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보고 느낀 건 야구는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일종의 경기 흐름 혹은 시즌을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현재 흐름 및 느낌이라는 주관적인 요소도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넥센팀의 전체적인 문제점이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그나마 외국인 원투펀치는 할 때는 확실하게 해주고 있지만 그 뒤를 받춰주는 국내 토종 선발들의 성장이 매우 더디고, 그에 따라 불펜 과부하도 간과할 수 없으며 타자들은 그런 투수들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때문인지 수비와 더불어 타격에서도 더더욱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내가 봤을 때 오늘 경기는 시작 전부터 문제였고 경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첫번째, 선발투수 김영민이 엘지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한 시즌 내내 한 팀한테 잘하기도 힘든 것이 상대팀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요즘 전체적으로 하락세라는 것을 감안해봤을 때 잘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었다.
두번째, 안태영이 콜업되자마자 2번 타순에 배치된 부분도 미스라고 보여진다. 안태영은 6년동안의 긴 공백도 있었고, 타자 전향해서 제대로 훈련한 건 올해가 3년째이며, 1군 경험은 올해 몇 경기가 다이다. 사실 아무리 타격 재능이 있어도 여러가지 경기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든 부분이기에 하위타순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며 키워내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상위 타순에 배치시킨 건 선수의 능력보다 더 큰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아마도 상대 선발투수가 사이드암이니 좌타자가 유리하다는 걸 감안해서 낸 것 같은데 그건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타자로 활동해온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고, 안태영처럼 처음부터 배워나가는 좌타자는 오히려 무브먼트가 심한 사이드암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차라리 좌투수가 사이드암보다는 더 쉬울지도 모른다......
세번째, 어차피 선발 투수가 무너졌고, 타선도 현재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봤을 때 강윤구까지 굳이 낼 필요 없었다고 생각한다. 3회에 4실점하면서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한 경기 잡으려고 무리하다가 다른 경기에 영향이 미치는 것보다는 그냥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강윤구를 이제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쓰겠다는 포석이었다면 그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시점이 오늘은 아니었다고 본다.
네번째, 오늘 대타 교체 타이밍이 좀 아쉽다. 서동욱이 염 감독 양아들인가 싶은 생각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건 논외로 치더라도 8회말 만루 찬스에서는 서동욱부터 대타로 교체해야 했다는 느낌이었다. 서동욱 대신 집사님이 나오고, 9번 타순에 다른 우타자가 대타로 나왔다면 동점은 성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상대방 투수를 더 괴롭히면서 투구수를 늘렸다면 9회에 역전도 가능했다고 본다. 상대팀 수비가 잘했고 우리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치부하기에는 내 느낌은 이건 아닌데 싶었다는...;;;
뭐 하지만 이 부분은 나도 데이터가 아닌 순전히 '감'이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야구는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하다. 나도 가끔 한달에 한번씩 기본적인 스탯과 더불어 간단한 세이버 스탯도 계산하고 있고, 확실히 그 수치들로 인해 팀이나 선수들의 가치나 능력 평가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조금씩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 공부하려 하고 있으며 야구는 확률을 가지고 운영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맞아떨어지는 면도 있다. 요즘 투수 쪽은 ERA, ERA+(MLB만 제공), IP, IP/G, OOPS, BB/K, SO, K/9 등을 주로 보고, FIP, BABIP도 참고하며, 타자는 Bating AVG, OBP, SLG, OPS, RBI, RC, RC/27 등을 주로 보며 투수 타자 모두 WAR도 가끔 참고한다.
그만큼 나도 데이터에 대해 중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더불어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감독은 장기레이스를 치르며 보이는 흐름과 세부적으로는 경기에 대한 흐름을 모두 캐치할 수 있어야 하며,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난 금요일 사직 롯데전 같은 경우 만루 상황에서 한현희가 나와 홈런 포함하여 많은 실점을 했다. 아마 현재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이기도 했지만 데이터 상으로 좌타자에 강하기도 해서 냈을텐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사실 이 경기 때의 심리적인 요소를 감안한 내 생각은 이정훈이 주자 2명까지 만들었을 때 바꿨어야 했다는 것이었고,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황이면 그냥 이정훈이 마무리하게 놔두었어야 했다. 아마 이렇게 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테지만 최소한 한현희라는 투수에게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생길 소지는 없었을 것이다. 이건 장기레이스를 치루면서 다음 경기 흐름까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봐야할 듯...
오늘 아쉬웠던 점은 안태영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오늘 안태영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타자들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2번 기용은 정말 아니었다는 점. 사이드암 상대로 좌투수가 강하다는 점만 감안해서 낸 것 같은데 이 선수의 경험과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물론 전통적인 2번 타순 지론이 아닌 요즘 이론으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2번에 갔다놓는 것도 찬성하는 편인데 그건 일반적인 타자들 이야기이다. 차라리 이택근 1번에 문우람 2번을 두고, 김민성-박병호-강정호-유한준-안태영-서동욱(김지수)-허도환 이렇게 짰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데이터 야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선수들의 현 상황과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는 타순으로 배치하고, 현재 어떤 심리상태로 야구를 해나가고 있는지도 감독은 면밀히 체크해나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감독이 힘들면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석코치가 하는 것도 괜찮아보이고...... 메이저리그처럼 멘탈 코치를 따로 두고 있다면야 좋지만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그렇지 못하니 그런 부분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팀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나름 파악해본 현재 넥센 선수들의 심리 상태는 피곤함과 조급함이다.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은 모두들 알 것인데 4강에 대한 조급함으로 몸이 딱딱히 굳어지고, 그 압박감으로 공수에서 실수가 잦아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감독이 조급해하지 않고 진득하게 버텨줘야 선수들도 그것을 믿고 버텨주는 것인데 뭐 감독도 초보 감독이니 그 부분은 감안해줘야 할 듯 싶기는 하나, 감안해주다가 결국 4강은 못갈 듯... ㅋㅋㅋㅋㅋ -_-;;.
어쨌든 이 점을 보니 정말 좋은 감독이 될 거란 생각은 별로 안든다. 그냥 조범현 감독처럼 장점이 있는 감독 정도로만 될 듯... 뭐 이것도 훌륭한 것이긴 하겠지마 내가 바라는 감독감은 아니기 때문에 좀 아쉽기는 하다. 아무래도 대범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죽어도 안되는 부분일지도......
전에 파울볼에서 염 감독 머리는 좋은 사람이기는 하나, 일종의 '감'은 없는 것 같다란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오늘 경기 보니 확실히 내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사실 '감'이라는 건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내가 간혹 야구 뿐만이 아니고 일상 생활에서도 신기가 발휘되는 스타일... -_-;;;) 노력해서 되는 부분은 아닌 듯 하고, 올시즌 종료 후 필히 김정준 위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면 좋겠다.
지난번 중계에서 김정준 위원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전력분석원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기록에 대한 부분은 정말 잘 알 것이고 잘 파악하고 있어서 데이터 야구 신봉자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김정준 위원은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단다. 데이터는 일종의 참고 사항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그것을 통해 오는 일종의 '감'도 염두해두시는 것 같았다. 아마 김성근 감독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겠지......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데이터는 잘 보는데 '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옆에 '감'이 뛰어난 인재를 쓰면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노력해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주위 조력자가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이건 야구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 조직도 마찬가지니까......
사실 대표적인 양아들 몇 명만 죽어라 끼고 있어 답답한 면도 없지 않고, 조급증에 대해 가열차게 파울볼에 까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감독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나의 비판을 잘 못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 웬만하면 내 블로그에만 끄적이는 것으로 하려고 한다. 전임 감독님도 크게 비판했었는데 그때는 아무말 없다가... -_-;;;
그래서 오늘은 그냥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만한 부분만 내 블로그에만 끄적여본다. 뭐 열받고 화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난 가을 잔치에 대한 미련을 진작에 모두 버린 상태였어서 별 감흥도 없다. 순리대로 해서 가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팜을 끌어올려서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
단, 팀이나 선수들은 조급증이 아닌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경기를 해나가길 바란다. 부담감 가지면서 경기해봤자 경기 결과는 더 반대 방향으로 흐르니 시즌 초중반처럼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빨리 되찾아야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거 해소 못하면 4강은 꿈에만 그칠 것이니 모두 놀지만 말고 잘 좀 생각해보길 바란다.
#2. 요즘 자꾸 텍사스 경기를 놓치면서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는데 어제는 휴스턴을 상대로 대승을 하였다.
그제 시애틀전 달빗 나왔을 때 이렇게 점수 뽑아줬다면 13승은 무난했을텐데 잘 던지고도 ND...... 다르빗슈도 에이스긴 에이스인 것 같은게 커쇼만큼은 아니지만 득점 지원도 시즌 초중반에 비하면 많이 줄었고, 어느 순간 불펜도 승계 주자 실점을 차곡차곡 쌓아주고 계신다. 고독한 에이스라고 해야 할라나... 그래서 어제도 알링턴 구장에서 7.1이닝 3실점했는데 ND... -_-;;
하지만 오늘 아니 어제 경기는 시카코 컵스에서 이적한 맷 가자가 나와 16점이란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도 4실점에 후속 투수가 안타를 맞아 5실점까지 했다. 리글리 필드도 꽤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알고 있는데 알링턴 볼파크가 진짜 투수들의 무덤이긴 한 것이 저번 등판때도 4실점했던 것 같다. 가자는 알링턴와서 방어율이 꽤 치솟은 듯......
하긴 비교적 투수친화적인 구장을 쓰고 있는 시애틀의 킹 펠릭스도 달빗 등판일 전날에 나와서 5실점이나 했으니 다르빗슈와 데릭 홀랜드 이 두 친구가 정말 잘 던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갑자기 5월인가에 알링턴 볼파크에서 저스틴 벌랜더가 등판하여 우리한테 8실점한 경기가 불현듯 생각이 나는구나...
어쨌든 어제 게임은 사실 작은 것에서 승부가 갈렸다. 1번 주릭슨 프로파-2번 엘비스 앤드루스의 발빠른 테이블세터가 초반부터 번트와 도루를 하며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고, 3번 이안 킨슬러가 희생번트까지 대며 요즘 보여준 변비 야구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워싱턴 감독의 굳은 의지를 볼 수 있었는데 이러면서 휴스턴 내야진의 수비 실수 릴레이가 벌어지며 빅이닝을 갈 수 있었다. 휴스턴도 팀이 강해지려면 아마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한데 그래도 타격은 내셔널리그 팀들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수비가 약해서 시간이 꽤 걸릴 듯...... 마치 메이저리그팀 vs 트리플리그팀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메이저리그의 대세인 빅볼보다는 스몰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바로 빅이닝으로 이어진 케이스이다. 이것도 어찌보면 강한 타격을 선호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확률을 따져 하는 부분에는 위배된다. 왜냐면 메이저리그는 초반에 번트를 대지 않고, 앞타자 OPS보다 뒷타자 OPS가 낮아도 거의 대지 않으며,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무사 1루보다 1사 2루가 득점확률이 더 적다는 통계가 나와있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이란 나라는 합리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시되는 나라이고, 야구에도 그것이 그대로 통용되기에 확률적은 게임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텍사스는 일단 스몰볼로 포문을 열었다. 알렉스 리오스도 웨이버공시 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워낙 타선 전력 이탈이 커서 타격이 예전같지 않았고, 사실 투수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버텨온 것이라 감독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되리란 느낌에 가끔 이렇게 스몰볼로 경기를 운영할 때가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텍사스의 론 워싱턴 감독도 사실 답답한 면이 없지는 않은 감독이지만 선수들도 잘 다독여줄줄 알고,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며, 아프면 바로바로 빼주면서 관리해주고, 때로는 작전 야구도 구사할 줄 안다. 다만, 선발투수 믿는 것은 좋은데 너무 오래 끌고 가서 실점을 늘려주는 경기도 좀 있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 다른 부분은 크게 아쉽지는 않다. 난 우리나라에도 이런 성향의 감독을 바라는 것인데 아마 죽어도 안 나오겠지... ㅋㅋㅋ -_-;;;
P.S. 바로 조금 이따 오전에 텍사스 선발투수로 휴스턴에서 지명할당된 후 FA로 우리팀에 온 기아의 전 외국인 투수 트레비스 블레이클리가 선발투수로 나온다. 알렉시 오간도 땜방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우리 선수니 잘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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