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여정과 여행의 여정은 참 많이 닮아있다. 의식이란 부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왜 내가 이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가, 어느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가, 과연 그 방법이 맞는가 등등 둘 모두 시작부터 끝까지 쉼없이 연구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낸다. 물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정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람의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히는 것은 무난함보다는 굴곡있는 스토리인데 그것이 바로 작게는 여행이고, 크게는 인생이다. 가끔 내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참 많이 가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나 그 과정들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 아이러니한 매력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해 내 사전에 여행이란 건 없을 줄 알았다. 미르를 꾸준히 간호해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 아직 내 인생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있지 못해서 참 복잡한 상황들에 얽혀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물론 여행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이런 큰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이른 오전 오랜만에 보는 야구로 인해 들뜬 기분과는 반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요코하마의 캠프장인 기노완 구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차탄에서 기노완이 엄청 가까운 거리라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 했으나, 소영이가 이날 공항가는 길에 선수들 잠깐 보고 간다고 하여 차를 얻어타고 갈 수 있었다.
일본은 야구장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종합 스포츠 파크가 곳곳에 많이 포진되어 있고, 그 곳을 주민들이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가고시마도 그랬지만 오키나와도 참 많은 지역민들이 그 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한편 스프링 캠프의 메카로서 일본팀뿐만 아니라 한국팀을 찾는 많은 팬들을 위해 관련 정보나 서비스도 꽤 잘 가꿔놓고 있기때문에 나도 해외 전지훈련을 보러갈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요즘은 구글 크롬의 번역 서비스가 해외여행갈 때 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기노완 시민공원에서 본 야구장 모습]
[기노완 시민공원에서 본 라구나 호텔. 이건 측면 모습이라 그렇고, 원래는 규모가 상당히 큰 호텔]
[기노완 시민공원 모습]
시즌 때에는 선수들을 봐도 별다른 느낌없이 normal할 뿐인데 이상하게 공백기 이후에 선수단을 보면 뭔가 쑥쓰럽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완전히 잊고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너무 그들을 잊고 살았던가, 아니면 먼 곳까지 이렇게 온 것이 그들을 부담스럽게 만들지는 않을까 싶어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아마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비행기 시간때문에 금방 갈 수 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처음 들어설 때는 소영이가 옆에 있었어서 긴장이 약간 완화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시리 소심해져서(원래 대범한 성격인데!!!) 이 날은 조용히 경기를 보며 노력의 흔적만 찾아보기로 했다. 제대로 돌아보며 야구장 주위의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쑥쓰러워서 이 정도만......
[기노완 시영구장 모습. 한 쪽은 바다가, 한쪽은 라구나 호텔이 위치해있다.]
아마 야구장 안에 들어간 시간이 11시 정도였을텐데 요코하마 선수들이 먼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코하마 구단이 쓰는 구장이라 그런지 생각외로 일본팬들이 일찍 자리를 잡고 있었고, 역시 팬들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비슷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나야 원래 조용히 분석하면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팬들은 플랜카드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에도 이런 팬들이 있다는 것에 좀 놀랐고, 역시 사람사는 곳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나보다. 물론 일본이나 미국은 나처럼 조용히 분석하며 보는 팬의 비중이 한국보다는 훨씬 더 많기는 하다.
요코하마 선수들의 훈련이 마무리되면서 다른 곳에서 몸을 풀던 우리 선수들도 점차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수들은 야구장 바로 옆의 보조 구장에서 러닝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았고, 타자들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 타격과 수비 훈련을 하였다.
[훈련의 막바지에 접어든 요코하마 선수들]
[이택근 & 유한준 & 강지광 & 문우람]
[이 날 일본 방송쪽으로 중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훈련 일정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를바는 없어보였다. 아마 애리조나 스프링 트레이닝 때 좀 더 개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했을 것이고, 숙소에서도 개별적으로 여러가지 훈련들을 하기 때문인지 연습 경기 이전에는 한국에서 시즌 치루는 것처럼 평범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작년까지 오릭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비니 로티노]
[체중 늘리면서 웨이트 열심히 했다더니 몸이 둔해진 게냐!!!]
[트레이드로 우리팀에 온 윤석민]
[즐겁게 훈련하는 유재신]
[수술했다더니 박동원도 체력 하나는 타고난 듯...]
[구경 중인 요코하마 선수단]
[요코하마 연수 과정으로 인해 형성된 인맥?!]
[쑥쓰러워하는 승락씨]
단지 이 날은 요코하마와 우리팀 모두 수비 시뮬레이션을 했다. 선수들이 맡은 각자 포지션으로 가서 실전처럼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타구 처리와 중계 플레이 등등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즌 중에는 자주 이뤄지지 않지만 아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많이 이뤄지는 훈련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중에 강병식 코치님 뵈면 훈련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한번 여쭤봐야겠다. 애리조나는 가셔서 오키나와에서 내심 뵈었으면 했는데... ㅡㅜ
[기노완 구장에서의 기념샷. 신종플루때문에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훈련 종료될 시점에서의 윤석민 인터뷰 모습]
[박병호 수비 시뮬레이션]
[오랜만에 1군 캠프장에서 본 임태준 수비 시뮬레이션]
[김민성 수비 훈련 모습]
[러닝스로우 후의 정호]
[밝은 표정의 병호. 병호의 미소는 사람을 참 기분좋게 만든다!]
소영이가 있었을 때는 요코하마 2군과 연습 경기를 해서 6 : 4로 이겼다고 했는데 이 날은 1군 팀과의 경기였어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요코하마보다는 요미우리나 한신, 니혼햄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냉정하게 현재 우리팀의 상황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 맞붙은 일본팀은 요코하마 뿐이었다.
요미우리야 언제나 우승후보이고, 한신은 오승환도 그렇지만 그 이전부터 메이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유턴파들을 많이 영입해서(포수 조지마 켄지, 유격수 니시오카 츠요시) 작년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 같아 보였다. 니혼햄은 다르빗슈가 빠지긴 했지만 MLB에서 군침을 흘리던 오오타니 쇼헤이라는 대형 신인이 있는 팀이라 작년 꼴찌팀이긴 했어도 이 선수가 한번 보고 싶었다. 아마 니혼햄으로 가지 않았다면 우리 텍사스가 영입할 가능성이 꽤 컸었을 것임!!!
이 날 우리팀 선발투수는 금민철이었다. 그래도 공익근무하면서 푹 쉬었는지 볼끝이 참 좋아보였고, 원래부터가 곧은 직구보다는 커터를 잘 던지는 친구였던지라 직구 볼끝의 움직임에 더해 변화구의 회전력까지 요미우리 타자들을 까다롭게 만드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도 몸을 잘 만들었는지 제구력도 전보다는 괜찮아진 모습인데 문제는 이 모습을 시즌때까지 잘 유지해줄 수 있느냐, 그리고 이전에 보였던 체력적인 문제를 올시즌에도 보이느냐가 관건일 듯 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선발보다는 승리조 이전에 나와 2이닝 정도를 막아줄 수 있는 롱릴리프 정도가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애리조나부터 현재 열리는 시범경기까지 가장 뜨거운 선수가 강지광이다. 인천고 시절부터 타격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투수로도 꽤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는데 어깨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 완전히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라고 들었다. 체격도 이전 리틀쿠바 박재홍과 비슷한 면모가 엿보이고, 생각보다 타석에서의 참을성도 있으며 풀스윙이 매력적인 선수로 보였다.
김민성, 이성열도 연습경기동안 타격감이 꽤 좋아보였고, 수비 훈련도 꽤 많이 했는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하지 싶다. 반면 문우람은 타격감이 계속 안좋아서 수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하던데(어찌보면 작년 포스트 시즌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할지도) 이럴때일수록 인내심과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전 타자들 모습]
[타석에서의 서건창]
[뭔가 아쉽다는 표정의 이택근]
[2차 드래프트로 엘지에서 우리팀으로 이동한 강지광]
[김민성 홈으로...]
[타격감이 계속 안좋은 문우람]
[소집해제 후 오랜만에 본 금민철]
최근 일본 야구장 투어를 하면서 이상하게 오릭스 경기를 많이 봤었다. 물론 쿄세라 돔구장을 방문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처음 코시엔 구장 갔을 때도 한신 상대팀이 오릭스였고, 그때 아롬 발디리스를 처음 보았다. 그 당시 이승엽과 박찬호가 함께 오릭스에 있을 때였으나, 사실 그 선수들을 보려고 간 건 아니었고, 야구장 투어의 재시작이 코시엔 구장이었을 뿐이다. 투수 가네코와 함께 좋은 내야 수비를 보여준 발디리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작년에 쿄세라 돔구장 방문했을때도 봤었고, 이제는 요코하마에서까지 보다니... 어째 1년에 한번씩은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선수와 내가 뭔 인연이 있는 것일까...... ㅋ
[요코하마 외국인 선수 아롬 발디리스]
아무리 요코하마가 NPB에서 약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NPB와 KBO의 격차는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 결과보다는 선수들이 얼마나 시즌 준비를 잘해가고 있는지 그 과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경기를 지켜보려고 했다. 그런데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도 아니고, 17대 6의 대승이라니...... 솔직히 좀 놀라긴 했다. 다만 결과때문에 문제점들이 가려질까봐 그 점이 약간 걱정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타자들은 역시 별 걱정을 안해도 되지 싶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선수층이 더 탄탄해졌고, 자리가 확고히 정해지지 않은 포지션은 빡센 경쟁을 통해 누구든 그 자리를 잘 메워줄 수 있을거라 본다.
역시 문제는 투수력인데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그나마 금민철이 올해 어느 자리든 팀에 큰 보탬이 되어줄 듯 싶어 긍정적인 점도 눈에 보인다. 올해는 외국인투수들을 받춰줄 수 있는 아니,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해줘야 할 투수들이 많이 나와야할텐데 아직은 별로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아보인다.
[허도환 몸을 날렸지만 공은 놓침.]
[정호 경기가 맘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
[두번째로 등판한 문성현의 수비 모습]
[정호 안타친 후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
[김민성도 대주자 김지수와 교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투수들과 김정준 위원]
[3번째로 나온 박성훈]
[3루에서 최만호 코치님과 오윤]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조상우]
[5번째로 등판한 김영민]
[마지막으로 나온 손승락]
[17대6이라니... 그렇다고 해도 크게 감흥은 없다.]
[정호 요코하마 선수들 약올리는 중?!]
[연습경기후 미팅]
이렇게 오키나와에서의 2일째 일정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이 날 최소한 정호는 좀 보고 왔어야 했는데 쑥쓰럽기도 했고, 이 날도 신종플루의 영향권에 있었기에 모든 것이 귀찮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다음날 고친다 구장에서 제대로 얼굴을 보고 오려고 했었으나, 좋았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게 취소되다니...... 더욱이 고친다 구장 갔다가 오키나와 월드 가려고 했었는데 아직도 이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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