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새벽에 눈이 떠져 벅스 경기를 보며 정호의 맹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본 후 즐거운 기분으로 출근 준비를 하며 레인저스 경기를 지켜보았다. 이대론 또 지겠다 싶어 애정만큼 열심히 까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데스몬드의 3점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역시 이것들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되나보다... ㅋ
어쨌든 곱게 이겼으면 참 좋았을 것을 이 놈의 팀은 또 논란의 중심이 되었고, 그게 좀 불편하다. 그냥 개그로 화제의 중심이 되면 좋았을텐데 참 별 일이 다 생기네......;;;
사건의 발단은 릴리버 맷 부쉬가 호세 바티스타를 맞췄고, 약간의 언쟁 후 바티스타는 1루 출루, 다다음 타자 스모크의 땅볼 타구 때 바티스타가 2루 베이스로 다소 강한 슬라이딩을 하면서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의 다리를 향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 후 벤치 클리어링이 시작되었고, 사태가 진정된 후 다음 레인저스 공격 때 프린스 필더는 보복구를 맞았다.
사실 이 정도의 슬라이딩은 좀 강하기는 해도 메이저리그 어느 팀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라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였는데 아무래도 작년 디비전 시리즈 5차전의 앙금이 남아있고, 그런 것이 다소 감정적인 상황으로 증폭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맷 부쉬가 던진 96마일(맞나?)의 패스트볼이 HBP가 되었는데 이런 여러 감정적인 문제들을 묶어 생각해보면 빈볼이라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 선수는 작년 디비전 시리즈 당시 엔트리에 있지 않았다. 그냥 몸쪽으로 붙이려다가 맞춘 것 같은데 그게 공교롭게 뱃 플립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바티스타여서 뭔가 더 오해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부분은 제프 베니스터 감독 인터뷰에 나와있다.
그 후 바티스타의 2루를 향한 강한 슬라이딩은(결과는 룰에 어긋난 더블 플레이로 판정나긴 했음)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 정도 슬라이딩을 시전하는 선수는 꽤 많다. 그리고 바티스타가 만약 빈볼이라 생각했으면 다소 감정이 있다고 느껴질 행동일 수도 있지만 내가 몇 번 지켜본 결과 거의 매번 이 선수는 슬라이딩 강도가 이랬던 것 같다. 이 습관은 불만스럽기는 하나, 만약 정말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본인이 하던대로 슬라이딩을 했다고 하면 오해일 수도 있다.
솔직히 저 슬라이딩에 대해선 오도어도 할 말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나도 이 친구 강하게 슬라이딩 하는 것을 몇 번 본 적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저런 슬라이딩을 피하면서 수비하는 모습을 꽤 많이 보기도 했고..... 불편한 감정이 남아있는 선수라 더 오버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난 개인적으로 오도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넘 과하게 오버스러운 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팀이라고 해도 싫은 선수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나도 사람이니까.....
이 결과로 정말 많은 선수들이 퇴장을 당했고, 바로 후속 징계가 있을 것이다.
바티스타도 징계를 좀 받겠지만 실제로 폭력을 휘두른 오도어는 아마도 징계 강도가 좀 셀 것 같고... 지금 트리플 A에서 주릭슨 프로파가 빨리 메이저리그 경기를 뛰고 싶다고 며칠 전 기사에서 말했던데 이 기회에 프로파 올려서 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내가 오도어를 진짜 안 좋아하긴 안 좋아하는 듯;;;;;)
어쨌든 기본적으로 난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나,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런 노력은 해야하고, 그 노력들이 조금 더 평화롭고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짜 복수는 그 팀보다 더 많은 승리를 얻고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제일 윗자리로 올라가는 것이다.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팀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지, 이렇게 사소한 다툼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정말 창단 이후 우승이 한 번도 없는 팀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 아닐까...
앞으로 이 두 팀은 계속 만날텐데 또 다른 라이벌전을 형성해주는 장점도 있는 반면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더 큰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뱃 플립 때는 그 때로 이미 끝냈어야 하고, 이번 일도 이번으로 끝내야 하는데 앞으로 벨트레옹과 같은 배테랑 선수들이 더 골치가 아파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며 받은 대로 되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뭐 그런 마음들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끝도 없다. 옛날 전쟁이 바로 이런 것 아니었나......
정말 무서운 사람은 모든 것을 용서하거나 혹은 그 때로 마무리하고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며 목표만을 위해 정진하는 부류이다. 또는 복수의 칼날을 조용히 갈아서 정말 중요할 때 휘두르는 부류이기도 하다. 그 정말 중요할 때가 승리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하는만큼 지금의 아드레날린을 중요할 때 써주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P.S. 이 일로 우리 데스몬드의 역전 3점 홈런이 빛이 바램... ㅜㅜㅜㅜ 데스몬드도 작년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에 있었던 선수라 좀 어리둥절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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