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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카르마와 다르마, 큰 그림 속의 단편들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스포 有)

by ♥Elen_Mir 2014. 6. 25.

[2011.07.19 작성]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2011)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9.3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헬레나 본햄 카터, 로비 콜트레인
정보
판타지, 어드벤처 | 영국, 미국 | 131 분 | 2011-07-13
글쓴이 평점  




중학교 때 친척 오빠의 생일 선물로 받은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삶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 책을 보며 세상에는 이리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으며 그것에 얽힌 정보들을 얻게 되는 것이 좋았고, 지금도 그런 류의 소설과 영화 등을 좋아한다. 바로 '퇴마록' 이라는 판타지 소설이었고, 국내편부터 말세편까지 19권의 책은 나의 학창 시절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거기서 본 내용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구절이 바로 '카르마와 다르마'이다. 혼세편에서 영혼만 남은 마스터를 막기 위해 각각 등장 인물들이 중국, 인도, 티벳, 파키스탄 등으로 떠나면서 인도에는 준후와 승희가 가게 된다. 하지만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서 준후와 승희가 인도에서 위기를 맞을 때 준후가 승희에게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인도 말로 '카르마'와 '다르마' 모두 정해진 운명이기는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카르마'는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이고, '다르마'는 그 정해진 운명 속에서의 길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르마'는 이 사람이 언제 죽는다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다르마'는 내가 어떻게 죽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운명론과도 전혀 무관할 수 없는 내용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오는 듯 하다. 사실 난 이 시리즈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더 선호했었지, 그것에 비교해서 이건 너무 애들 장난같은 느낌이 든 시리즈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라고 처음에는 별 거 아닌 퍼즐 조각들이 모여 마지막 '죽음의 성물' 시리즈 에서 극대화된다.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가 어째서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통할 수 있는지, 해리 포터의 엄마인 릴리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스토리, 그리고 등장인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 등등 이 한 편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만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덤블도어가 죽음의 성물 1에서 세베루스에게 죽임을 당한 후 해리 포터에게 남은 나머지 죽음의 성물을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죽음의 성물은 볼드모트의 영혼이 남겨진 톰 리틀의 일기장, 마볼로 곤트의 반지, 슬리데린의 로켓, 후플푸프의 잔, 래번클로의 보관(왕관), 내기니(볼드모트의 뱀)와 해리 포터와 관련된 것 이렇게 7가지의 호크룩스이다. 죽음의 성물 2에서는 후플푸프의 잔, 래번클로의 왕관, 내기니, 마지막 호크룩스 이 네 가지를 찾아내서 파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후플푸프의 잔은 해리 포터가 목숨을 구해준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찾아내지만 그 도깨비가 마지막에 배신을 하는 바람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위기를 겪게 되고, 결국 금고를 지키고 있던 괴물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괴물이 내뿜은 불로 인해 은행에 있는 모든 도깨비들이 죽임을 당하며 물론 배신한 도깨비도 함께 죽임을 당한다.

 

래번클로의 보관은 호그와트 마법 학교 안에 있는 것으로 덤블도어의 동생 애버포스에게 찾아가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이 과정에서 어릴 때 죽은 덤블도어와 애버포스의 여동생이 네빌을 데리고 오고 그의 도움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 통로로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덤블도어가 죽은 후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교장이 되었고, 해리가 학교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해리는 친구들과 남은 교수들의 도움을 통해 세베루스를 도망치게 만든다.

그 때 볼드모트가 해리를 내놓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지만 해리의 친구들과 스승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전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는 바실리스크의 독으로 후플푸프의 잔을 파괴하고, 해리는 래번클로의 보관을 찾아내어 파괴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볼드모트는 세베루스와 만나 왜 자신이 가진 딱총나무(절대적 힘을 가진) 지팡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냐며 추궁한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원래 주인을 죽인 사람에게 복종한다고 하는데 그 주인이 덤블도어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는 덤블도어를 죽인 세베루스를 다시 죽이면 지팡이의 힘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세베루스를 죽인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해리는 세베루스가 죽기 전 그의 눈물을 받아 마법으로 그의 일생을 보게 되는데 엄마 릴리에 대한 사연을 모두 알게 된다.

 

그 전 시리즈부터 세베루스는 해리 포터에게 참 모질게 굴었다. 아빠를 닮아서 매번 사고나 치고 다닌다며 혹독한 말을 많이 쏟아내기도 했는데 왜 그가 해리에게 그랬는지 그 때는 알 수 없었다. 그냥 해리 아빠에게 많이 놀림을 받았구나 이 정도로만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으나......

실제로는 해리의 엄마 릴리를 어릴때 처음 봤던 때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했고,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릴리가 마법 학교에 들어가 다른 반에 배정됐을 때도, 해리의 아빠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을 때도, 릴리가 해리를 구하기 위해 희생되었을 때도, 해리가 처음 마법 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해리가 여러가지 위기를 겪었을 때도, 마지막에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었고, 그런 그녀의 눈을 닮은 해리를 마음으로는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이 대목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몰라준 사람인데 어쩜 그럴 수 있는지, 나 같으면 힘들겠지만 그냥 잊은 후 다른 사람 만나고 그랬을텐데 어쩜 그렇게 힘든 길을 갔는지 너무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왜 그렇게 바보같을까...... 세베루스가 그래서 항상 어두운 기운이 가득했었던 것 같고, 이제서야 그가 불쌍하고 안타깝고 이해가 된다.

 

반면 해리의 헌신적인 멘토였던 덤블도어는 해리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동생 애버포스가 해리에게 왜 그렇게 그를 믿냐며 그는 대의를 위해 작은 것들 쯤은 희생시키는 사람이고 그 여동생이 그러했다고 그렇게 타박을 한다. 뭐 애버포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을 사랑했고 그를 위한 일들을 했던 건 해리와 마찬가지였던 듯 하지만......

대의를 위해 덤블도어도 세베루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는데 참 정말 지독한 사람 맞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해리는 결국 볼드모트에게 죽어야 할 운명이라고 말하고, 그 때 세베루스가 해리를 비유하여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돼지였냐고 추궁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대목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은 볼드모트와 해리가 맞서게 되고, 볼드모트의 공격으로 인해 해리는 그렇게 죽는 것 같았다.

마치 천국같은 느낌의 흰 배경을 가진 곳에 해리가 누워있다 일어난 후 그 옆 벤치 아래서 흉측하고 조그마한 사람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그 곳에서 덤블도어와 재회하게 되는데 그 괴로워하는 사람이 성물의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즉, 해리를 지키기 위해 엄마 릴리가 볼드모트에게 반항하면서 볼드모트의 일부 영혼이 해리에게 들어갔고, 이것이 해리와 볼드모트가 통하게 된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볼드모트의 영혼, 마지막 7번째의 성물이 볼드모트의 손에 파괴되고 부활의 돌을 가졌던 해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살아난다.

 

이 때 다시 볼드모트 측과 해리 측의 전쟁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볼드모트와 떨어져있던 내기니는 네빌이 내려친 검에 죽게 되면서 7가지의 호크룩스가 모두 파괴된 볼드모트는 힘이 약화되어 해리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이렇게 이 장대한 시리즈는 끝이 났다.

 

나중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결혼하고, 해리도 지니와 결혼해서 나중에 아이 둘씩 낳아 그 아이들을 마법 학교로 보내는 씬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웃긴 부분이기도 했으나 그래도 해피엔딩이 좋다고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즘 힘든 일들이 있어서 그냥 기분전환 삼아 가볍게 본 영화였는데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해리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사람이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해리의 적이었던 것 같은 사람이 소리 없이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는 것, 세상은 절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쉽지 않다는 것, 모든 일 이면에는 다른 점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 등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해리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운명, 즉 카르마를 타고 났었던 것 같으나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하면 명예롭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세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찰하고 노력하며 '다르마'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갔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죽게 되겠지만 죽기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 분노로 가득찬 마음을 가지고 지내고 있지만 반대로 내가 타인의 불행을 빌면 나에게 왔던 복도 되돌아가서 그 타인에게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하여 이러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고, 선한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과연 이런 마음을 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만드시는 것 같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주신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인가, 잘 헤쳐나가고 있는가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처럼 큰 그림 속에서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요소요소를 채워나가야 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여기서 더한 시련이 없기만 바랄 뿐, 지금의 부질없는 짧은 감정들을 빨리 털어내고 나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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