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둥바둥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며 살아온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솔직히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족한 삶을 살고 있어서 걱정과 근심이 한 가득이지만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내 스스로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고, 열심히 달려온 접점마다 보상을 해준다는 부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2015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그냥 작년 한 해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아이패드 에어 2라는 조촐한 선물을 주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매년 2월만 되면 어김없이 발동하는 역마살과 함께 정호의 MLB 진출로 인해 매년 줬던 달력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마침 몇 년 동안 없을 구정이라는 황금 연휴가 있어서 급작스럽게 플로리다 여행을 진행하게 되었다. 여태까지는 항상 최소 4개월 이전에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했었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여행 2주 전부터는 매일 2~3시간만 자는 등 강행군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결국은 여행길에 올랐고, 이번처럼 꼼꼼히 알아보지 못한 여행은 처음이라 찝찝했지만 일행 덕택에 무사히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 MLB Travel Schedule : 2015. 02. 18 ~ 2015. 02. 24 (6박 7일) ]
First day (2/18) : 미국 시카고(Chicago, IL) - 미국 법인 방문- 플로리다 템파(Tampa, FL) 공항 - 브래든턴(Bradenton) 숙소
Second day (2/19) : 피츠버그 파이릿 시티(Pirate City, Bradenton) 방문
Third day (2/20)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Bradenton) -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Orlando Universal Studios) - 카지노
Fourth day (2/21)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 트로피카나 필드(Tropicana Field) - 포트 데 소토 공원(Fort De Soto Park)
- 엘렌톤 프리미엄 아울렛 (Ellenton Premium Outlet)
Fifth Day (2/22) : 파이릿 시티(Pirate City) - 플로리다 템파 공항(Tampa, FL) - 시카고 오헤어 공항(Chicago, IL)
- 부사장님댁(Northfield city, IL)
Sixth Day (2/23 ~ 24) : 귀국
모든 일정을 다 리뷰로 남길 수는 없을 것 같은 것이 일단 첫날과 둘째날, 마지막 이틀은 정신없이 이동하거나 혹은 유의미한 일정이 없어서 마지막 정리글에 다 추가하려하고, 굵직굵직하고도 의미있는 코스를 4군데로만 쪼개 하나하나 리뷰를 남겨볼까 한다.
1.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in Orlando, FL) - 테마파크의 진수
2. 트로피카나 필드 & 포트 데 소토 공원(Tropicana Field of Tampa Bay Rays & Fort De Soto Park) - MLB 야구장 투어의 시작
3.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Spring Training - MLB Spring Training
4.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여행의 마무리 - 살고 싶은 나라 미국
이 여행의 주목적이었던 MLB Spring Training 관전과 함께 MLB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이나 방식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해 이번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너무나 많은 내용과 사진이 있어 이것을 어떻게 요약해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한번 저질러(?) 보겠다.
3.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Spring Training or Preseason Training - MLB Spring Training
사실 몇 해동안 KBO팀들(정확히 넥센 히어로즈)의 Spring Training을 다녀왔었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 가면 좋았겠지만 거리와 비용도 만만치 않고, 어차피 훈련하는 모습만 보면 심심할 것 같아 본격적인 연습경기를 치르는 일본(가고시마, 오키나와)으로 일정을 맞춰서 갔었다. 내 업무 특성상 1~3월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이지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매번 2월 중순까지 부리나케 굵직굵직한 업무를 끝냈고, 그 점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미국까지 다녀오겠다는 결심을 한 건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무모했던 것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훈련 모습밖에 못 보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미국에서 열리는 Spring Training을 가리라 마음먹고 있긴 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이렇게 빠른 시기에 갈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어쨌든 많은 걱정을 하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했고, 잘 마무리되어 지금 이 순간 글을 쓸 수 있음에 매우 감사할 뿐이다.
플로리다에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피츠버그 파이리츠 투포수조의 workout이었다. 야수조는 24일인가 25일 소집이었으니 아쉽기 그지 없었지만 야수들도 많은 수가 먼저 와서 훈련을 시작하며 몸을 만드는 경향이 있으니 정호도 당연히 그러리라 예상했고, 훨씬 이전에 들어온 상황이라 더 빨리 출발할걸 하는 후회감도 들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꽤 오랜 시간동안 이곳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캠프를 차렸기에 훈련장도 참 잘 되어있다. 매케크니 필드(McKechnie Field)와 파이릿 시티(Pirate City)라고 두 곳에서 캠프를 차리는데 매케크니 필드는 스프링 트레이닝 게임(시범경기)이 열리는 곳이고, 파이릿 시티는 선수들이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설과 숙소, 훈련장 등이 있는 곳이어서 경기 전에는 파이릿 시티에서 대부분의 훈련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스프링 트레이닝 전 미니캠프도 이 곳에서 열리는 것 같다.
[파이릿 시티와 매케크니 필드... 매케크니 필드는 구글 이미지에서 스크랩!!!]
[파이릿 시티 훈련장]
[투수조 모습들...]
그래서 그 다음날인 2/20 오전 일찍부터 부랴부랴 준비하여 8시 45분쯤 파이릿 시티에 도착했다. 이 때는 입장할 수 없는 시간이었어서 일단 차 안에 있다가 다시 나와 선수들이 나왔는지 살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전부터 생각외로 많은 팬들이 우리처럼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한국 팬들보다 미국 팬들이 더 열정적인 것이 훨씬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사인도 야구공 아니면 야구 카드에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어찌보면 팬들도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전에 뭔가 정성들여 준비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어떤 분은 야구카드도 스크랩북에 넣어와서 거기에 일일이 사인을 받았으니...... 나도 여태까지 만든 달력들 중에 벽걸이에는 사인을 받았는데 탁상 달력은 아직 못 받아놔서 이 기회에 가져가서 받을까 생각했었지만 무거워서 그냥 포기하고 안 가지고 갔더니만 이 순간에는 왜 이렇게 후회가 되던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9시 30분쯤 직원 분이 팬들이 오래 기다려서 그런가 어디론가 연락을 해보시더니만 입장시켜주셨다. 일단 난 정호부터 봐야할 것 같아 두 눈을 크게 뜨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렸고, 저 멀리서 낯익은 자태로 캐치볼을 하며 웃고 떠드는 녀석을 발견, 어제의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인사를 한 후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언어 문제도 그렇고,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여러가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헛수고였던지 너무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실내 훈련 위주로 더 많이 했던 것 같고, 그라운드에서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캐치볼과 수비 훈련을 했다. 실내 훈련장은 팬들이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기는 했다. 거의 훈련이 끝난 후에 준비한 선물을 전해주고 우린 그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훈련장을 나왔다.
[캐치볼]
[백핸드 캐치]
[더블플레이 훈련]
[수비훈련 후]
[리리아노와 글래스노 등 투수들...]
2/21에는 9시 30분 조금 이전에 도착했고, 이미 입장은 가능한 시간이었기에 들어가니 선수들도 서서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날 다행히 브래든턴의 추위가 좀 풀려서(원래는 이렇게 추운 곳이 아닌데 미국 중부 지역에 닥친 한파가 남부지방까지 내려오며 영향을 미쳤다고 뉴스에 나왔음) 최소한 벌벌 떨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이 날 이전까지는 너무 추워서 벌벌 떠느라 더 힘들었으니 말이다.
이미 이른 시간에 나와 러닝을 하고, 실내 훈련장에서 배팅 훈련을 마쳤는지 본격적인 프로그램 들어가기 이전 벤치에 있는 정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분이 말씀하시길 훈련 일정이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만 나오는 식으로 반복되고 있고, 거의 매일 훈련은 하지만 우리나라 팀처럼 오랫동안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짧게 하는 날은 이 전날처럼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좀 길게 하면 오전 정도까지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선수들이 본인들의 시간을 갖든 앞으로의 경기를 준비하든 자유 시간인 것 같다. 물론 야수들은 work out 이전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투수들도 사실 크게 다를바는 없어 보였다.
정말 클린트 허들 감독이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나보다. 먼저 정호에게 다가가서 배트도 만져보면서(사실 타자에게 배트가 중요한 것이기도 하니)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같아 보였고, 그와 연결된 여러가지 재미난 이야기들을 했는지 매우 즐거워보이기도 했다. 그냥 이름으로 듣기에는 덩치가 작을지 알았는데 감독님 덩치가 정호보다 훨씬 큰 듯~~~ ㅎㅎㅎ
[허들 감독과 정호의 chatting]
서서히 훈련 프로그램 시작을 위해 선수들이 이 벤치로 몰려들고 있었고, 몇몇 선수들은 정호 주위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때는 이름을 몰랐지만 여러 선수 중에서도 특히 정호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이 걸어주는 선수가 있었으니 나중에 알고보니 그가 바로 션 로드리게스였다. 이름은 알고 있었고, 원래 피츠버그 선수가 아닌 템파베이 레이스에서 이적한 선수였으니 아마도 정호가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물론 MLB 자체가 트레이드나 FA 등으로 선수 이적이 잦기는 하지만......
[즐거워보이는 정호와 션 로드리게스]
[닉 킹험이라는 투수... 너무 잘생겨서 눈이 가는...;;; ㅋ]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앞서 다른 그라운드로 이동해서 스트레칭 및 간단한 러닝 등의 워밍업이 시작되었다.
바로 이 때 못 보고 가면 어떡하나 싶었던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선장 앤드류 매커친을 볼 수 있었으니 역시 내 렌즈는 정호와 매커친 모두를 찍느라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덩치가 작았던 것이 정호보다도 훨씬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저 몸으로 20개 넘는 홈런과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말수가 많지 않아 보였고, 진지한 모습이 많이 엿보이기도 했다. 정호가 맥 선장님을 잘 보필하여 팀에 큰 보탬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앤드류 매커친]
[코치님이신지 정호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노라니 또 안심... ㅎㅎㅎ]
다시 옆쪽의 그라운드로 옮겨 캐치볼을 한 후 수비 훈련까지 함께 진행되었다. 어찌보면 한국에서와 비슷한 순서대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약간 다른 점은 세부적인 부분이다. 아무래도 내야수 팬이라 내야수들 훈련을 많이 눈여겨보고 되고, 한국에서도 많은 시간을 지켜보았다. 본인의 주 포지션에 들어가서 펑고를 받는 방식은 같지만 일단 코치님들이 펑고 자체를 더 잘 치시고(역시 메이저...-_-;;;) 조금 더 세밀하게 훈련을 진행한다. 정면타구 처리, 3-유간 백핸드, 2-유간 타구 처리 후 토스, 더블 플레이, 대쉬 플레이 등의 방식은 같지만 상황에 따른 수비 거의 전 분야를 이 수비훈련 중에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상황 처리에 대한 훈련을 할 때 투수부터 야수까지 모두 다 제 위치에 가게한 후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리는데 여긴 일반 훈련을 할 때 모두 다 하는 방식이다. 물론 시즌 중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1루수도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를 제대로 받아낼 수 있게끔 유격수나 3루수들이 원바운드로 어렵게 공을 던져주기도 하고, 1루 수비 훈련을 위해 유격수나 2루수는 2루에 들어가서 1루수가 던지는 공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루수들이 거의 3루 훈련을 하거나 그냥 거의 1루수끼리 단독으로 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래서 메이저리그 1루수들이(심지어 1루수 출신이 아닌 선수가 더 많음) KBO 1루수들보다 수비를 훨씬 잘하는 것 같다.
또한 이때는 work out 전의 미니캠프로 하는 훈련이라 그런지 타구 강도도 세지 않게 시작했다가 점점 시범 경기가 가까워질수록 타구를 더 강하게 쳐주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했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강도를 더 세게 하고, 나중에는 거의 실전에 가깝게 하는 방식인 듯 하다.
정호는 내 생각만큼 수비는 잘 소화해주고 있었다. 사실 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수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이 타고난 운동 능력과 더불어 처음부터 이 녀석이 어떤 수비력을 보여줬고,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왔는지 워낙에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라운드와 타자들의 타구질에 적응만 하면 보통 수준은 해줄 수 있으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예상이 맞을수도 틀릴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른 내야수 후보들에 비해서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잘 처리하고 있었다.
[2루에서 포구 후 다시 1루로...]
[대쉬플레이]
[역시 또 담소 중~~]
[션 로드리게스 홈으로 송구]
다음엔 배팅 훈련 시간이었다. 역시 조금 특이한 점이 외야조와 내야조 등 조를 짜서 한 조가 배팅 훈련을 하면 한 조는 외야에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외야로 오는 공을 내야쪽으로 던져주면서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정리 뿐만이 아니고, 롤플레이 차원에서 외야로 오는 공의 각도를 잘 살필 수 있게 하는 의도도 있지 않나 싶다. 이렇게 두 조가 2~3번 배팅 훈련과 외야 정리를 반복하며 진행된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부분이 배팅 게이지에서 번트 연습을 하는 타이밍에는 그 옆에서 배팅 훈련을 대기하는 선수들이 1루나 3루 양 쪽 그라운드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는 식으로 정리한다. 이것도 롤플레이 차원에서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번트 타구 대비]
사실 이 당시는 워밍업의 단계라 타격감이 좋을리가 없었고, 조금씩 공에 적응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였다. 내가 본 첫번째 배팅 훈련때는 타이밍이 좀 안 맞기는 했어도 한두개 정도 좋은 타구가 나왔었으나, 그 다음 배팅 훈련부터는 타이밍이 영 안좋긴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당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라이브 피칭을 할 때가 아니라서 공을 전혀 보지 못한 상태였고, 배팅볼이라 크게 위력있는 공도 아니었으니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정호와 다른 조에서 매커친이 타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커친의 타격을 눈여겨 보았는데 역시 매커친도 타이밍이 거의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조쉬 해리슨 타이밍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았으나, 거의 타이밍이 맞는 선수들이 없었다. 하긴 대충 4월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려면 주전급 선수들은 굳이 오버페이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밝은 표정의 맥선장님!!!]
[정호 프리배팅]
[훈련 종료]
이 날은 프로그램 자체가 그랬는지 몰라도 이렇게 모든 훈련을 소화해줬고, 덩달아 나도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날아갈 듯이 기쁜 마음 뿐이었다. 정호도 많이 아끼지만 야구 자체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있기 때문에 MLB 훈련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고 말이다. 물론 야수들의 훈련만 지켜봤기 때문에 투수들의 훈련이 정확히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잘 보지 못했고, 리즈의 모습도 별로 보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훈련하기 전에 딱 한번 본 듯~~~
사실 더 많은 사진이 있지만 이미 너무 글이 길어졌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7월 18일부터 26일까지 여름휴가로 미국 야구장 투어를 다시 시작할거고, 이미 항공권도 예약해둔 상태라 그때는 더 좋은 사진들을 찍을 수 있을 듯 하다. 게다가 이 파이릿 시티 그라운드에 두꺼운 철제 그물망이 촘촘히 쳐져있어서 사진 찍기 너무 힘든 환경이기도 했는데 메이저리그 구장은 가운데 구역 빼고는 그물망이 없어서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날아오는 파울볼은 조심해야겠지만......!!!
10년동안(횟수로 11년째) 정호를 지켜보면서 이번만큼 많은 걱정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MLB를 무척 좋아하다보니 이 세계를 모르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무리해서 이렇게 플로리다까지 날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직접 가서 본 정호는 다행히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아직 여러가지로 어리둥절한 상태이기는 했어도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던 여정이었던 듯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든 걱정이 다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며 그것을 모두 다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한 챕터의 여행은 끝났어도 이 녀석을 위해서 내가 MLB 공부를 더 많이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온전히 이 녀석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내 스스로도 아직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 많기도 하고...... 사실 정호가 MLB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이 녀석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이룰 것들을 거의 다 이뤄서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 거였기에 많이 허전했을 것이고, 어쩌면 다른 선수를 응원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녀석이 내가 기대한 방향대로 차근차근 발전해나가고 있기에(본인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했을 것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금은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다. 이런 것이 주는 기쁨인가보다. 이제서야 주는 기쁨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고, 역시 사람은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