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3. 18 작성]
나에게 선물하는 11박 12일의 일본여행 -- (9) 가고시마(鹿兒島)
한국으로 돌아가기이틀 전. 26일의 일정은 일본 큐슈[九州(きゅうしゅう)]지방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鹿兒島)라는 섬이었다. 사실 이 곳도 제대로 돌아보려면 못해도 3박 4일 일정으로 와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1박(공항)-2박(관광)-3박(전훈구경) 이러니 실제적으로 관광이 가능한 시간은 이 날 딱 하루였다. 그래서 도쿄 일정을 좀 줄이고 며칠 미리 왔었어야 했나 하는 아주 짧은 후회감도 들었고......
전날 했던 고생과 스트레스, 9일 동안의 피로감이 내 몸을 짓누르고 있었던 터라 호텔에서 늦게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이 6~7시간 정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쿠라지마(櫻島) - 가고시마 수족관(鹿兒島水族館) - 센간엔(仙巖園) - 덴몬칸(天文館) 정도만 가는 걸로 계획을 세웠으나 사쿠라지마(櫻島)와 가고시마 수족관(鹿兒島水族館)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잡아먹어서 센간엔(仙巖園)은 다녀오지 못했다.
일단 가고시마추오(鹿兒島中央)역의 Information center로 갔고, 안내 직원에게 '이 곳에 1 daypass가 있다는데 맞느냐? 얼마냐?' 라고 물어보니 한국어로 된 시티뷰 버스 노선을 보여주며 어느 코스를 이용하겠냐고 되물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워터프론트 코스를 이용하겠노라' 고 하니 600円짜리 시티뷰 버스 티켓과 한국어로 된 가고시마 코스 가이드를 함께 주었고, 버스 정류장까지 친절히 알려주었다.
일단 사쿠라지마(櫻島)에 가기 위해 가고시마항(鹿兒島航)에서 하차하여 훼리선착장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족여행할 때 배는 좀 타보긴 했었는데 그 이후 정말 오랜만에 훼리를 타보는 거라 기분이 좀 설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어쨌든 훼리 안은 정말 안락하고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실 밖으로 나가 바닷 바람을 쎄고 싶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건 좀 힘들 거 같았고, 사쿠라지마(櫻島)가 잘보이는 큰 창 쪽에 앉아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했다.
약 10~15분 정도 후 사쿠라지마항(櫻島航)에 도착하였고, 150円의 교통비는 훼리에서 내린 후에 내면 된다. 이 당시 시티뷰 티켓에 껴 있던 종이를 잘 살펴봤어야 했는데 정신없이 그냥 돌아다녀서 쿠폰이 있는 것을 집에 와서야 알았다.-_-;; 왕복쿠폰이 다 있어서 120円씩 240円으로 아낄 수 있었던 거였는데.... 이거 외에도 가고시마근대문학관(鹿兒島近代文学館), 가고시마메르헨관(鹿兒島メルヘン館), 가고시마수족관(鹿兒島水族館)의 할인쿠폰이 있었다. 진짜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닌건지......
어쨌든 가이드도 제대로 안보고 무작정 온 것이라 뭔가 정보를 얻을 곳이 필요했고, 가이드를 보니 사쿠라지마 관광객센터가 있는 것으로 나와 이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항구 인포데스크 직원에게 "tourist center가 어디냐" 라고 물어봤으나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현지인들은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라고 하는 거 같았다. 방문자 센터라니.... 험...;;;; 어쨌든 그 곳을 찾아가면서 길을 잘 못 든 것인지 복지관 같은 곳으로 갔고, 그 옆에 레스토랑이 있어 그 곳 직원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또 못 알아들으시고.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무작정 걍 가보자 하면서 가다보니 사쿠라지마 바다낚시공원(櫻島海釣り針公園)이 나왔고, 낚시터쪽으로 들어가니 거기 주인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돌아봤더니 뭐라고 막 이야기를 하시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그냥 구경하고만 간다는 제스처를 취하니 알았다고 들어가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입장료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 어차피 낚시할 것도 아니고,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으니 그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정처없이 가다보니 용암나기사공원(鎔巖なぎさ公園)이 나왔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도를 대충 본 관계로 족탕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나중에 비지터센터에서 이야기 듣고 나왔을 때 아까 왔던 곳이라는 걸 알았을 뿐. 비만 안오면 어차피 발이 정상이 아니었으니 족욕이나 하고 와도 되었는데 비가 와서 그냥 손에만 적셔보고 왔다. 확실히 따뜻하고 좋았다는...;;;
용암나기사공원(鎔巖なぎさ公園)을 지나 나기사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니 용암해변도로로 접어든 거 같았고, 비가 많이 와서 앞을 잘 볼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에 밟히는 검은 물질이 흙이 아닌 화산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궂은 날씨에도 가라스지마 전망대까지 걸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 걷다가 다시 산책로를 따라 돌아오고 말았다. 비바람도 몰아친데다가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_-;;;
되돌아오니 보이는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 여기서 좀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더니 한국인 직원분이 계셔서 사쿠라지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자전거를 못 타기도 하고, 차를 렌트하면 좋은데 장롱면허인데다 국제면허증도 없었고, 더욱이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지라 더 불안했기 때문에 걸어다녔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더니 어떻게 거기까지 걸어갔냐면서 용기를 북돋워주는;;;;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코스를 알려주고, 버스도 알아봐주고 그랬는데 시간상 버스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마침 우리 연아가 경기를 하고 있었기도 해서 그 직원분과 함께 연아 경기를 보기로 했다. 사실 연아는 못 보고, 그 다음에 나왔던 선수들만 봤는데 어쨌든 그 분이 연아 퍼펙트했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나라도 안봐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는......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에는 사쿠라지마에 대한 소개와 용암 분출 장면, 그리고 그 과정, 마그마가 굳어 생긴 암석들, 분출횟수, 용암분출로 인한 바닷가에 사는 생물현황, 화산활동 후의 사쿠라지마(櫻島) 변천 모습, 지형도 등과 관광코스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나 말고도 생각 외로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갔는데 그 중 한국인도 꽤 있었더라는;;;;
그 직원분이 나보다 나이가 한살 정도 적었는데 일본에 유학왔다가 같은 유학생과 결혼을 해서 가고시마(鹿兒島) 시내에 살고 있다고 했다. 훼리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훼리는 쉰 적이 없다면서 태풍이 왔을 때도 다녔다고 했고, 아이들도 벌써 둘이나 있으며, 이렇게 자리를 잡고난 후 지금은 동생도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정말 어찌나 부럽던지......
나중에 나이들면 여기 와서 살기 참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조용하고 사람들도 착하고 해서 정말 살기 좋다고 하더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분이 화산재를 작은 병에 담고 있었는데 기념품으로 100円이라고 하셔서 얼마 안되길래 하나 구입해 가지고 왔고, 담아준 저 봉투는 이 지역의 초음파라고 한다. 정말 작은 것 하나하나에 세심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그 분과 수다를 떨고 가니 좀 기운이 나는 거 같았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좀 잦아드는 느낌이었다. 레인보우비치 해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서서히 사쿠라지마 화산(櫻島火山)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고...... 이 곳의 전망대는 아무 곳도 가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사쿠라지마 화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과 사진으로 찍어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사쿠라지마 화산(櫻島火山)은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며, 지금도 이 아래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떠나기를 원하지 않아서 마그마가 분출되면 바다로 빠질 수 있게 미리 조치를 취해놨다고 한다.
레인보우비치 해변이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사용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담하지만 참 이쁜 곳이었다. 모래도 곱고......
어째 해변가만 돌아다닌 거 같지만 여기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기에 다시 훼리를 타고 가고시마항(鹿兒島航)으로 돌아가야 했다. 비가 어느 정도 멈춰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쿠라지마(櫻島)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그때는 아예 패키지로 신청해서 쭉 돌아보고 싶다.
가고시마항(鹿兒島航)에 도착한 후 다음 코스인 가고시마수족관(鹿兒島水族館)으로 갔다. 지도 볼 필요도 없이 항구에 길 안내가 잘 되어있으니 그 것을 따라가면 된다. 일단 입장료가 1,500円이나 된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지만(할인정보를 잘 봤어야 했는데;;;;) 실제로 돌아보니 규모도 굉장히 크고, 볼 것도 많아서 본전 이상을 뽑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플래쉬를 터뜨리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 대형수족관에 들어갔을 땐 플래쉬를 막 터뜨리며 찍었더니 저 생물체가 의식하는 듯 했다. 아이고~~ 미안해라..;;;; 플래쉬 금지 안내판을 본 후엔 절대 터뜨리진 않았지만.......
더 많은 물고기들과 대형어항 등이 있었지만 여행의 후반에 올수록 집중력은 떨어져있었고, 리뷰를 쓰면서도 거의 후반에 다다르니 마찬가지.
그래서 잠시 쉬자 생각하고 휴게실 쪽으로 올라갔고,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을 뽑아서 의자에 앉아 사쿠라지마 화산(櫻島火山)을 아무생각없이 감상하였다. 진짜 여기서 사쿠라지마 화산櫻島火山)이 제대로 보이더라니 휴게실 겸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곳 같았다.
휴식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하니 돌고래쇼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내가 털 없는 동물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바다표범, 물개, 펭귄 그리고 이 돌고래는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물론 먹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말도 잘 듣고, 하는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영특하기만 하다.
사실 동물원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이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기도 했다. 자연에서 맘껏 뛰놀지 못하고, 한정된 공간에 갇혀 누군가의 감독을 받는다는 느낌은 정말...... 물론 이 녀석들이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보면 좋으면서도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 크다.
돌고래쇼도 그렇고, 캐릭터샵도 그렇고 좀 더 자세히 보고 오고 싶었지만 시티뷰 버스 시간 때문에 급하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수족관에서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점점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휴...;;;;
어쨌든 시티뷰 버스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덴몬칸(天文館)으로 갔다. 여기도 하라주쿠나 시부야, 오모테산도 이런 거리처럼 번화가 겸 쇼핑가라고 보면 될 듯 싶은데 그래도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담함과 개성이 돋보이기도 했다. 사실 여기서 채연이 선물을 사려고 그렇게 돌아다녀봤는데 아기용품 관련해서는 별로 없기도 했을 뿐더러 맘에 드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걍 덴몬칸(天文館) 분위기만 느껴보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100엔샵에서 클렌징폼과 머리띠, 화장솜 등 필요한 생활용품만 사가지고 시티뷰 버스승강장 쪽으로 갔다. 분명히 그 전에 내려준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했는데 정류장이 내가 서 있던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또 그렇게 한참 헤맸고, 사람들도 승강장이 어디인지는 잘 몰라서 결국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래서 또 물어보니 노면전차가 가고시마추오(鹿兒島中央)역까지 간단다.
이번에는 방향을 잘 찾았는지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3개 역 정도 가면 바로 역이라고 하더라. 휴~~ 도대체 이번 여행 기간동안 얼마나 헤매고 다니는건지...;;; 분명 길치는 아니고 지도만 잘 못 보는 것 뿐인데 역시 체력부족으로 인한 집중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기회에 노면전차도 타봤으니 만족해야겠지.......
저녁을 라멘으로 해결하려고 역에서 둘러보았지만 내 눈엔 왜 이렇게 안 보이던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편의점에서 미소라멘과 생크림 롤케이크, 플레인 요구르트, 물을 구입하였고, 호텔에 들어가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도쿄(東京)는 그래도 나름 긴 시간을 투자하고 다녀왔지만 가고시마(鹿兒島)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너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정말 나중에 다시 한번 가야 될 듯 싶고, 더불어 다른 큐슈(九州)지방도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지만 항상 처음 가는 여행지들은 이런 아쉬움을 일부러 남겨놓고 오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방문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담긴 건지 하늘이 그렇게 만들어주시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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