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닝이라는 야구 사이트에서 야구게시판 운영자로 활동하면서(현재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내려놓은 상태지만) 인연을 맺었던 분께서 기회가 되면 이렇게 야구 관련 책을 보내주셨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집의 책장에 고이 모셔두다 이제서야 이렇게 펴보게 되었다. 나름 신경써주신다고 이렇게 매번 보내주셨는데도 이제서야 그 도리를 하게 되었으니 정말 죄송한 마음 가득할 뿐이다.
어쨌든 지금 이럴 때밖에 시간이 안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펴보기 시작한 야구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Baseball)은 사실 야구 입문자들에게는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동안이나 야구를 보고, 나름 야구에 대해 세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나도 읽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그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모두 읽어보니 야구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요약하기도 어려운 내용이라 이 리뷰를 쓰기 위해 결심을 다지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번 리뷰를 써놓으면 나에게 더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어찌어찌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일단 목록 순서대로 서술해봐야겠다.
1장. 타석의 심리학 : 타격의 50퍼센트는 정신력에 달려 있다.
일단 필자는 1990년대 약물의 시대 이전 가장 위대했던 타자 2명의 이야기를 꺼낸다. 1941년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56경기 연속안타, 타율 .357, 홈런 30개, 타점 125개의 성적으로 MVP 수상, 출루율 .440, 장타율 643, OPS 1.083)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타율 .406, 홈런 37개, 타점 120개, 출루율 .551, 장타율 .735, OPS 1.285)인데 그들의 인간적이지 못한 기록에 대해 경탄하며 타격의 기본적인 원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타자가 공을 쳐내려면 일단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의 투구가 어느 지점을 지나칠지 알아야 하고, 투구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도 고려해야 한다.(스윙 스팟은 세로보다 가로쪽이 더 넓다는 것을 인지)
타격 시작점에서 선수가 뒷다리에 체중을 싣고 스윙을 위해 엉덩이를 돌린 뒤, 타격점에서 돌린 엉덩이를 풀고 방망이를 휘두르기 위해 팔을 회전하는 모습을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스윙에는 0.58초(마무리 동작에 0.4초가 추가로 필요)가 소요되는데 스윙을 하는 100분의 몇 초 안에도 다양한 스윙 동작이 나타난다고 한다. 타자들의 스윙을 위한 준비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이미 시작되어야 하고, 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어느 지점을 목표로 공을 휘둘러야 할지 알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에 대한 상식적인 내용이 '공을 끝까지 보라'는 것인데 실제로 이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람의 망막은 마운드에서 플레이트까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공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각속도(원운동처럼 기준점에 대하여 물체가 회전하는 속도를 측정한 물리량)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타자들은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기 직전보다 투수가 공을 막 던지는 순간일 때 공을 탐지하기 훨씬 쉽다. 즉, 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잠시 눈을 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타자는 어느 지점에서 방망이와 공이 만날지를 예측해야만 한다. 날아오는 공이 얼마나 낙하할지는 알 수 있지만 낙하 지점과 자신과의 거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기에 낙하의 비율을 가늠해야 하고, 공의 크기(접촉점에서)와 투구 속도를 조합하여 공의 경로를 예측한다.
타자가 투구의 일부를 놓치면 시각, 청각 등이 다른 감각을 이용하기보다 최선의 추측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우는데 이것을 예로 든 것이 '라이징 패스트볼'이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는 중력과 바람의 저항 같은 물리적인 힘과 균형을 유지하기에 라이징 패스트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지각능력과 운동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물리 법칙에 의해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사고 능력, 바로 이것이 '노림수'라는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투수는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최대화시키고, 타자는 그 불확실성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흔히 듣는 조언이 생각하지 말고 우선 공을 본 뒤에 바로 반응하라는 것이기에 직구에 대비한 뒤에 다른 구질에 적응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경기상황, 수비위치, 투수의 선호 등을 조합하여 예측하면 불확실성이 더 감소될 수 있다.
2장. 필드의 심리학 : 로켓과학보다 어려운 타구의 궤적 알아내기
야구 경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엄청난 호수비 장면이다. 일단 현재 내야 타구에 대한 연구는 크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하여 이 책에서는 외야플라이 타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윌리 메이스가 자신의 키를 넘기는 홈런성 타구를 잡아낸 것을 두고, '더 캐치(The catch)' 라는 용어가 만들어졌고, 요즘에도 놀라운 외야 수비에 MLB 해설자들이 이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은 두 눈을 통해 3차원 지각을 할 수 있지만 입체시(두 눈을 통해 지각한 2차원 장면을 융합하여 3차원을 인식하는 것)는 공이 6~9미터 안에 접근해 있을 경우에만 효과적으로 깊이를 지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뜬공의 처리는 아주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로켓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다가오는 발사체를 중간에서 처리하듯, 수비수는 날아오는 탄도체를 가로채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이론에 대해서 NASA에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이 원리를 바탕으로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구축해내지 못하고 있단다.
뜬공 포구에 대한 초기 모형은 코널 대학의 물리학자 서빌 채프먼의 '광학가속도 상쇄(Optical Acceleration Cancellation, OAC)'인데 수비수가 움직이면 공은 선수의 시야 안에서 지속적으로 위로 떠오르고 결국은 선수와 공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과 관련하여 공이 수비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것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만 적용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NASA 에임스 연구소의 마이클 맥비스는 대학원생 데니스 쉐퍼와 메리 카이저와 함께 '선형 광학궤적(Linear Optical Trajectory, LOT)' 모형이 추가되었다. 맥비스는 수비수가 처리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공을 다 포괄하였고, 공이 직선으로 날아오는지 아닌지를 탐지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비수의 시야에서 공이 움직이는 경로와 직선 방향으로 수비수가 달린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또 다시 피터 맥로드의 비판이 있었고, GOAC(일반화된 광학가속도 상쇄) 모형을 개발하였지만 이 역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맥로드와 맥비스는 '수비수는 자신이 보는 것과 행동하는 것 간의 상호 작용을 조율할 수 있는 전략' 을 사용한다는 것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였다.
여기에 어데어의 정보처리 기억 모형, 경험까지 더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아직도 여전히 연구 중이고, 실제로 뛰는 선수들도 이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3장. 마운드의 심리학 : 공의 속도와 방향에 숨은 비밀
2006년 5월 20일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와 뉴욕 메츠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선발 맞대결 경기로 이 챕터를 시작한다. 두 선수의 이력과 활약에 대해 기록적인 부분을 먼저 다루며 두 선수를 비교했으며 결국 경기는 메츠의 마무리 빌리 와그너가 무너지며 5대 4로 뉴욕양키스가 승리했다. 그러면서 투수들의 투구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야구의 투구는 다트 던지기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다. 17미터(투수의 릴리스 지점) 거리에서 홈플레이트의 반 정도 안쪽 혹은 바깥쪽에 걸치도록(지름이 7.6센티미터인 공이 통과해야 하는 21.6센티미터 너비의 사각형)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0.5도의 정확도가 필요하다고 하고, 약 0.25도밖에 실수의 여지가 없지만 다트 던지기는 0.75도의 정확도가 요구되며 0.33정도의 실수 여지가 있다고 한다. 물론 야구 선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의 수직 방향에는 좀 더 여유가 있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는 타자에게 통타를 당할 것이기 때문에 야구의 던지기가 훨씬 어렵다.
던지기는 두가지의 복합 능력의 조화에 의해 이뤄지는데 멀리 있는 대상을 겨냥하여 사물을 던지려면 정확한 공간 지각 능력이 필요하며 복잡한 일련의 행동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프로그래밍하여 이루어진다.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뿐만이 아니라 다리, 엉덩이, 상체가 정확한 시간을 두고 조화롭게 움직여서 이루어내야 한다.
공간지각능력은 사회화와 별개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진화이론과 연결하여 예전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던 그 시절부터(사냥같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이 능력이 좋기에 던지기를 잘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정확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손의 방향(손가락 포함, 공의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음), 릴리스의 타이밍(메이저리그 투수급의 정확도는 1~2/1,000초), 투구 동작의 피드백(팔꿈치와 손목이 움직인 다음 일정 시간 뒤에 손가락이 열리는 것), 상호간섭력(팔의 다른 부분이 움직임에 따라 팔의 특정부분에 수동적으로 힘이 생기는 것) 등이 있는데 하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어 제대로 요약해낸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갑자기 제구력을 잃어버린 선수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우리도 자주 말하는 것 중에 하나로 인지심리학 측면에서 스키마(새로운 경험이 내면화되고 이해되는 정신의 모델 또는 틀) 혹은 표상이라 부르는 개념이나 지각, 행동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와 관련된 영역도 함께 활성화되며 이후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선수들이 자신의 투구 능력에 의심을 품으면 모든 것을 제대로 하려고 애쓰게 되는데 던지기 동작이 정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비추어볼 때 투구 도중 그 동작을 확인하려고 하면 투구가 하나의 유연한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뚝뚝 끊기거나 중도에 투구 동작이 망가질 수 있다.
4장. 선수 선발의 심리학 : 누가 위대한 선수가 되는가.
다른 종목에 비해 야구에서의 드래프트는 많은 관심을 받지 않는다. 드래프트로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MLB에서 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그 선수들을 몇년간 육성하여 때가 되면 콜업하는 시스템이고, 이 안에서 실패하는 선수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든 선수가 대릴 스트로베리와 빌리 빈이다. 두 선수 모두 1980년 메츠에 지명이 되었고, 30년간 가장 뛰어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은 대릴 스트로베리는 여러 사건들로 망가지기 전까지 올스타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빌리 빈은 선수로서는 실패하고, 단장으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빌리 빈이 언급된 것은 그가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당시 신개념의 통계학을 야구에 접목시켜 선수를 선발하였고, 그것이 많은 효과를 보며 오클랜드라는 팀을 상위권의 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은 어렵다. 상위 라운드 지명자 중에 실패하는 선수가 많고, 하위 라운드 지명자 중에서 성공하는 선수(마이크 피아자 등)도 있기 때문에 빌리빈의 선수 선발 방식이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변동성을 처리할 수 있다면 팀은 가장 좋은 유망주를 효과적으로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예측되는 변인을 '준거변수(criterion)',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변인을 '예측변수(predictor)' 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우타자는 좌완투수의 공을 더 잘 치는데 이 때 투수의 우세손(던지는 손)이 평균타율이라는 준거 변수를 효과적으로 예측해주는 예측변수라 할 수 있다.
오클랜드는 준거변수와 예측변수 두 가지를 모두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수 많은 타격 통계치 중에서 출루율과 장타율이 핵심이라고 생각하여 이 두 수치를 준거변수로 선택한 뒤 효과적인 예측변수를 탐색하여 대학 선수 시절의 타율을 해당 수치로 정했다. 전통적으로 스카우트 평가만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어떤 구단은 심리적인 변수에 초점을 둔다. 같은 평가를 받았던 대릴 스트로베리와 빌리 빈은 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바로 성격의 차이가 이 두 유망주의 미래를 가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스트로베리는 항상 자신감에 넘쳐있던 사람이었지만 빈은 심리적인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는 잘했어도 조금의 압박감이라도 생기면 재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리터스푸시는 야구 경영에 선수들의 심리적 차이를 도입한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이다. 윈슬로의 '운동동기 설문(AMI, Athletic Motivation Inventory)'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평가 프로파일을 활용했는데 '성취가 높아질수록, 운동선수는 정서적으로 성숙되거나 제어력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운동은 여타의 활동과 유사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좀 더 강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평가에서 측정하는 특성은 크게 태도특성(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요인)과 정서특성(상대적으로 지속적인 성격)의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태도특성에는 동기, 리더십 등이 있고, 정서특성에는 공격성, 책임감, 감정통제, 정신적 강인함, 자신감 등이 있으며 투지와 성실성은 두 가지 특성을 다 가지고 있다.
5장. 경기력의 심리학 : 연속안타와 슬럼프는 왜 발생하는가.
경기 전, 각 팀의 홍보부서는 언론사에 '게임 노트'를 배포하는데 야구 중계를 듣는 동안 들을 수 있는 수많은 토막 통계들은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게임 노트에는 시즌 중 특정 시점에서의 팀의 상태나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세히 나와있기 때문에(나도 예전에 두산 게임노트를 본 적이 있음) 그 팀의 경기력이 왜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지 심리학적인 궁금증을 품게 된다며 이 챕터를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우연이 야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우연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서 보려고 애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머드빌의 승리와 비극'이라는 책에서 하버드 대학 물리학 교수인 에드 퍼셀이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한 내용이 실려있다고 한다. 퍼셀은 다양한 야구기록 속 연속기록과 사실의 기대수치를 계산하였고, 야구 기록들이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연에 따른 기대수준 범위 안에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가 1년에 열 세 경기 연속안타를 쳤다고 해서 그걸 엄청난 것인양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예외적인 기록이 있다면 그건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 안타 기록이다. 현재까지의 야구 역사를 볼 때 50경기 이상 연속안타는 단 한번 뿐이고(게다가 56경기 연속안타는 리그를 감안했을 떄 50경기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확률을 거두려면 1000경기 이상의 출장에서 생애타율 .400인 타자가 선수명단에 네 명 포함되어 있거나, 생애타율이 .350인 타자가 52명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로 단 3명만이 생애타율 .350이 넘었고, 생애타율이 4할대인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타이콥 .367, 로저스 혼스비 .358, 슈리스 조 잭슨 .356)
즉, 그는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이러한 일을 해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를 두고 이 같은 기록이 발생할 확률은 100만분의 2라고 계산했고, 또 다른 이는 100만분의 1이라고 추정하였다.
어쨌든 조 디마지오의 연속 안타 기록을 제외하면 다양한 야구 기록들은 우연과 운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기대 수치 안에 모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빌 제임스(세이버 매트릭스 창시자)는 '안개를 과소평가하기' 라는 에세이에서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기술하였다. 우리의 측정 방법이 연속안타 속의 그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만큼 섬세하지 못해서, 혹은 뭔가 잘못된 방법으로 연속 안타와 슬럼프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속안타와 슬럼프를 보는 방식에 잠재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타자가 쳐낸 공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따라 안타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잡히거나, 빗맞은 타구가 텍사스 안타가 된다거나 하는 부분 말이다. 두번째는 매 타석 상황이 다르다. 낮경기인지 밤경기인지, 홈 혹은 원정 경기인지, 상대 투수가 선발인지 불펜이지에 따라 상황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들은 야구 기록에 올라가는 연속안타 자체보다는 그 타석에서 공을 어떻게 맞혔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
선수의 기복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고, 최소한 기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기복이 존재한다면 심리학이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데 수없이 많은 요인 중의 하나는 집중력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력이 시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기술 수준도 변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야구계에 많이 퍼져있는 클러치와 초크 상황(클러치의 반대말)에 대해서도 다룬다. 과연 클러치 타자나 초크 타자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란 의문을 제기하는데 아직 이렇다할 결론이 지어지지는 않은 듯 하다. 다만, 통계 분석에서 클러치 상황에서의 타격은 여타 상황에서의 타격과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현재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 결과를 거스르는 선수가 바로 보스턴 레드 삭스의 데이빗 오티즈인데 2005년 시작부터 경기를 마무리짓게 될 열 세번의 타석에 서서 그 중 단 한번만 아웃으로 물러났고(12회 타석에 올라 승리로 이끔), 2003년 입단 후 이 책이 쓰여진 해까지 총 열 다섯 개의 굿바이 안타를 쳤다. 나머지 팀 동료들의 굿바이 안타 숫자를 다 더해도 19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04년 8월 1일부터 오티즈는 후반부 심리적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138번 타석에 들어서 21개의 홈런을 쳤다. 대신 이 선수는 다른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약했다고 하는데 아마 정신적인 강인함의 총량의 한계 혹은 집중력의 차이라고 저자는 생각하는 것 같다.
초킹은 좀 더 일반적인 상황이고 관련된 연구도 많다고 한다. 초킹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기 초점이 가해질 때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다양한 압박감 때문에 내적인 자기초점화가 발생하고 초킹 상황이 발생한다.
그 다음으로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005년 4월 하드볼타임스닷컴의 기자 아론 글리맨은 2003년까지 신인상 수상자들의 기록을 빌 제임스의 '원 쉐어 기법'을 사용하여 신인상 수상자 114명 중 73명(64%)이 데뷔 해보다 2년차 때 슬럼프에 빠졌다고 밝혔다. 4명(3.5%)은 현상 유지를 했고, 32.5%만이 2년차에 성적이 향상되었다. (올해를 보면 작년 괴물신인 마이크 트라웃, 다르빗슈는 32.5%안에 속함)
2년차 슬럼프에 대한 심리학적인 해석은 주위의 높은 기대로 인해 더 많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낄 수 있고, 통계적인 현상인 '평균으로의 회귀'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어쩌면 데뷔 첫 해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 중 많은 수가 데뷔 첫 해에 우연찮게 평소보다 훨씬 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FA, 연봉조정, 트레이드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FA 전해의 성적 향상, FA 당해의 성적 하락, 그 다음 해부터는 평균 수렴 등이 통계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런 패턴을 따른다. 그 심리적인 요인을 알아보기 위한 초기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충분히 즐기고 있는 활동에 대해 보상을 받게 되면 오히려 그 활동에 대한 동기 수준이나 흥미도가 하락한다고 한다. 바로 동기가 내적인 것에서 외적인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의무감, 책임감이라는 압박감이 형성되는 듯 하다.
여기서 예로 든 선수가 카를로스 벨트란인데 그런 사례를 이야기할 때 도덕적으로 분개하면서 흔히들 하는 말이 선수들이 큰 보상을 받으면 '살찐 고양이'가 되어 이전에 동기를 얻었던 모든 것에 관심을 잃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로 앞에 언급했듯이 FA 다음해부터는 다시 선수가 했던 평균적인 능력치를 발휘한다는 통계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물과 성적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스테로이드 논쟁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스테로이드는 타격한 공을 좀 더 멀리 보내는 데 도움을 줄 뿐, 공을 방망이로 직접 타격하는 기술은 약물과 상관없는 선수의 실제 능력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밝혀진 건 없다.
다만, 약물 성분 중 흔히 쓰이는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준과 공간능력 간에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물론 테스토스테론이 절대적인 수준에서 높은 것보다는 정상적인 테스토스테론 수치 범위 안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을수록 공간능력검사 수행이 좋다고 한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이 바뀌면 야구 경기에서의 수행 능력, 특히 던지기와 관련된 기술이 영향을 받게 되고, 타격처럼 공간 지각을 요하는 기술 역시 영향을 받는다.
6장. 외야관람석의 심리학 : 야구팬을 사로잡은 열정
아마 나와 같은 야구팬들에게 가장 솔깃하고 재미있는 챕터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라 한국 야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MLB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아마 우리 나라로 따지면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 팬들의 신경전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2004년 7월 24일 34,501명의 팬들이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기가 열리는 팬웨이 파크에 모여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중 일부는 레드삭스의 경기 결과에 죽고 못 사는 열혈팬(골수팬)이었고, 몇몇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으며 또 일부는 무료 입장권으로 온 사람도 있을테고, 아무런 약속이 없거나 우연히 그 시기에 보스턴을 찾았다가 야구장에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팀이나 운동 선수를 응원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한 연구자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혼란 상태'라고 언급했고, 또 다른 연구자는 팬이 되는 과정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며 탄식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른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사회화이다. 이에 대한 미신은 특정 야구 경기와 팀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연구 결과 네 종류의 사회화 집단(부모, 또래친구, 학교, 지역사회) 중 또래 친구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처음 동질감을 느끼는 팀을 결정할 때는 부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외에도 지역 연고 혹은 그 팀의 성공, 광고, 홍보, 현실 도피, 인터넷 등등 그 요인들의 조합에 따라 결정된다.
팬의 해당 팀에 대한 동일시는 스포츠팬의 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변인이다. 일상적인 팬은 그럭저럭 평범한 반응을 보이지만 골수팬은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팬이 자신의 팀에 점점 동일시할수록 경기 결과에 따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경쟁팀에 대한 편견적인 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 요인으로 바로 앞에 언급했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들었다. 어떤 동물이 지배 관계를 위한 싸움에서 이겼을 때 승리를 거둔 동물의 테스토스테론은 상승하고 패배한 동물의 테스토스테론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것은 다른 단순한 게임이나 사회 위치의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팬의 성향을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두번째는 야구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유스트레스(eustress, 긍정적 스트레스)' 라고 부르는 것으로 상황 자체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황이기에 유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세번째,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응원하는 팀과 자신이 얼마나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설문과 본인의 자존감에 대한 설문을 각각 실시했다. 일부는 상관관계에 대한 설문을 먼저 받았고, 나머지는 자존감에 대한 설문을 먼저 받았다. 상관관계에 대한 설문을 먼저 받으면 팬들은 관련이 깊다고 답하여 응원팀의 후광을 기분좋게 누릴지(BIRG), 혹은 관련이 적다고 답하여 응원팀의 실패를 차단할지(CORF)를 선택하게 된다. 상관관계에 대한 설문을 먼저 받은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팀이 패했을 때보다 승리했을 때 자존감의 차이를 훨씬 많이 보였고, 특히 골수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BIRG나 CORF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네번째, 몇몇 사람들은 경기 자체의 진가를 인정하기에 팬이 된다. 야구 자체를 즐기는 팬들은 수비 위치나 구원투수 투입, 1,3루에 주자가 있을 때의 공격 방법과 2루 시도 등 상황에 따른 작전과 경기의 전체적인 전략 등을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이 팬들은 통계에 특별한 관심을 쏟지만 단지 팀이나 선수의 순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본질 아래에 있는 것을 찾아내기를 즐긴다. 전문지식과 함께 선수들이 세세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지면서 이들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팬들은 야구를 볼 때 선수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아마추어 심리학자가 된다. 하지만 이런 직관의 심리학은 자주 어긋난다.
예를 들면, 스트라이크는 평균의 법칙이라기 보다는 투수의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홈런은 외야 쪽으로 부는 바람보다는 투수의 실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속 안타나 슬럼프에 대해 단순한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보다는 선구안이 좋다거나,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선구안이나 스윙은 선수 내적인 요인이지만 운은 외적인 요인이다.
이렇게 기본 귀인 오류는 또 다른 편견에 의해 강화되는데 자기 고양적 편향에 영향을 받으면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귀인을 해서 성공하면 내적인 요인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외적인 요인으로 귀인한다.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정말 또 거의 논문에 필적할만한 양이 나온 것 같다. 최대한 간단하게 간추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 많은 내용과 흥미진진한 요소를 담고 있으며 이 내용들을 통해 생각해볼만한 문제도 많았던 것이다.
타석의 심리학 챕터를 참고하여 생각하면 어떻게 타자들은 150이 넘는 직구 혹은 땅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 등의 변화구를 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더 많이 든다. 타격 매커니즘 자체도 쉽지 않은데 공이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오는 시간 안에 다 이루어진다는 것이(물론 준비는 그 이전부터 한다고 나와있지만) 놀랍고, 사람의 눈은(물론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더 월등히 좋은 동체 시력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공을 끝까지 볼 수 없는 구조이고, 순간적으로 놓칠 수 밖에 없는데도 공을 쳐내는 것을 물론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연구를 통해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지만 이래서 타자가 타율 3할을 넘는 것은 대단한 일인가 보다.
또한 외야수들이 외야플라이를 잡을 때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느 정도 기초적인 연구 결과는 나온 상태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에서의 투구는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 투수들은 수만번, 수백만번을 던지면서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을 확립하게 된다. 그냥 던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가장 좋은 폼을 확립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세세한 원리를 적용하여 몸으로 익히게끔 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확실히 투수의 손, 팔꿈치, 어깨, 허리, 하체 등등을 무리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수술이 잦은 것이며 혹사에 대한 이야기도 가장 많이 언급되곤 하니까 말이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지론이 맞아보인다.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소모품이라는 말... 물론 투구 후에 그 피로도를 풀어주고 보완해주는 여러가지 재활 의학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열심히 비판할 것이다.
우리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 선수 선발에 관련한 부분일 것이다. 나도 항상 새로운 선수들을 보면서 이 선수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선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라는 내 나름대로의 평가를 하고 들어맞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항상 있어 왔다. 이 부분 역시 구단에서도 많은 고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MLB도 다각도로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머니볼 책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통계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흥미로우며 미국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심리 평가도 점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연속 안타와 슬럼프, 클러치와 초크, 소포모어 징크스, 살찐 고양이 이론, 약물 등등 흥미로운 심리적 요소가 많았다. 여전히 이 부분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확률적으로 조 디마지오의 연속 안타 기록 외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주안에 있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미 클러치에 대한 부분은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에 나도 궁금한 사항이며 소포모어 징크스, 살찐 고양이 이론 등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결론이었던 것 같다. 다만, 약물의 상관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도 확실히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은 있지 않나 싶다. 역시 약물 문제는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아마도 나에게 가장 재미있던 것이 팬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야구팬이 되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확실히 난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접하고 알게 되었다. 사회화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난 TV로 중계되던 경기를 보고 팬이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사실 현재까지 나를 야구팬으로 지탱해주는 것은 이 부분이다.
그래도 골수팬들이 가지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상하 곡선이 나에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 선수는 왜 그랬어야만 했고, 이 팀은 왜 이런 플레이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리적인 고찰을 가지고 나중에 통계를 통해 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건전하게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야구는 어찌보면 학문이다. 우리가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적인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원리와 이론이 있고, 여러가지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커피도 이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되는데 어쨌든 그래서 난 야구가 세상에서 제일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인 것 같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야구만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야구단에 직접 들어간다거나 기자가 된다거나 그런 직업군을 가질 생각은 여전히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세이버 매트릭스 등 야구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부분을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만큼 야구는 알면 알수록 더 알 수 없는 미궁과 같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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