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에 올린 글...>
팀이 한 시즌을 치루면서 오는 위기가 6번이라고 하죠. 4월에 이미 한 번의 위기를 넘었고, 이번이 2번째 오는 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제3자 입장에서 보시는 김정준 위원의 말씀이 일리가 있었죠.
휴식 후 맞이한 두산과의 잠실 3연전 때 2승 1패의 위닝시리즈를 했지만 그 경기들에 너무 집중을 했던 바람에 타격 사이클은 점점 하락세로 들어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넥센이란 팀은 투수력보다는 타력이 강점이기 때문에 타격에서의 위기가 곧 팀의 위기와 직결된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거기에 더해 어제 경기도 지면서 2연패를 달리고 있었지요.
그런 상태에서 롯데와의 5차전 경기가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어제 저만 해도 경기 후 조금은 지친 서건창을 하위타순으로 내리거나 백업을 이용하면서 라인업을 대폭 변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하지만 오늘 나온 라인업은 어제와 변화는 없었습니다.
대신, 오늘은 초반부터 벤치에서 적극 개입하더군요.
#1. 1회말 공격 1번타자 장기영이 기습 번트를 대고 내야안타로 1루에 출루합니다. 여기서 처음에는 서건창에게 번트 사인을 주었던 것 같으나 볼카운트를 이용하여 작전을 교란시켜 오히려 장기영의 도루 타이밍을 벤치에서 잡아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무사 2루에서 서건창의 내야 땅볼로 1사 3루가 되고, 이택근의 빗맞은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김정준 위원 왈,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땐 선취점을 먼저 올리고 가는 것도 좋다고 하셨고, 넥센 벤치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2. 크리스 옥스프링은 지난 번 사직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제구력이 무척 좋았습니다. 최근 좋아진 커터때문에 커브까지 함께 살아나는 효과를 누리며 아마 삼진을 7개인가 잡았지요? 물론 투구수가 다소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팀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내려갔습니다.
여기서, 그 좋은 옥스프링을 상대로 서건창이 10구인가 11구까지 던지게 한 끝에 안타를 기록하며 완전한 바닥은 찍고 이제 서서히 올라오려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몸쪽 직구(제 기억엔;;)를 당겨쳐서 1~2루 사이로 뺀 안타기는 했는데 간만에 좋은 타구질이 나왔거든요.
김 위원 말씀을 빌자면 건창이가 일단 생각이 너무 많고, 타격폼이 좀 바뀌면서 타구 궤적이 좋지 않아졌는데 다시 시즌 초반으로 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택근은 타격 준비 자세부터가 전혀 타이밍이 안 맞는 거 같던데 김정준 위원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나마 마지막 타석에서의 안타는 정말 간만에 보는 제대로된 타이밍의 안타였습니다.
병호는 홈플레이트에서 다소 떨어져 타격을 하며 아예 바깥쪽을 버리는 위주의 타격을 하고 있는데 그게 과연 옳은 방법인지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바깥쪽 공도 밀어서 넘길 수 있는 타자기는 하지만 아예 바깥쪽 제구가 잘 되는 배터리는 그 부분을 십분 활용해 그냥 똑딱똑딱 안타만 맞는 식으로 막고 있으니까요.
이성열은 흠... 오늘 할 말이 없더군요.
웬만하면 뽕열이에게는 자비심을 베풀고 싶은데 오늘은 진심 화나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본인만의 스윙을 버리면 안되기는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쳐야지, 자꾸 스트라이크존에서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손대니 그게 당연히 배트에 맞을까요;;;
#3. 반면 오늘의 MVP 강정호는 미덥지 않은 모습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자기 밥값은 해줍니다. 2번째 타석에서의 2점 홈런과 마지막 타석에서의 2루타....
투런 홈런을 만든 공은 142km 정도의 가운데 약간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커터였고, 실투긴 했지만 그래도 잘 노려서 펜스 중앙을 넘겼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의 2루타도 실투였습니다만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끝까지 감아서 2루타를 치면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지요.
물론 수비도 좋았습니다. 2회였던가, 3회였던가 상대팀의 더블 스틸 작전이 나왔을 때 허도환의 송구를 앞에서 잘라 홈으로 바로 송구하여 팀의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이후 더블플레이들도 잘 처리했고요.
아까 김정준 위원께서 오늘의 키 플레이어로 이성열, 김민성 이 라인을 언급해주셨는데 사실 롯데 배터리가 이 라인을 상당히 잘 막았었습니다. 뽕열이는 앞에 언급했으니 넘어가고... 김민성도 오늘 옥스프링의 제구에 많이 막힌 모습이었고, 뒤이어 나온 정대현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무사 1,2루에서의 작전을 아주 잘 소화해줍니다. 슬래쉬인지 알았는데 인터뷰에서 보니 원래 작전은 앤드 런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다 민성이도 오늘 수비 참 잘했고, 3루 수비도 이제 꽤 자신있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게 바로 올 시즌의 소득이겠죠... ^^
#4. 오늘의 배터리는 솔직히 조금 불만스럽긴 했습니다. 김정준 위원은 오늘 포수 리드 쪽으로 포커스를 두고 해설을 하셨는데 물론 볼배합을 투포수 상의해서 함께 하는 겁니다만 상대팀 타자들이 어느 코스, 어느 구종에 강한지 모르는 건 아닐텐데 너무 안일하게 들어갔다고나 할까요...
지난 사직 경기 때 김영민은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하다가 4실점을 한 후 직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바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초반부터 직구 위주의 볼배합을 하다가 점점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하던데 그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만, 박종윤과 만루 상황에서의 황재균에게 한 승부가 전 맘에 안 들었습니다.
물론 박종윤이 긁히는 날에는 낮은 공보다 조금 높은 딱 스트라이크성 위치의 공도 잘 치지만 이렇게 특징이 뚜렷한 타자에게 스트라이크 낮은 코스로의 승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에서 높은 바깥쪽의 코스로 승부를 했다면 4안타 중 2안타만 맞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또한 만루 상황에서의 황재균에게 한 볼배합도 문제가 많았죠. 이 때는 송신영과 허도환 배터리였는데요. 계속 바깥쪽 유인구로 승부를 하던데 그것까지는 좋습니다만 한 쪽만 하는 승부는 타자들이 더 쉽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물론 신영언니의 계산 혹은 배터리의 계산과 황재균의 타격 스타일을 조합한 승부였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 중에 최소 하나의 공은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이나 아예 떠오르는 공을 던진 후 다시 바깥쪽으로 승부를 갔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5. 오늘 또한 보면서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한현희가 변화구 하나 없이 직구로만 승부해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아마 20개 좀 안되게 던졌을텐데 정말 말 그대로 141 ~ 147까지 나오는 직구만 던지더군요. 게다가 손아섭이 마지막 타자였고, 손아섭에게도 모두 직구를 그것도 마지막 공은 높은 실투성의 141짜리 직구였는데 좌익수 플라이로 그쳤습니다. 오늘 손아섭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는데 말이죠. 물론 성공했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변화구도 좀 섞어가면서 던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포기한 부분이 이정훈이었는데... 역시 아무 생각없이 맘대로 하시라며 보면 알아서 잘 막아주는군요.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지는 통에 저 양반이 초구부터 저러면 나중에 어쩌시려고 그러나 싶었더니만 직구가 낮게 로케이션이 잘 되면서 잘 막았습니다. 당근 호수비도 있었지만요...
이렇게 다행히 3연패는 당하지 않으면서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2번째 위기가 끝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 우리는 밴 헤켄이 나올거고, 상대팀은 에이스 유먼인데 과연 이 타선으로 유먼에게 점수를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일도 벤치에서 적극 개입해야 하지 않나 싶고, 만약 내일 경기를 잡고 싶다면 밴 헤켄이 오랫동안 최소한의 실점으로 잘 버텨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요일 경기 때 너무 안좋은 모습을 노출해서 그렇기는 한데 내일은 좀 더 영리한 투구를 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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