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스포츠서울>
★ 경남고, 61회 청룡기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 |
[오마이뉴스 2006-06-08 07:42] |
이날 양팀은 영-호남의 야구 자존심을 건 경기답게 롯데와 KIA의 1차 지명선수들이 선발투수로 나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경남고 투수 이상화는 2회 정영일에게 1점 홈런을 맞았지만 그 후 9회초까지 21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이상화는 13과 1/3이닝동안 1실점했고 이상화에 이어 나온 이재곤은 2와 2/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진흥고 투수 정영일은 4회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서 삼진을 뽑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와일드 피칭으로 1점을 내주었지만 16이닝 동안 2점(1자책)만 내주는 대단한 피칭을 선보였다.
9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으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광주진흥고는 10회 초 1사에서 4번 타자 강병훈이 중앙 담장 상단을 맞히는 2루타를 치고, 5번 타자 정영일이 고의 사구로 출루해 1사 1·2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5, 6번타자들이 외야수 뜬공으로 아웃당해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강병훈의 타구가 아슬아슬하게 홈런이 안된 것이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경남고는 11회 말 선두 타자 하준호가 정영일의 높은 공을 받아쳐 2루타를 쳤고 이어 4번타자의 진루타로 1사 3루의 찬스를 맞았다. 광주진흥고의 박철우 감독은 투수 정영일에게 1사 3루에서 5번 타자를 고의사구로 출루시켜 1사 1·3루를 만든 뒤 병살타를 노리게 했다.
그러나 경남고의 이종운 감독은 좌타자 구재규를 대타로 출전시켜 병살타를 막았다. 그러나 후속타자들이 정영일에게 삼진을 당해 득점하지 못했다.
이후 양 팀 타선은 상대 선발 투수의 힘이 조금씩 빠지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피로를 무색하게 하는 투수의 위력적인 투구로 점수를 올리지는 못했다.
드라마의 끝은 16회말이었다. 10시 30분이 지나 새 이닝에 들어가지 못하는 10시 35분, 경남고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결국 실책 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남고는 평범한 3루수 땅볼이 3루수 실책으로 무사 1루가 된 뒤 희생번트를 댄 타자와 1루수가 부딪치면서 무사 2·3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진흥고는 고의사구로 타자를 출루시키는 만루 작전을 펼쳤지만 김봉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이것으로 4시간 10분간 벌어진 경기는 끝이 났다.
대회 MVP는 경남고의 이상화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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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경기 222구' 고교투수 혹사, 이대로 안된다 |
[마이데일리 2006-06-08 12:09] |
[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명승부의 그늘에는 투수들의 엄청난 혹사가 있었다.
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 결승전은 국내 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로 손색이 없었다. 4시간 10분 동안 계속된 접전은 결국 연장 16회말 끝내기 안타 한방이 터지면서 경남고의 극적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진흥고 투수 정영일에게 쏠렸다. 정영일은 패전투수가 됐지만 16회(기록상 15이닝)까지 혼자 완투하면서 무려 63명의 타자를 상대해 22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프로무대에서 선발투수 1명이 던지는 공 개수가 10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2경기를 완투한 셈.
6회 연장에서 승부가 종료된 것이 오히려 다행. 만약 마지막 이닝에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면 다음날에도 마운드에 설 것이 분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영일의 투구일지를 살펴보면 입이 벌어진다. 지난 달 30일 1라운드 성남서고전에서 8⅔이닝 동안 121개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2일 대전고전 8이닝 122개, 4일 충암고전 9⅔이닝 159개, 6일 덕수정보고와의 4강전 8이닝 117개.
그리고는 하루만에 다시 결승전에서 무려 222개의 공을 던지는 괴력 아닌 괴력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만 무려 49⅔이닝 동안 무려 741개의 공을 던졌다.
당연히 몸이 정상일리 없었다. 결승전에서 정영일의 공은 평소때보다 구속이 3~4km 정도 떨어진 상태였고 경기 후반에는 공을 던지는 것 조차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팔도 제대로 펴지지 못했다. 외야 응원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영일의 어머니는 고군분투하던 아들이 연장전에서 끝내 끝내기안타를 맞고 고개를 떨구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정영일의 혹사는 단지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대통령배때는 이틀에 걸쳐 13⅔이닝을 던지며 무려 242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한경기 23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그 뒷면에는 엄청난 어깨 혹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단지 정영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경남고의 투수 이상화 역시 결승전에서 13⅓이닝동안 무려 162개의 공을 던졌다. 이틀전 8강전에서는 11이닝동안 146구를 뿌렸다. 그나마 준결승전에는 등판하지 않았으니 정영일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고교투수들의 혹사는 어제오늘일도 아니고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고교시절 맹활약을 펼쳤던 선수가 성인무대로 올라와 몸이 망가져 빛을 보지 못한 경우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대한야구협회 및 각종 포탈사이트 게시판에는 어린 선수들의 혹사에 대한 우려와 투구수 제한 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선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해 대회수를 줄이려 하지만 언론사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부형들은 "전국대회 8강에 들어야 대학 특기자 자격을 얻는 현제도하에서 경기수를 줄일 경우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대회 규정상 투수의 투구수를 제한하는 것. 그럴 경우 특정 투수에 대한 의존도도 자연스레 줄고 투수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언론사 측에서는 전통과 명승부라는 미명하에 투수 보호에 소극적이었다. 대한야구협회 역시 주최측에 책임을 돌리며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자라나는 꿈나무를 키우기 위해 어른들의 생각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석무 기자 sm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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