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가 이 책을 통해 '타격의 절반은 머리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이야 타격 혹은 야구에 대한 많은 이론과 과학적인 지식이 연구되어지고 있지만 1960~70년대때만 해도 다른 여타 운동과 마찬가지로 야구 또한 운동 능력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 많았다. 사실 내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매우 어렵다' 라는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렇게 단순하게만 여겨지던 야구를 한층 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게 해준 이 중 한 명이 테드 윌리엄스가 아닐까 한다.
테드 윌리엄스. 1939년부터 1960년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292경기에 출전하여 2654안타, 521홈런(역대 11위), 1839타점, 통산 타율 .344(역대 6위), 출루율 .482(역대 1위), 장타율 . 634(역대 2위)를 기록하였고, 아메리칸 리그에서 타격왕을 6번 차지하였다. 베이브 루스에 비해서는 홈런이 적었고, 타이콥에 비해서는 안타수가 적었지만 최전성기에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생긴 5년여의 공백기를 감안하면 '베이브 루스의 장점과 타이 콥의 장점을 합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완벽한 타자였다. 은퇴 후에는 워싱턴 시네이터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감독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잠시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역자의 해제에서 야구의 탄생과 짧은 역사에 대해 언급한다.
1845년 뉴욕에 살던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만든 '니커보커룰' 에 따라 최초의 공식적인 근대 야구 경기가 시작되었고, 1860년대에 '야구 선수' 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1871년에는 정식으로 프로야구 리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901년 양대 리그가 정착되었으며 1903년에는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도 했다. 야구는 단순한 놀이에서 출발해 스포츠, 여기서 더 나아가 다시 산업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1890년에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덴튼 트루 영이라는 투수는 정말 빠른 공을 던졌는데 그런 그를 본 사람들이 그가 공을 던지면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 사이에 마치 사이클론이 몰아치는 것 같다고 하여 '사이 영(사이클론의 'Cy'와 그의 이름에서 Young을 따서)' 이라는 애칭이 붙여졌고, 전무후무한 500승의 신화를 완성했다. 바로 현재 각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1905년에는 타이 콥이라는 타자가 등장했다. 무려 23년동안이나 3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타율을 유지했고 4할이 넘는 타율도 세 번이나 기록하여 .367이라는 역대 최고의 통산 타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데다 악마스러운 면모를 지닌 냉정한 현실주의자였던지라 많은 이들의 존경은 받지 못했다.
반면 1907년에 데뷔한 월터 존슨과 1897년에 데뷔한 호너스 와그너는 그와는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신사적인 면모를 갖춘 선수들이었다. 월터 존슨은 무시무시한 강속구 투수였으면서도 자신이 던진 공에 타자가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타자의 바깥쪽으로만 공을 던지는 아량을 베풀면서도 무려 110번의 완봉승을 기록해 '월터 경(Sir.Walter)'이라 불렸고, 호너스 와그너는 8번이나 타격왕에 오를 만큼의 공격력에 더해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나서면서도 언제나 최고로 꼽힐 만큼의 수비력을 자랑하였으며 돈보다는 가치와 명예를 중시한 나머지 담배 홍보에 이용되는 것이 싫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야구카드의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1909년 사상 최초로 1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 선수가 바로 호너스 와그너였다는 사실...
미국 문화 자체를 상징하는 야구가 시작된 진정한 출발점은 1920년이었다. 바로 그 해에 레드삭스에서 양키스로 이적하여 타자로 전향한 베이브 루스는 54개의 홈런을 날리며 야구의 중흥기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베이브 루스는 최초로 당대의 미국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 시작한 야구선수였다.
루스가 은퇴한 후 1940년대와 1950년대 조 디마지오와 테드 윌리엄스 그리고 스탠 뮤지얼의 '3인방'이 최고의 타자였다. 조 디마지오는 뉴욕 양키스의 간판 타자로서 1941년 5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325의 통산 타율과 361개의 통산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최고의 구단이라는 후광에 더해 최고의 실력과 잘생긴 외모, 훌륭한 매너까지 갖추며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간판 타자였던 스탠 뮤지얼은 1963년 은퇴할때가지 22년간 카디널스에서만 뛰었고, 몸 전체를 잔뜩 웅크린 채 머리만 빳빳이 치켜세워 코브라를 연상시키는 타격 자세로 7번이나 타격왕에 오르며 통산 .331의 타율과 3630개의 안타, 47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한편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이었던 테드 윌리엄스는 이 두 경쟁자들에 비해 결코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20세기 마지막 4할 타자로 등극했던 1941년에는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웠던 조 디마지오에게 MVP를 빼앗겼고, 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던 1947년에도 양키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조 디마지오에게 MVP를 빼앗겼다고 한다. 성격적으로 고집이 세고, 신경질적이며 기자들을 향해 '타자기 위의 기사들(현재 표현으로는 키보드 워리어)' 이라 조롱했으니 당연히 MVP 선정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공정한 표를 던져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베이브 루스가 야구의 시대를 연 개척자였다면, 테드 윌리엄스는 야구가 만개했던 시대의 주인공이었다. 1970년에 집필한 이 책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 과 같은 시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격 코치인 찰리 로가 쓴 '3할의 예술(The art of the hitting .300)' 이 타격 이론의 양대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타격의 과학' 이 먼저 쓰여지고, 그 이후 '3할의 예술' 이 나오면서 두 저자의 타격이론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것도 끊임없이 발전해가고 있는 야구 역사의 한 단면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이 책에 의해 비로소 야구는 몸의 영역에서 머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의 야구는 삶의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승부를 상징하는 말이며, 삶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한두번의 실패에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아 '훌륭한 타자도 열 번의 기회 중 안타를 때려내는 것은 고작 세번 뿐이다' 라는 말을 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아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렌 버핏은 자신의 방에 이 책의 표지 사진을 붙여놓고, 주변인에게 '훌륭한 투자란 테드 윌리엄스가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 안타를 치는 것과 같다. 좋은 투자 기회가 올 때까지 잘 참고 기다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고 충고했다고 한다.
만일 스포츠가 과학이라면 야구의 타격이야말로 과학이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야구의 타격에도 기초가 있고, 모든 훌륭한 타자와 타격 코치들이 말해줄 수 있는 어떤 원칙들이 있는데 당시에는 그것들이 정밀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잘못된 생각들을 모아 밝힐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1) 타자, 너 자신을 알라 : 타격이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상황을 파악하며, 상대방에 대해 분석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타자는 야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2) 가볍게, 하지만 정확하게 : 배트는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어떤 무게와 어떤 길이의 배트를 선호하든 아주 짧은 시간에 1온스(약 28g) 안팎까지도 무게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3) 생각하라, 그리고 연습, 연습, 연습! : 테드 윌리엄스는 22년의 프로 생활을 하면서 거의 8,000번의 타석에 들어섰고, 300홈런을 칠 때까지 상대 투수가 누구였고, 볼카운트와 구종, 코스가 무엇이었는지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만큼 하나하나 강박증을 겪을 정도로 생각한다는 점이 중요하고, 그것을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연습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인 듯 하다.
4)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타격하라 : '좋은 공을 골라서 때리는 것'과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라' 라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타격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은 그 선수에게 딱 맞는 것이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타격의 '진리'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선수 각자의 기질에 맞게 적용시키는 것이다. 로저스 혼스비는 "위대한 타자는 타고나는 게 아니야. 만들어지는 거지. 연습하고, 실수를 고쳐가고 스스로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거야." 라는 말을 남겼다.
5) 타격의 세가지 법칙 : 첫째는 좋은 공을 골라서 치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적절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세번째는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떤 공을 쳐야 하는지를 언급한다. 투수에게 2인치의 여유를 주게 되면 스트라이크 존은 35%나 넓어지게 된다.
6) 더 영리해질 수는 없는가? : 훌륭한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치기 좋은 공을 골라서 쳐야 한다. 혹시 나쁜 공이라고 생각했던 공에 삼진을 당했더라도 따지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던 팀 동료에게 물어본 후 그가 심판과 똑같이 생각한다면 기억해두면 좋다고 한다. 스스로 그 영역을 그림으로 표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7) 어떤 공이 들어올지 추측해도 되는가? : '적절한 생각'은 효과적인 타격을 위한 요령의 절반이며 연습하거나 경기 상황에 대해 연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어떤 지도자들은 추측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는데 이건 잘못된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추측을 하면 아이디어를 얻게 되고, 아이디어는 적절한 생각, 예상, 추측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커브냐 직구냐를 찍어서는 안되고, 근거의 틀을 두고 특정한 사례들로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면서 추측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약점을 극복하고 싶을 때 '예상(anticipating)' 을 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8) 손, 발, 머리, 어깨의 위치와 움직임 : 트리스 스피커의 "자연스럽게 하라.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말을 빌려 가장 이상적인 타격은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들의 힘으로 배트를 단단히 쥐어야 한다고 한다. 손과 몸의 간격을 3~8인치 정도로 유지하고, 체중은 두 발에 균형있게 분산되어야 하며, 다리는 공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무릎은 유연하게 굽혀져 있어야 한다. 어깨는 최소한 타격이 시작되는 시점까지는 수평을 유지하고, 머리는 항상 고정되어야 하며 다리를 내딛을 때 체중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머리가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9) 스트라이크 존과 스윙 자세 : 타격 자세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특성에 맞추어져야 하고 개인적인 스타일과 보폭도 각자 신체적 특성에 맞추어져야 하며 타석에서 준비하는데 편안하게 느껴져야 한다. 타자들은 자신이 어떤 코스의 공에 어떤 타율을 기록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0) 엉덩이,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 : 손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엉덩이를 살짝 당겼다가 돌리는 동작이다. 스윙할 때 엉덩이를 돌리는 방법이야말로 힘을 균형있게 끌어내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엉덩이의 움직임은 머리를 축으로 팽이처럼 도는 형태이며 유연하게 회전하도록 해야 하며 다리를 뻗는 방향은 투수를 마주보는 방향에서 10도 이내의 각도여야 한다. 또한 실제로 타자는 어떤 구종의 공이 어느 코스로 날아올지를 알기도 전에 이미 스트라이드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11) 본 적이 없는 공은 치지 마라 : 초구를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첫번째 타석이다. 첫 타석은 효과적인 타격의 열쇠일 뿐만 아니라 야구 인생 전체의 열쇠가 될 것이다. 첫번째 대결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면 그 다음 세 번의 기회에서 훨씬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투수와의 첫 대결에서 쳤던 공이 그 투수와 상대할 때 기다리는 공이 된다.
12) 엉덩이가 모든 동작을 이끈다 : 공을 때릴 때 강한 임팩트는 손목을 돌리거나 손목으로 휘두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목을 단단히 편 상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즉, 손목의 회전은 공이 배트를 맞은 다음에 이루어진다. 엉덩이가 스윙 동작을 만들고 이끄는데 이렇게 되지 않아서 몸을 충분히 열지 못하면 손목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13) 오른손과 왼손, 어느 쪽 힘이 더 중요할까? : 힘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것은 더 강한 쪽 손을 임팩트 지점(배트의 굵은 지점 쪽)에 가까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난 오른쪽 손이 맞는 듯...
14) 올려 치는 것이 진리다 : 테드 윌리엄스는 지면과 수평에서 약 10도 정도 위로 올려치는 스윙을 옹호(어퍼스윙)하는데 이 당시는 레벨 스윙이 정답이라고 여겨졌던 것 같다. '3할의 예술'을 쓴 찰리로 명 타격코치도 이 이론에 대해서 반대했다니까... 어찌되었든 어퍼 스윙을 옹호하는 근거는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은 대략 지면으로부터 56~140cm까지의 높이인데 낮은 공이 더 치기 어렵기 때문에 어퍼 스윙이 배트가 더 오랜 시간동안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따라서 돌게 함으로써 30~45cm 사이의 임팩트 존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레벨 스윙을 깍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스윙으로 무엇보다 공의 변화를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단지,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레벨 스윙보다는 어퍼 스윙이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15) 조정하고 적응하기 : 주의깊은 타자라면 구장이나 그 이외의 환경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이다. 날씨, 사소한 산만함(시선)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며, 또한 어떤 투수를 상대하냐에 따라서도 조정하고 적응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낮은 공을 칠 때는 무릎을 약간 굽혀서 쳐야 스윙폼이 유지된다는 것 등등...
16) 머리 나쁜 투수들에 대한 소견 : 평범한 투수들의 문제는 머리가 나쁘다는 점이다. 아마 그것보다는 타자에 대해 그다지 연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 같다. 그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너무 자주 타자에게 말려들며 가장 큰 실수는 타자들이 치고 싶어하는 공을 던져준다.
17) 타자와 투수의 두뇌 싸움, 세번째 공 : 타격의 50%는 머리로 하는 것이고, 그 생각의 대부분은 투수에 관한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투수들만이 어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는데 보통의 투수들은 아마 투수로서 등판하지 않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주의깊지 못하다고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것 중에 투구 동작에 대한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라 패스(투구폼을 수시로 바꾸는 건 제구력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부상 위험도 있기 때문에)하지만 동의하는 부분은 제 3의 구종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제 3의 구종을 갖춤으로써 타자들의 머리를 33%이상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18) 번트에 관한 몇 가지 충고 : 좌타자든 우타자든, 배트 위쪽을 쥔 손은 배트 상표가 찍힌 곳까지 올려 잡아야 하고, 손가락은 배트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쥐어야 한다. 그리고 위쪽 손은 지렛대의 받침점같은 역할을 해야 하고, 아래쪽 손은 번트 타구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또한 배트 맨 위쪽으로부터 7~8cm쯤 아래 부분에 맞히는 것이 좋은데 공의 속도를 죽이기에 더 편한 위치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번트는 공의 위쪽을 노려서 공이 바닥에 떨어지도록 해야 하고, 원 볼 상황이 번트대는데 가장 유리하다.
19) 연습, 또 연습 : 타격 연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습할 때도 공을 놓쳐서는 안되고, 항상 공에 집중해야 하며 덕아웃에 있을 때도 경기하는 순간 순간을 모두 집중해서 봐야 한다.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그 다음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슬럼프가 찾아오는데 열심히 훈련하는 수 밖에 없다. 문제점을 고치는 것은 거의 자동적이며 자발적인 과정이어야 하고, 슬럼프를 끝내는 것은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과 거의 같다.
모든 선수들이 목표를 가져야 한다. 목표는 의욕을 끌어올려주며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고, 긴장하게 하면서 한층 더 노력하게 한다. 하던 대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저 괜찮은 타자를 넘어 위대한 타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테드 윌리엄스가 이 책을 쓴 것이 1970년이고,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2011년으로 약 40년의 간극이 발생한다. 이 세월의 간극만큼 여기서 말하는 이론이 터무니없는 부분도 있을지 모르고, 잘못된 것으로 판정된 것(투수의 투구폼 변경 같은;;)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러 부분 야구의 타격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시스템을 갖추려 하는 개척자는 많은 시행 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고, 그런 시행 착오와 실수들을 바로잡아 비로소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진다. 아마도 테드 윌리엄스가 이 책을 쓴 당시 야구에 대한 보다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은 없었던 것 같아서 사실 이 정도의 내용으로 이론을 제기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세이버 매트릭스도 이때부터 나오긴 했지만 이것도 1980년대에 이르러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니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생각'이고, 그 생각의 영향력이 선수들의 미래를 밝게 혹은 어둡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이다. 팬들이 '생각'하는 야구와 선수들이 생각하는 '야구'가 상이한 면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야구에서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점 같다. 물론 그 야구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운동 신경이 갖춰져야 하겠지만 테드 윌리엄스가 말했듯이 50%는 두뇌, 바로 '생각'이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예전에 메이저리그를 많이 보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그렉 매덕스가 빠르지 않은 직구를 가지고도 정교한 제구력으로 위대한 투수가 된 것은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있고, 이 선수들 또한 빠른 구속에 좋은 제구력을 합친 위대한 선수들이었지만 그렉 매덕스는 가히 최고의 컨트롤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지도하고 있는 스타일만 봐도 이 분의 비범한 두뇌는 예사로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도 물론 현재도 야구를 잘해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것이지만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공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인 목표치까지 정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생각하고 보완해나갔으면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은 야구 뿐만이 아니고 우리 인생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심층적으로 계획하고 조직화시켜야 앞으로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부분, 아무리 허황될지라도 일단 그 꿈을 꾸면서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어떤 일들을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점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솔직히 여태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보다 합리적인 대책들을 강구하며 내 인생을 계획하고 꿈을 꿔봐야 할 것 같다. 그 꿈이 설사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혹은 허황되어 보일지라도 내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니겠는가.
꿈 그리고 일, 미래에 해야 할 일, 행복 등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였다.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항상 이렇게 우울하게 살지만은 않으리라 믿으며 또 다시 나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봐야겠다.
다음 리뷰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될 것 같은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긴 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이미 다 읽은 책이긴 하지만 리뷰를 쓰려면 다시 들여다보며 써야 하니까...... 그래도 참 유익한 책이었기에 한번 정리해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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