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걸 믿어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가끔 저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아왔기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나의 사랑도 시간이 더 지나야 확실해지겠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가 공지영씨로부터 쓰여진 최홍이라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홍... 어찌보면 남자 이름같고, 어찌보면 여자 이름같은 중성적인 이미지... 책에도 언급이 되었지만 이 이름을 일본어로 바꾸면 "베니" 라고 한다.
준고는 홍이를 "베니" 라고 불렀고, 홍이는 준고를 한국어로 직역한 "윤오" 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홍이는 베니라는 애칭을 준고가 불러주었을 때 자신이 처음으로 한 남자의 여자가 된 것 같은 색다른 기쁨에 빠졌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별한지 7년 후 김포공항에서의 재회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로 성공한 준고와 한국의 모출판사 기획실장인 최홍의 우연한 만남...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럼데 눈앞에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최홍은 이 우연한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운명... 나도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최홍의 이런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도 상당히 비슷해 웬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잊는다는 거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잊는다는 게 뭘까 가끔 생각했다. 뭘 그렇게 잊어보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나 하면서... 그러나 이 구절을 본 순간 가슴이 탁 막혔다. 그래... 나도 이런 생각으로 이런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을 잊어보려는데 그게 맘대로 안되어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그의 곁에 있는 모든 여자를 질투했었다. 칸나라는 여자는 물론이고, 그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까지.....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가끔 정체도 모를 이상한 마음에 휩싸였었다. 그 사람 주위에 있던 모든 여자들에게 질투했었던 것 같다. 한번도 표현은 안했지만... 나에게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었는데 이게 나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약간 안심은 된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고?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할 날이 오겠지......
이렇게 최홍과 준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윤오하고 베니이면서 준고하고 홍이인 두 사람은 함께 손잡고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오랜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다시 만났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관계로....
이 책을 접으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과 기억들 때문에 읽는 것조차 버겁기도 했지만 이게 인생이고 사랑이겠다 싶다.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괜시리 희망이 생기기도 했고 또 반대로 소설일 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가 처음 고백했을 때 날 왜 좋아하냐고 물었었다. 세상에 이쁜 여자들 천지고 부족한 내가 이렇게 물어보는 건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밝아보여서..."
난 천성적으로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이렇게 변해갔고, 아직도 혼자 있을 때는 외로움도 많이 타고 표정도 어두운 편이다. 그래도 의외였다. 오히려 이뻐서라고 했으면 더 못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쁜 외모는 아니지만 외모는 점점 나이가 먹을 수록 변해가는 거고 영원히 이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지금은 그가 다 나를 잊었을 거라고 남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말고 다른 좋은 사람이 벌써 생겨버리면 어떡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도 많이 느꼈고 말이다.
첫사랑은 아프다. 홍이도 준고가 첫사랑이었고, 힘든 사랑을 키워갔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이루어졌다.
나도 그가 첫사랑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사랑한번 못해본 내가 한심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해봐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도 쉬곤 했으니까.
첫사랑부터 너무 힘들게 시작했고, 너무 힘들게 끝내고 있지만 나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는 사랑이란 것 다시는 못할 것이다.
이 책과 지금 이 시간들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그 시간들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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