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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Column

[스크랩]특급 마무리 조용준

by ♥Elen_Mir 2014. 5. 26.

조용준, 최동원-선동열을 잇는다!!

화려하게 개막됐던 2004시즌은 ‘작은 거인’ 조용준에 의해 마감됐다.

176cm, 72kg의 왜소한 체격을 지닌 조용준은 환상적인 피칭으로 리그를 평정했고, 그의 슬라이더는 현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불과 3년만에 최고의 클로저로 성장한 특급 마무리 조용준. 그의 성공 스토리와 피칭에 대해 살펴보자.

 

★ 강철민과 조용준

조용준을 이야기할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기아 타이거즈의 강철민.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순천 효천고를 함께 졸업한 친구이자 선의의 라이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선수는 장호연의 지도를 받으며 대성할 가능성을 보였고, 새롭게 창단된 효천고를 전국 무대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다.

두 선수의 길이 엇갈린 것은 1998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는 1차 지명에서 빅 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최희섭을 지명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형 타자다운 면모를 보인데다 좌타자 기근에 시달렸던 해태였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

문제는 3명의 선수를 선택할 수 있는 고졸 우선지명에서 발생했다. 당시 해태가 선택한 선수는 김정진, 강철민, 이현곤. 해태는 좌완이라는 희소성에 타자로서의 재능까지 갖췄던 김정진(광주 진흥고)을 가장 먼저 선택했고, 뛰어난 신체조건과 위력적인 구위를 갖춘 강철민을 두 번째로 지명했다. 강철민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한 것. 그리고 뛰어난 야구센스와 환상적인 수비를 자랑하며 ‘제 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현곤을 많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3차에 지명했다.

조용준에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고, 다른 팀들 역시 조용준을 드래프트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했다. 결국 조용준은 2차 5순위까지 밀려야 했고, 가까스로 현대의 선택을 받았다.

조용준이 이처럼 기량에 비해 좋은 순위를 받지 못한 이유는 그의 딜리버리와 왜소한 체격 때문이다. 당시 172cm, 70kg에 불과했던 조용준에 대해 많은 스카우터들은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온 몸을 비틀어 던지는 딜리버리와 싸이드암에 가까운 팔의 각도에 대해 선수 생활 내내 부상을 달고 다닐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조용준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특급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 국가 대표 에이스 조용준

낮은 순위 지명의 아픔을 겪은 조용준은 프로행 대신 대학을 선택했다. 오기가 발동한 조용준은 연세대에 입단과 동시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조용준의 위력적인 슬라이더 앞에 타자들은 맥없이 물러났고,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과 뛰어난 커맨드 등 흠 잡을 곳 없는 피칭으로 새내기 시절부터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2학년에 들어서며 국가 대표 명단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고, 얼마 되지 않아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조용준은 3-4학년이 되면서 에이스를 맡기 시작했고, 정대현(SK)과 함께 국제 대회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 조용준, 화려한 프로 데뷔

화려한 대학 시절을 보낸 조용준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현대가 조용준을 잡기 위해 내놓은 금액은 무려 5억 4천만원. 현대는 같은 해 5억원에 기아와 계약을 체결한 강철민보다 4천만원을 더 얹어주며 1998년 드래프트에서 꺾인 조용준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현대의 융숭한 대접을 받은 조용준은 아마 시절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고, 곧바로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마땅한 클로저가 없던 현대에서 조용준은 클로저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으며 9승 5패 28세이브 방어율 1.90의 특급 성적으로 구원왕과 신인왕을 쓸어 담았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거물 루키 김진우도 조용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 현대 프론트의 탁월한 선택

잠시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조용준의 클로저 전향. 이는 한국 야구에 획을 그을만한 대단한 결정이다. 바로 조용준이라는 한국 프로야구에 다시 태어나기 힘든 클로저를 탄생시켰기 때문.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용준의 딜리버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케 할만큼 강력하다. 작은 체격에서 위력적인 구위가 나올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강력한 딜리버리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항상 부상에 대한 걱정을 갖게 한다. 아마추어 시절 내내 선발로 활약한 조용준은 실제로 어깨 부상을 여러 차례 당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 현대는 조용준을 데뷔 첫 해부터 클로저로 기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뛰어난 재능, 영리함, 두둑한 배짱, 위력적인 구위, 완벽한 제구력 등 모든 것을 갖춘 조용준은 어렵지 않게 클로저로의 변신에 성공했고, 단숨에 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떠올랐다. 현대의 탁월한 선택이 오늘의 조용준을 있게 했고, 현대는 조용준으로 인해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 조용준의 딜리버리

조용준의 피칭은 자세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의 딜리버리를 살펴보자. 왜소한 체격의 조용준은 자신의 공의 위력을 살리기 위해 온 몸을 사용한다. 어떤 투수보다 큰 테이크 백이 이루어지며 하체의 움직임도 대단하다.

테이크 백에서 공을 놓는 순간까지의 스윙은 티비 모니터를 통해서도 느껴질 만큼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며 피니쉬 동작 또한 다른 투수들보다 늦게까지 이어진다. 즉 강(强)에서 출발해 강으로 끝나는 것이 조용준의 피칭이다.

마지막까지 눈이 포수 미트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타자들이 좋은 타격을 위해 마지막까지 공을 노려보는 것처럼 투수들 또한 안정된 컨트롤을 위해서는 눈이 포수의 미트를 향해야 한다. 조용준의 투구 동작을 보게 되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이 포수의 미트를 노려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쓰리쿼터에 가까운 팔의 각도

조용준의 피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단연 팔의 각도. 국내 투수들의 경우 아마추어 선수들부터 프로 선수들까지 투구폼이 대부분 비슷하다. 그리고 사이드암이나 잠수함 투수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투수들이 귀 옆에서 팔이 나오는 각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조용준은 다르다. 조용준은 사이드암이나 잠수함 투수가 아니지만 팔을 쓰리 쿼터에 가깝게 떨어뜨린다.

일반적으로 팔의 각도가 싸이드암에 가까울수록 볼의 무브먼트는 좋아지며 좌우의 움직임이 커진다. 조용준의 슬라이더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더욱 위력적인 이유도 바로 팔의 각도 때문이다. 최동원처럼 커브를 주로 구사하는 투수들이나 박명환-선동열처럼 종으로 변하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수들이라면 정통파 스타일이 효과적이겠지만, 횡으로 크게 변하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투수라면 조용준과 같은 팔의 각도가 제격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역시 조용준과 비슷한 팔의 각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케빈 브라운-제이크 피비-제프 위버-존 리버 등도 슬라이더의 각도를 살리기 위해 팔의 각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2003시즌 AL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로이 할라데이도 이와 비슷한 경우. 2001시즌까지 평범한 투수에 불과했던 할라데이는 2002시즌부터 팔을 떨어뜨리는 모험을 단행했고, 이러한 변화는 할라데이를 최고의 투수로 만들었다. 2002, 2003시즌 할라데이가 무려 41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팔의 각도를 떨어뜨리며 볼의 무브먼트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조용준표 슬라이더’의 비밀은 바로 팔의 각도에 있다.

 

★ 조용준의 구질

이번에는 조용준이 던지는 구질에 대해 살펴보자. 조용준의 직구는 시속 141-144km를 꾸준하게 유지한다. 145정도가 넘는 직구가 스피드건에 찍히기도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스피드가 아닌 특별한 경우. 그렇지만 직구가 좋은 볼 끝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조용준을 대표하는 구질은 역시 슬라이더. ‘조라이더’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조용준의 슬라이더는 뛰어난 위력을 자랑한다. 선동열의 슬라이더와 더불어 역대 최강이라 평가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 슬라이더의 스피드도 수준급이지만, 타자 앞에서 꺾이는 각도도 엄청나다.

조용준의 슬라이더가 위력적인 이유는 속도가 조절된다는 점. 하나는 시속 135-139km, 다른 하나는 128-132km의 슬라이더. 후자의 경우 슬라이더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슬라이더보다는 컷 패스트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마리아노 리베라와 같은 엄청난 위력의 컷 패스트볼은 아니지만 컷 패스트볼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타자들에게 조용준의 컷 패스트볼은 쉽게 공략하기 힘든 까다로운 구질이다.

조용준을 슬라이더와 직구, 투 피치 투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간간히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 또한 위력적이다. 조용준의 서클 체인지업은 프로에 와서 익힌 구질이 아니다. 대학 시절부터 서클 체인지업을 구사했고, 프로에 와서 더욱 위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국내 타자들에게 서클 체인지업은 공포의 대상이다. 90년대 후반 몰락의 길을 걸었던 송진우를 다시 살려낸 것이 서클 체인지업이고, 기론-엘비라-레스와 같은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용준이 위에 열거된 투수들 만큼이나 위력적인 위력적인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팔의 각도로 인해 체인지업 역시 변화가 심한데다 타자들이 직구와 슬라이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조용준이 서클 체인지업을 던질 경우 서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올해 26살인 조용준은 아직도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 시리즈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피칭만으로도 자신의 위대함을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뛰어난 능력과 승부 근성을 모두 갖춘 조용준이기에 아직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최동원-선동열의 뒤를 이을 투수가 조용준이라는 것. 분명 한국 프로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 투수로 기억될 것이며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을 쏟아낼 것이다.

 

한국 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작은 거인’ 조용준이기에…


 

<출처 : 네이버 블로그 Junith'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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