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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Column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Best Of Best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6일차 : 한국 vs 대만 결승전)

by ♥Elen_Mir 2014. 8. 10.

[2010. 11. 30 작성]



Best Of Best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對 대만 금메달 결정전(6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11월 19일 결승전. 전날 저녁에 일본을 승부치기 끝에 꺽고 올라온 대만이 우리의 맞상대였고, 아시안게임 들어서 2번째로 만나게 된 팀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만도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점 때문에 좀 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래서 대만도 예선때보다도 더 만만치 않게 나오리라 생각했었고 말이다.

물론 대만은 포인트제가 있어 차곡차곡 쌓아 일정 포인트가 되면 면제가 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하던데 이 친구들도 단번에 면제되고 싶을테니 당연히 쉽게 나올 리 없었다.

 

이 날도 역시 2시간 전에 도착하였고, 이닝에서 알게 된 정민이가 결승전을 함께 하게 되어서 이 날은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암표를 어느 선까지 깍아볼까, 어차피 이 날까지 1,200위안이 남아있었으니 800위안까지만 깍아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려고 하는 찰나 광저우 한인회 회장님을 야구장 앞에서 만나게 되었고, 300위안에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역시 이 날도 운 대박 트인 날~~!! 아마 중국협회 쪽에 미리 단체손님으로 이야기를 넣어둔 모양이었던 것이 이 날은 티켓을 가질 수는 없었고, 초대권을 내고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역시 중국인들 대단한 게 초대권인데도 어째 협회에서도 이렇게 파냐. 차라리 티켓을 주면 내 이 정도는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가겠다만......ㅡ,.ㅡ 

이래서 인천 아시안게임 때 중국인들한테만은 복수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 여기와서 암표 때문에 고생한 게 한 두번도 아니니까......

 

아무튼 그래도 한인회 회장님의 도움 덕분에 비교적 준결승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경기 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이미 한국에서 온 단체응원단 몇 백명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나마 사진찍기 좋은 자리는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불펜 쪽으로 치우친 앞줄로 갔다.

 

오우티 야구장에서 사진 촬영하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뭐 기자들이야 덕아웃 옆 쪽의 뻥 뚫린 지역에서 찍을 수 있었으니 그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일반 관중들은 수직으로 쳐져있는 그물망이 아닌 횡으로 쳐져있는 그물망과 덕아웃 쪽의 철망때문에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덕아웃 쪽에 앉은 사람들은 그 철망 때문에 경기 보는 것 조차도 힘들어보였고, 공수교대 될 때와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 표정과 제스처 하나하나를 담기는 절대 불가능한 구조였다. 내가 앉은 쪽은 장애물 때문에 타석 사진까지 찍기 힘들었고......

거기에 더해 조도도 심각한 지경. 마치 목동구장 조도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 그나마 구장이 작아서 그건 다행이었지 야간 경기 때는 더더욱 사진찍는 게 쉽지 않았다.






<오우티 야구장의 구조... 이러니 사진을 찍을 수 있간???>

 

 


그래도 여러 난간을 뚫고 열심히 찍어보려 노력했고 마침 경기 30분전이 되어서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나오고 있었다. 이 날의 선발투수였던 현진이는 일찌감치 나와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고, 그 이후 야수들이 천천히 나왔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계속 많지 않은 관중 속에서 경기를 치루다가 결승전이라고 갑자기 많아져서 조금 놀래긴 했나보다. 단체로 오면 표 구하는 것이나 보안상의 위험은 없었을터라 편했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난 단체로 가라고 해도 안갔을 거 같다. 일단 행동상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불편한 일인지라 어디를 가도 단체로 함께 이동해야 하고, 무엇을 해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니까 말이다.

좀 힘들고 어려운 난관도 생기긴 하지만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한 거 같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맘대로 가고,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할 수 있으니......




<running하고 있는 현진이>




<약간 놀란듯한 이대호... 물론 와이프도 찾아보고 있었겠지? ㅋ>




<김별명도 조금 놀랜 듯...>




<뭐 이 아이들은 그냥저냥 평소와 같은 표정....ㅋㅋㅋ>

 

 


이렇게 경기가 우리 쪽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난 응원단장이 조금 안타까웠던 점이 여태까지 국제 대회때를 봐도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 응원하러 왔으면 선수들 응원가라도 좀 알아와서 미리 관중들에게 가르쳐서 연습시켜놓고 경기 후에 체계적으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대한민국' 응원이야 널리 통용되고, 어느 종목이나 잘 어울리는 응원이라 괜찮지만 '오 필승 코리아' 이런 건 축구에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인다. 야구면 아무리 대표팀이지만 야구 응원다운 걸 좀 체계적으로 하면 좋을텐데...... 뭐 응원 박자야 야구팀 모두 다 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치는데 선수들 응원가 부르다보면 관중들도 더 재밌게 경기 관람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뭐 나야 원래 응원 안하고 조용히 경기만 보는 타입이긴 한데 국제 경기인 만큼 이렇게 체계적으로 했으면 좀 따라해 줬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준결승 때 우리끼리 한 응원이 훨씬 더 나았던 느낌이고, 대만 응원단이 응원을 더 잘 준비해오고 잘한 느낌이 들었다는;;;;

 

어쨌든 대만전 예선에 이어 결승에까지 선발 등판한 현진이가 조금은 맞아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각 팀 전력 분석이 어느 정도는 다 되어 있는 상태니 2번째는 1번째보다는 좀 더 나을 수 밖에 없는 데다 현진이가 사실 시즌 후반부터 팔꿈치였나 여기가 계속 안좋아서 컨디션도 대회 준비할 때부터 별로 안좋다고 들었었다.




<배터리와 김시진 감독님>




<추신수 수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정호 대회 2호 홈런. 열심히는 찍었지만 너무나 열악한 시설...;;;>




<용규 3루에서. 용규는 준결승전부터 타격감을 찾아가는 것 같았음.>

 

 


현진이가 계속 어렵게 막아나갔는데도 너무 후속 투수들 몸 푸는 시간도 늦었던 거 같고, 교체도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현진이 컨디션이 그닥 좋은 상황도 아니었는데 너무 애한테 많은 짐을 주신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고...... 그래도 그나마 4회까지만 던져서 다행인 것 같다. 어차피 뒤에 대기하는 투수 많은데 대한민국 에이스라고 너무 무리시킬 필요는 없잖아... 내년 시즌 대비해서 솔직히 쉬어야 할 녀석이었는데......

그래서 윤석민과 안지만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근데 뭐 현진이 다음 등판은 윤석민일거라고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생각했겠지?? ㅋㅋ




<불펜에서 피칭하고 있는 안지만>




<윤석민 투구 중>




<이대호 출루 후 대주자로 교체되어 나온 조동찬 2루까지>




<번트 자세 취했다가 버스터로 적시타를 친 정호. 물론 동찬이의 빠른 발과 주루센스가 한 몫 했음>

 


 

이번 대회에서는 이상하게 봉중근이 별로 나오지를 않아서 사진이 별로 없는 듯 하다. 대만 예선전 때 현진이 구원투수로 나왔었는데 내가 그 날은 가지를 않았었으니 뭐...;;;; 하기사 봉타나가 WBC 때 한 어메이징한 활약을 직접 지켜본 사람이니 이번에는 좀 쉬어둬도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던 듯 하다. 그래서 현진이도 좀 쉬길 바랬는데 역시 대한민국 에이스는 도리가 없네...;;;




<불펜에서 피칭하고 있는 봉중근>

 

 


결승전의 활약은 뭐니뭐니해도 강정호의 몫이었다. 홍콩전부터 결승전까지 계속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면서도 이미 오래전에 잠시 봤던 3루수 자리도 별 문제없이 지켜준 기특한 녀석. 결승전 2번째이자 대회 3호 홈런을 칠 때도 파울 홈런 뒤의 삼진이란 공식을 깨고 바로 홈런을 넘긴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녀석의 레벨은 지금 수준으로 머무를 건 아닌 거 같다. 아무리 타격감이 좋아도 무수한 찬스를 날린 타자들도 굉장히 많았고, 더욱이 국제 대회란 큰 경기에 나와서 이런 찬스를 계속 살려나간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 유니콘스 시절에 야구를 잘하는 팀이었지 히어로즈로 바뀐 후 넥센은 리그에서도 4강 진출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팀이다. 정호도 현대 때 지명이 되었지만 실제 활약하기 시작한 때는 히어로즈로 바뀐 후였고 그나마 큰 경기라면 6년전 세계 청소년 야구대회와 5년전 아시아 청소년 야구대회 국가대표로 나왔을 때가 다인데 아마추어와 프로는 많이 다르니까......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다. 입단 초기에 거의 처음 해보는 유격수로 나와서 실수 좀 하고 2군으로 내려갔을 때는 실전 경험도 없는데 무작정 쓰는 감독이 문제 아닌가란 말을 하기는 했어도 얘가 과연 우리 기대대로 해줄까란 우려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3년차에 주전 유격수 자리 꿰차고, 그때부터 차근차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되면서 계속 성장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국대의 경험이 이 친구의 야구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어 보다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확실한 교두보가 되어줄 거 같다. 물론 아직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것도 많이 남아있지만 이 친구의 욕심이라면 그게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정호 대회 3번째 홈런칠 때. 사진은 잘 안 나왔지만 그래도 난 이 사진을 보면 이 때의 감동이 느껴진다. 정호야 잘했어!!! ^^>

 

 


이렇게 강정호, 윤석민, 추신수, 이대호, 김현수, 이용규 등의 활약에 힘입어 대만에게 9:3 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따게 되었다. 선수들이 활짝 웃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별로 한 일이 없는 나도 너무나 뿌듯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베이징 올림픽 때도 예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가서 시상식을 보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아시안게임에서 시상식을 볼 수 있다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너무 잘해서 딴 금메달 영광의 순간...... ^_^






<다들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지만 특히 쩡이랑 안지만의 기쁨의 강도는 더 세 보이는 듯... ㅋㅋㅋ>




<동찬이도 정호와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음^^>

 

 


이렇게 선수들의 세레모니가 끝나고 한 20여분 있다 시상식을 거행했다. 이 전까지는 TV로 금메달 따는 선수들의 시상식을 보면서 왜 저렇게 애국가를 부르고, 눈물까지 흘리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그 선수들의 심정을 거의 95%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서 자신들이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노력하고 고생했던 모습들이 영화에서처럼 파노라마로 쫙 펼쳐질텐데 어찌 감동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원래 애국자도 아니고, 애향심 이런 것도 절대 없는 사람이지만 시상식을 직접 보니 이런 나 조차도 애국가가 절로 나오더라.

 

정말 이 감동과 기쁨은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 그냥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깨닫는 것의 갭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은, 동메달 팀의 메달 수여식을 기다리는 선수들...>




<금메달 시상 바로 직전>







<금메달 시상 중>




<애국가 나올 때>

 

 


이렇게 야구대표팀 선수들과 야구팬들의 축제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상황이 되어 나처럼 직접 갔었던 팬들도 상황이 되지 못해 직접 가지 못했던 팬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행복해하고 기뻐했었던 이 시간이 벌써 1주일이나 흘렀다. 아마 이 순간도 모든 야구팬들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지겠지......

이래서 추억은 중요한 것이고, 추억을 담은 사진은 영원히 간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그 일생일대의 명언이 이렇게 발휘되는 것이지.

 

아마 우리 미필 선수들도 오직 군면제 하나만을 바라보고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타 다른 종목에서 군면제의 정신적인 압박감과 부담감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봐왔고, 멀리 갈 것 없이 도하 아시안 게임 때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는가. 아마 군면제만이 목적이었다면 야구 선수들도 그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통한의 패배를 당했을 것이고, 베이징 올림픽 때도 무시무시한 강팀을 뚫고 금메달까지 딸 수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승리를 거둔 우리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이제는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할 시점, 이 금메달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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