안까지 정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위-나이트, 2위-박병호, 3위-김태균)


그런데 올해는 정호의 성적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부상때문에 공백기가 약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근거를 이제부터 써내려가보겠다.






[최근 5년간 MLB MVP 순위 및 기록 -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야구의 통계는 쉽게 말하면 크게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 매트릭스(Sabermetrics) 스탯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 스탯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수, 도루 등등 현재 자주 사용되고 있는 기록들을 말하고, 세이버 매트릭스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야구 통계 방식 중 하나로 이런 기본적인 클래식 스탯을 보완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요즘 한국 야구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OPS(장타율+출루율)나 피타고리안 승률도 사실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나온 스탯 중 하나이다.


사실 필자도 여전히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서는 어렵고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 현재 그저 개념을 잡아나가는 정도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서 충분히 설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이버 스탯을 접하면서 느낀 건 선수나 플레이 등등 기록으로는 반영할 수 없는 느낌적인 부분들이 그 스탯으로 표현이 된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예를 들면, 타율이 높은 선수도 물론 좋은 선수지만 더 많이 출루하고,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해내는 타자들이 더 훌륭해보이고(OPS), 이 투수는 매 경기 던질때마다 효율적으로 타자를 승부하고, 좋은 로케이션을 보여주는데 의외로 방어율이 높은 것이 팀 동료 수비수들의 수비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걸 수치화시킨 세이버 스탯이 있다는 것에(BABIP, FIP)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물론 세이버 스탯이 만능도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연구되고 있고(OPS보다 조정OPS나 GPA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 등등), 미국에는 세이버 매트리션이 이 스탯 하나하나를 가지고 토론하고 싸우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다.



MLB기자나 선정 위원들은 이런 부문별 시상 투표를 할 때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 스탯을 함께 보며 해당 선수의 가치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한다. 상단의 저 표를 보면 경향성이 같은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WAR과 OPS가 좋은 선수들이 MVP로 선정되었다. 물론 둘 다 높은 경우보다 한 쪽이 높은 경우가 더 많은데 아마도 그 차이는 포지션별 가중치를 좀 둔 것으로 보인다. 1루수보다는 3루수가 더 가치있고, 지명타자보다는 중견수를 더 높은 가치에 두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2014년 AL를 보면 마이크 트라웃과 빅터 마르티네스의 경합에서 트라웃이 승리하였다. OPS는 빅터가 좀 더 높지만 지명타자라는 핸디캡, WAR 등에서 트라웃이 밀린 모습이다. NL는 커쇼가 스탠튼, 맥커친과 경합하여 승리했는데 부상으로 다른 해와는 달리 다소 적은 이닝을 소화하기는 했어도 압도적인 WAR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여기서 다룰 건 타자라 스탠튼과 맥커친을 비교해보면 포지션은 같은 외야수라 제쳐두고 보면 비율 스탯이 다소 더 좋고, 투수친화적인 구장을 사용하는 스탠튼에게 더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2013년 AL에서 WAR은 트라웃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포지션상으로 더 힘든 자리를 맡고 있는(수비력 논란은 차지하고) 미겔 카브레라에게 더 점수를 준 것 같고(물론 OPS는 미기가 더 높다.), NL는 골드슈미츠가 맥커친보다 비율스탯에서 다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수비 부담이 더 있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플러스 된 맥커친이 영광을 안았다.


다른 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경향을 띄고 있어 보인다.







[2014 KBO MVP 후보 - 출처 : KBREPORT, istat2 ]



일단 투수쪽 기록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앤디 밴 헤켄과 밴 덴 헐크 모두 올해 개인적으로도 팀 차원에서도 굉장히 큰 공헌을 한 선수들이다. 세부 스탯은 헐크가 조금 더 좋아보이는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WAR과 FIP에서 헤켄이 압도적이라고 보인다. 게다가 밴 헤켄은 헐크의 소속팀 홈구장보다 더욱 더 타자친화적인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대구구장 올해 파크팩터가 투수친화구장에 더 가깝기도 하고) 

그래서 헤켄의 '0표'는 더욱 더 아쉽다. 클래식 스탯만 봐도 방어율 차이가 좀 있다고 하지만 저 35.2이닝의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번도 거르지 않고 31게임에 선발등판한 공이 더 크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부디 골든글러브에서는 헤켄의 이 공로를 선정 위원들이 더 세밀하게 봐줬으면 싶은데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된다.

멍2안들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 메이저리그 공식을 그대로 대입해보면 압도적인 WAR, OPS, GPA, RC/27 등등 강정호의 승리다. WAR 1.8과 OPS 0.210의 차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이고, 다른 세이버 스탯도 대부분 강정호가 1위이다. 그렇다고 클래식 스탯이 떨어지냐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 강정호의 클래식 스탯 상위 순위


 BA     .356         4위

 HR      40개        2위

 RBI      118         3위

  R       103         5위

 OBP    .459         2위

 SLG     .739        1위

Double  36개       3위

  BB      68개       8위






세이버 매트릭스 통계 사이트로 서서히 발전해나가고 있는 KBREPORT에서의 시즌 MVP도 단연코 강정호였고, 유격수 프리미엄을 얹지 않아도 올해 최고의 타자는 강정호였다. 어쩌면 올해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하면 이번이 KBO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었을 수도 있어서 더 아쉬운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 모두 제외하고도 가장 아까운 시즌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세이버 매트릭스를 잘 모르는 팬들이라고 하더라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팬들은 이 스탯에서 아주 명쾌한 정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게 바로 세이버 매트릭스 스탯의 최대 장점이고, 우리나라도 더욱 더 세분화된 기록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보인다. 




사실 메이저리그도 세이버 매트릭스를 받아들인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야구는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일 뿐이지,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라며 폄하하는 사람도 많았고, 특히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많은 반발이 있었다. '머니볼' 이란 영화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는 부분이고, 이 흐름을 바꿔준 것도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이었다. 한 공장의 수위로 일하며 밤낮없이 연구했던 빌 제임스의 성과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인정을 받았고, 오클랜드의 성공 이후 빅마켓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이버 매트릭스를 받아들인 시점에 이르러서야 활성화될 수 있었다.


그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LB도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한국 야구도 사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야구팬들 중 일부는 서서히 세이버 스탯을 받아들이고 있고, 일부 구단들도 고과 산정 시에 자신들에게 맞는 세이버 스탯을 차용하고는 있지만 MVP 시상, 골든글러브 등등에 관여하는 야구 기자나 관계자, 선정 위원들은 클래식 스탯마저도 제대로 평가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고, 골든글러브는 사실 선정위원 자체가 참 문제가 많기도 하다.


MLB처럼 세이버 매트릭스를 받아들이고, 채점 방식도 점수제(1등 5점, 2등 3점, 3등 1점 이런식으로...)로 바꿔야 하며, 선정 위원들도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로 다 꾸려져야 그나마 투명하고 납득이 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릇된 애국심은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이고,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시대를 앞서나간 MVP 후보 강정호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보고 싶었다. 설령 플루크 시즌이었다고 해도, 타자친화적인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2014시즌 가장 가치있는 선수, 가장 잘한 선수는 강정호 선수이고, 유격수라는 가장 힘든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이룬 성적이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소 안좋은 모습을 노출하기는 했어도 일시적인 문제라고 보고,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해나갈 그 잠재력을 믿어본다.


KBO에서 못 이룬 꿈, MLB에서 꼭 이루기를 바라고, 필자도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팬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 덧)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한 스즈키 이치로가 2004년 262안타로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오랜만에 깨진 기록이라 환영했던 느낌이었는데 이 당시 실제 MVP 수상자는 애너하임(에인절스 전신)에서 뛰고 있던 블라드미르 게레로였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이치로가 MVP를 수상했을것이라 확신하는데 MLB는 모든 비율스탯에서 우위를 보였던 게레로의 손을 들어줬고, 실제 이치로는 MVP 투표에서도 7위에 그쳤다.


이치로의 WAR은 굉장히 높지만 그에 반해 OPS와 홈런, 타점수가 너무 떨어져서 순위가 많이 밀려난 듯 싶다. 의외는 3위로 그친 매니 라미레즈인데 당시 게레로가 더 팀에 큰 공헌을 했고, 더 가치있는 선수로 심사위원단은 판단한 모양이다. OPS 차이에 비해 WAR 차이가 너무 크다고 여겼던 듯...


어쨌든 MLB는 그 해 가장 가치있는 선수를 판단함에 있어서 신기록은 마일스톤의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여기고 있고, 오히려 전체적인 기록과 팀 공헌도에 더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4 AL MVP Vote Ranking


   1. 블라드미르 게레로(Vladmir Guerrero, ANA)  :  WAR 5.6    39 HR    126 RBI    124 R    .337 / .391 / .598    OPS .989

   2. 게리 쉐필드(Gary Sheffield, NYY)               :  WAR 4.2    36 HR    121 RBI    117 R    .290 / .393 / .534    OPS .927

   3. 매니 라미레즈(Manny Ramirez, BOS)          :  WAR 4.1    43 HR    130 RBI    108 R    .308 / .397 / .613    OPS 1.009

   ........

   7. 스즈키 이치로(Suzuki Ichiro)                      :  WAR 9.1      8 HR     60 RBI     101 R    .372 / .414 / .455    OPS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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