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야구를 스포츠가 아닌 게임으로 본다. 그것도 확률 게임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수학이자 심리학으로 본다. 한쪽에서는 인체생리학으로 생각한다. 수학 공식이 가능하지만 심리 문제가 얽혀있고, 체력훈련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삶의 애환과 기쁨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녹아있다. 그래서 야구는 어쩌면 정의할 수 없는 불가능의 스포츠일지도 모른다. < 글=이상주 기자 sjlee@>
야구에서 한 팀은 1번에서 9번까지 있다. 타순을 정하는 방법은 몇가지일까. 답은 36만2천880가지다. 9명을 활용하는 방법은 '9!'로 계산한다. 즉 9X8X7X6X5X4X3X2X1=36만2천880이다.
야구는 두 팀이 하는 경기이므로 한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타순 방법은 무려 72만5천760가지(36만2천880X2)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가지가 안된다. 대개 프로야구에서 주전은 시즌중 크게 변하지 않는다. 상대투수에 따라 한 두명 타자가 바뀌는 게 고작이다. 그것도 1번 3번 4번 5번 6번 9번등 주요한 타순은 거의 변동이 없다. 새로운 타자가 라인업에 올라도 틈새 타순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 포수 진갑용은 올 해부터 3년동안 26억원을 받는다. 나이는 서른 셋. 이처럼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지난해 도루저지율 1위(0.396)라는 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포수의 능력을 가르는 기준중 하나는 2루 송구능력이다. 도루를 하는 주자를 잡기 위해 재빨리 볼을 뿌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홈에서 2루까지는 39m다. 포수가 2.0초 이내에 미트에서 볼을 빼 2루 커버를 하는 유격수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뿌리면 합격점이다. 그러나 2.0초가 넘어가면 생존하기 힘들다.
포수가 미트에서 볼을 빼 뿌리는 시간이 1.0초 전후이고 볼의 비행시간이 1.0초 가량이다. 볼의 비행시간은 현실적으로 단축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볼을 빼 던지는 동작을 최소화 시키는 게 포수들의 과제다. 준비동작이 0.9초 이내면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역대 포수중 가장 빠른 송구는 해태에서 은퇴한 최해식으로 1.60초다. LG 조인성도 빠를 때는 1.70초 전후였고, 삼성 진갑용도 한 눈을 팔아도 2.0초는 넘지 않는다. 박경완(SK)과 김상훈(기아)도 빠르고 정확한 송구에서 2위라고 하면 항의하는 선수다.
야수는 청각으로 수비를 한다. 외야수는 홈에서 70~80m 떨어진 곳에서 수비를 한다. 이렇게 먼 곳에서는 볼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 외야수는 "딱"하는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이미 소리가 났을 때, 즉 1초가 지났을 때 볼은 30m 가까이 비행하고 있다. 대개 초기 시속은 100km를 웃돈다. 이 볼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멀리 뻗을 지, 어느 각도로 비행할 지 알 수 없다. 타구의 괘적은 비거리가 달라도 처음에는 같은 포물선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 외야수는 타구음에 따라 경험적, 반사적으로 타구를 판단한다. 처음 공중에 뜬 볼을 보는 순간에 1초가 지나갔고, 연이은 1초내에 낙하지점을 예상해야 한다. 플라이볼의 비행시간은 3~7초 정도. 초기판단이 1~2초 늦는다면 10m 이상의 수비지역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투수가 와인드 업을 해서 뿌린 볼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초 정도다. 시속 150km대의 빠른 볼은 투수의 손을 떠나면 불과 0.4초 전후의 눈깜짝할 시간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약 1초 정도는 피칭 준비동작이다. 투수에 따라 와인드업에서 뿌리는 시간은 다양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선수는 잠수함 투수다. 일부 잠수함 투수은 2초 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정통파 투수들은 모션이 간결해 1초 이내에 던진다.
성 준 롯데 투수코치는 현역시절 2~3초 가량 걸렸다. 이강철(기아 코치) 전병호(삼성) 가득염(SK)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에 비해 선동열(삼성 감독) 박명환(LG)은 빨리 던지는 대표적인 선수다.
프로야구 준족으로 도루왕을 역임한 정수근(롯데)과 이종범(기아)의 100m 달리기는 11~12초다.
신세대인 두산 이종욱과 SK 정근우도 이와 비슷한 빠르기다. 1루와 2루까지의 거리는 27.43m다.
단순 계산하면 이들은 1루에서 2루까지 3.3초면 도달한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준비된 스타트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출발 후 3초쯤 지나야 베스트 스피드를 찾는다. 100m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의 모리스 그린(9초79)이나 서울올림픽 우승자인 칼 루이스(9초86) 같은 단거리 선수의 기록은 육상트랙에서 전용신발에 바람저항을 최소화하는 유니폼을 입고 뛴 결과다.
특히 마음과 몸으로 스타트를 준비한 상태다. 그러나 투수의 견제를 경계해야 하는 야구선수는 눈치를 보고 뛰어야 한다. 또 야구 유니폼에 야구 신발 등도 뛰는 데 최적의 여건은 아니다.
결국 야구장에서 자신의 베스트 기록을 찾는 것은 어렵다.
이론적으로 도루는 불가능하다. 100m를 12초에 달리는 주자라 해도 달리기에 탄력이 붙어야 1루에서 2루까지 3,3초에 뛸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된 동작이 아니기에 스타트 순간에 소요되는 시간이 0.5초 정도는 된다. 특히 몸의 중심이 2루 쪽이 아닌 1루쪽에 있으면 0.1초가 더 걸린다. 따라서 1루에서 2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3초가 아닌 3.8초 이상이 걸린다. 이에 비해 투수가 와인드업을 해 시속 150km로 뿌린 볼이 포수미트에 도착하는 시간은 1.3초다. 유능한 포수가 2루까지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다. 전체적으로 3.3초다. 결국 주자가 아무리 발이 빨라도 볼 보다는 0.5초 늦다. 수비수가 실수를 하지 않으면 세이프될 수 없다.
합법적으로 훔치기가 허용된 곳이 야구다. 지난해 두산의 이종욱은 5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SK 정근우도 45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도루의 성패는 투수의 모션 빼앗기에 있다. 주자는 투수의 눈을 보면서 리드를 계속한다. 유능한 주자는 베이스에서 3~4m를 2루쪽으로 앞서 나간다. 몸의 중심도 오른발에 옮겨놓으면 좋다. 또 4m를 리드하고 있으면 거리상 0.5초 정도 단축효과가 있다.
주자의 능력에 따라 0.6초는 세이브할 수 있다. 즉 1루에서 2루까지 뛰는 시간은 3.8초 이상이 아닌 3.2초까지 줄일 수 있다. 더욱이 투수가 시속 150km대 직구가 아닌 130km 대의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지면 대개 0.03초에서 0.12초가 더 걸린다.
여기에 포수가 던진 볼이 2루 베이스 30cm 높이가 아닌 옆으로 휘거나 높으면 태그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야수가 발을 30cm 이동하면 주자에게는 60cm 정도 달린 효과가 있다. 따라서 주자가 스피드, 스타트, 센스, 슬라이딩을 적절하게 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타자는 투수가 던진 빠른 볼을 칠 수가 없다. 계산상으로는 그렇다.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이다. 그런데 투수는 피칭때 몸을 홈쪽으로 2m 가까이 접근한다. 실제 볼의 비행거리는 16.44m 가량이 된다. 투수가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진다면 볼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0.4초도 안걸린다.
타자의 반응시간은 특급선수가 0.2초 정도다. 타자가 볼을 확인했을 때는 벌써 눈 앞 10m 이내까지 날아온 뒤다. 시간은 불과 0.2초 정도 남았다. 완전스윙은 배트 스피드가 빠른 타자가 0.17~0.2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구질을 파악해 공략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임팩트 타격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타자들은 반복된 훈련과 상대 투수의 스타일에 따라 스윙을 0.1~0.2초 빨리 시작한다. 그래서 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에 좌타자는 31%다. 2007년 한국야구위원회에 등록된 타자 239명중 왼손타자는 7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해 타격 10걸중 6명이 왼손타자다. 좌타자는 야구 경기에서 유리하다. 타격후 1루까지 뛰는데 오른손 타자보다 한걸음 이상 앞선다. 특히 중심축이 1루쪽으로 향하고 있어 타격후 곧바로 스타트가 가능하다.
이에 반해 오른손 타자는 타격을 하면 몸 중심이 3루쪽으로 쏠린다.
중심축을 1루쪽으로 바꾸고 홈플레이트를 가로질러 달려야 한다. 또 오른손 투수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2007년 한국야구위원회 등록 투수 239명중 오른손 투수는 76%에 해당하는 181명이다. 왼손타자는 오른손투수가 던지는 볼을 시각적으로 많이 볼 수 있다. 좌타자 입장에서 보면 우투수가 던진 볼은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온다. 볼 시간이 많은 것이다. 또 볼은 회전이 되면 휘는 성질이 있다. 투수마다 스핀을 넣는 방법이 다르지만 대개 오른손 투수가 던진 볼은 좌타자 입장에선 몸쪽으로 휘고, 우타자 입장에선 바깥으로 휘어나간다.
야구도 수학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있다. 직각삼각형에서 빗변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 제곱의 합과 같다는 등식이다. 1980년대 초 미국 스포츠 이론가 빌 제임스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승률 공식을 만들었다. 그는 이 공식에 의한 최고팀이 진짜 정상팀으로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야구팀 승률=총득점의 제곱/(총득점의 제곱+총실점의 제곱)이다.
이것을 2006년 한국야구에 대입해 보자.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이 73승50패 3무로 승률이 5할9푼3리였다. 538득점에 471실점이다. 2위 현대는 70승55패 1무로 승률이 5할6푼이었다. 547득점에 467실점. 3위 한화는 67승57패 2무로 승률이 5할4푼이다. 511득점에 475실점.
피타고라스 승률법에 따르면 삼성은 5할6푼6리다. 현대는 5할7푼8리. 한화는 5할3푼6리다. 이 방식에 따르면 1위 현대, 2위 삼성, 3위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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