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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마음의 양식

[도서 리뷰]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

by ♥Elen_Mir 2014. 6. 16.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공지영)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13-02-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비로소,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를 쓰다섬세한 감정 표현과 탁월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걸 믿어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가끔 저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아왔기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나의 사랑도 시간이 더 지나야 확실해지겠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가 공지영씨로부터 쓰여진 최홍이라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홍... 어찌보면 남자 이름같고, 어찌보면 여자 이름같은 중성적인 이미지... 책에도 언급이 되었지만 이 이름을 일본어로 바꾸면 "베니" 라고 한다.

  준고는 홍이를 "베니" 라고 불렀고, 홍이는 준고를 한국어로 직역한 "윤오" 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홍이는 베니라는 애칭을 준고가 불러주었을 때 자신이 처음으로 한 남자의 여자가 된 것 같은 색다른 기쁨에 빠졌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별한지 7년 후 김포공항에서의 재회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로 성공한 준고와 한국의 모출판사 기획실장인 최홍의 우연한 만남...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럼데 눈앞에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최홍은 이 우연한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운명... 나도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최홍의 이런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도 상당히 비슷해 웬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잊는다는 거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잊는다는 게 뭘까 가끔 생각했다.  뭘 그렇게 잊어보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나 하면서... 그러나 이 구절을 본 순간 가슴이 탁 막혔다.  그래... 나도 이런 생각으로 이런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을 잊어보려는데 그게 맘대로 안되어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그의 곁에 있는 모든 여자를 질투했었다. 칸나라는 여자는 물론이고, 그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까지.....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가끔 정체도 모를 이상한 마음에 휩싸였었다. 그 사람 주위에 있던 모든 여자들에게 질투했었던 것 같다. 한번도 표현은 안했지만... 나에게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었는데 이게 나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약간 안심은 된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고?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할 날이 오겠지......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홍이의 엄마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홍이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 전 첫사랑이고 정말 사랑했던 일본여인이 있었으나 역시나 일본과 한국의 그 관계를
변명으로 헤어지고 홍이 엄마와 결혼했던 것이다.  그 여인은 아직도 홍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고...... 두 여인의 삶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서 그런 말이 나왔었다. 꿈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마음껏 이 세상을 떠돈다고. 만일 당신이 꿈속에서 누군가와 만났다면 그건 그 사람의 영혼도 밤새 당신을 만난 거라고 말이다.
 
  꿈속에서 그를 만나서 행복했다가도 그 꿈에서 깨고 나면 고통스러웠다.  아직도 내 꿈 속에는 그가 나온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이별 후에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고 하더니 현재의 내 마음과 상황이 저 한 문단으로 표현되고 있는 듯 하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에...
 
  "그냥 시간에게 널 맡겨봐. 그리고 너 자신을 들여다봐. 약간은 구경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네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들고 그리고 고요해진 다음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하는지,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봐. 그건 어쩌면 순응같고 어쩌면 회피 같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응일지도 몰라.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게 늘 정직한 친구니까."
 
 그러고 있고, 앞으로 그럴려고......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떨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번 심어진 사랑의 구근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조그만 싹을 내밀 것이다.
  그런 구근의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 하늘 너머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갈 것들이, 그게 설사 내 마음이라고 해도, 가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나면 안된다고 천 번의 밤 동안 결심한다고 한들, 만날 것들이 만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이 우연한 재회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지면 이렇게 나도 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사랑했었노라고, 사랑했다고 해도 내 곁에 둘 수도 없었을 것이므로 잘 보냈다고......
 
  "그래, 정말로 달렸어. 그것밖에 할 수가 없었거든. 말로 분명하게 설명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하지만 계속 달렸기 때문에 그때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게 되었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넌 혼자서 달렸다는 걸......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미안해. 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이렇게 최홍과 준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윤오하고 베니이면서 준고하고 홍이인 두 사람은 함께 손잡고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오랜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다시 만났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관계로....



  이 책을 접으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과 기억들 때문에 읽는 것조차 버겁기도 했지만 이게 인생이고 사랑이겠다 싶다.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괜시리 희망이 생기기도 했고 또 반대로 소설일 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가 처음 고백했을 때 날 왜 좋아하냐고 물었었다. 세상에 이쁜 여자들 천지고 부족한 내가 이렇게 물어보는 건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밝아보여서..."

 

  난 천성적으로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이렇게 변해갔고, 아직도 혼자 있을 때는 외로움도 많이 타고 표정도 어두운 편이다. 그래도 의외였다. 오히려 이뻐서라고 했으면 더 못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쁜 외모는 아니지만 외모는 점점 나이가 먹을 수록 변해가는 거고 영원히 이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지금은 그가 다 나를 잊었을 거라고 남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말고 다른 좋은 사람이 벌써 생겨버리면 어떡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도 많이 느꼈고 말이다.  

 

  첫사랑은 아프다. 홍이도 준고가 첫사랑이었고, 힘든 사랑을 키워갔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이루어졌다.

 

  나도 그가 첫사랑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사랑한번 못해본 내가 한심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해봐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도 쉬곤 했으니까. 

  첫사랑부터 너무 힘들게 시작했고, 너무 힘들게 끝내고 있지만 나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는 사랑이란 것 다시는 못할 것이다.  

 

  이 책과 지금 이 시간들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그 시간들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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