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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Column

2009시즌 히어로즈(하) - 각성 & 희망

by ♥Elen_Mir 2014. 5. 26.

<파울볼(www.foulball.co.kr) / INNING(www.inning.co.kr) 사이트에 올린 글...>

 

 

 

포스트시즌의 제 1막이 끝나고 막간을 이용해 다시 찾아뵙습니다. 저와는 달리 시즌을 일찌감치 종료하신 히어로즈 팬들은 많이 심심하셨지요?! ㅋㅋㅋㅋ

(상) 에서는 까임모드로 진행을 했다면 이번 (하) 편에서는 칭찬 모드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조건 애정 가득 담아 칭찬만 하리라고 믿진 않으시겠지요...^^
(언제 이렇게 까칠해진걸까-_-;;)



# 투수편


1) 이현승

사실 올 시즌 시작하기 전에는 장-마-김-이 라인을 예상했지만 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의외로 3,4선발 후보였던 이현승 선수가 1선발의 역할을 잘 수행해줬습니다.
직구 스피드야 원래 괜찮았지만 올해 장착한 변화구 중 스플리터, 특히나 몸쪽으로 휘어지는 스플리터의 궤적은 참 알흠답더군요... ㅡ.ㅡ;;;

시즌 중반 휴식차 잠시 2군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의 성적은 쿠어스 목동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좋았죠. 제가 투수들 성적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이 IP, ERA, 피사사구, WHIP입니다. 리그 5위권에 해당하는 170이닝의 소화 이닝 수, 경기당 평균 2.4개의 피사사구, 리그 10위에 해당하는 1.34의 WHIP은 종전보다 굉장히 많이 향상되었고,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만 역시 방어율이 문제입니다.

목동구장의 크기와 풍향, 세기, 그리고 타고투저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팀의 1선발 투수치고는 조금은 만족스럽지 않은 방어율을 찍어준 듯 싶군요. 물론 후반에 체력적인 부담과 제구력 난조로 인해서 방어율을 많이 까먹었습니다만 그래도 4점대는 좀 곤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 투수 중에 에이스라고 칭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정민태 선수 이후 저도 정말 불러주고 싶은 선수들이 생기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요.... -_-;;;;


2) 황두성

시즌 초반 마무리로 출발해서 선발투수로 다시 돌아왔고, 역시 선발체질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준 선수입니다. 외국인선수 쿼터 2명을 모두 타자로 가져가면서 일찌감치 마무리 보직을 자진해서 맡아준 분이지만 WBC 대표팀에 승선했다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시즌을 힘겹게 끌어줬죠. 결과적으로는 실패...

하지만 선발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 8월에만 40이닝동안 5승 무패 ERA 1.80 의 성적을 거두고, 이 기간동안 피사사구도 단 8개에 그쳤습니다. 9월에는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그래도 4경기 중 2경기를 13 2/3이닝동안 ERA 1.32, 피사사구 4개로 잘 막았고요. 후반기에만 무려 7승을 거뒀지요...^^

특이할만한 점은 탈삼진 갯수가 많이 줄었다는 점인데 본인이 득도하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점점 피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아 가시는 것 같고, 아직 투수로서 어깨도 싱싱한 편이시라 더 보여줄 모습이 많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이로써 이 분도 내년에 선발의 한축을 담당해주시리라 믿어도 되겠지요...


3) 이보근

사실 이 선수를 까임 명단에 넣을까 칭찬 명단에 넣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히어로즈 불펜에서 큰 축을 담당해줬다는 것에는 저도 이견이 없긴 하지만 아무리 감독님께서 무리시켰다고 해도 스스로 투구패턴을 바꾸기도 하고 연구도 하면서 이겨낼 여지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너무 의지가 약했기 때문에 불만이 많았었죠.

그렇게 따지면 몇 년동안 꾸준히 던져줬던 임태훈(더구나 태훈군도 수술경력 있죠-_-), 오승환(올해는 시즌아웃 됐지만), 정대현(역시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선수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88 이닝이나 던지면서 고생 많이 했고, 5~6월에 제구가 되는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를 씩씩하게 뿌려주며 이 기간동안 무려 6승이나 올려주는 등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뭐 5년 동안 이 정도로 던졌던 적이 없었고, 올해 많이 애썼다는 것은 알지만 마인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선수 중 한명인 것은 사실인 거 같고, 그런 마인드 가지고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본인이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까임 명단에 넣었어야 했나-_-)



# 타자편


1) 강정호

선수들이 뽑는 히어로즈 올해의 수훈 선수.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있는 건 133경기 전 경기를 출장했다는 것이고, 유격수 최초로 23홈런 기록을 세우면서 대형유격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거겠지요.
시즌 초반 1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을 때 과연 대형유격수가 될 수 있을 것인지도 참 암울했는데 결국 타율도 2할 8푼대, 안타도 136개, 2루타는 33개로 홍성흔 선수와 함께 공동 1위, 23홈런에 타점 81개까지 공격 전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줬습니다.

수비도 3-유간의 타구 처리는 정말 좋아졌더군요, 다소 약한 2-유간의 수비 범위도 시즌 초보다는 아주 많이 좋아졌고요. 게다가 여전히 글러브에서 공 빼는 속도는 빠르고(확실히 포수라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이득이 됐던 부분이죠...^^) 느린 발에 비해서 타구 판단도 많이 빨라졌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던 후반기때 빼고는 하루하루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수비력이 향상되더군요...^^

풀타임 2년차 선수 치고는 실책 수가 그리 많은 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더 좋은 선수, 수비도 수준급인 대형유격수가 되기 위해서는 수비에 안정감을 더해서 실책 수를 10개 내외로 줄여야 할 것이고, 득점권 타율과 볼넷 대비 삼진 개수는 좀 더 보완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것이 보완되면 3할 타자로 발돋움할 수 있겠죠..^^


2) 황재균

강정호와 함께 히어로즈의 내야를 10년 동안 이끌어 줄 황재균 선수도 정말 잘해줬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4할 타율을 찍으며 오른쪽 김현수의 등장인가 하며 내심 더 기대를 많이 했었던 것도 있지만 일단 시즌 마치고 난 시점에서는 딱 여기까지만 기대했더랬죠^^

역시 전 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이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이 황재균이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후반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었고, 신인 때 2군 무대에서도 그 모습은 마찬가지였는데 올해 웨이트를 많이 하며 시즌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 참 좋은 기록을 올려줬네요. 152개의 안타로 최다안타 4위, 도루 30개로 공동 7위, 20-20은 놓쳤지만 18개의 홈런을 치는 등 공격 전 부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역시 수비훈련은 많이 필요할 듯 싶은 것이 아직 대쉬 플레이는 상당히 약한 편이고, 글러브질도 부드럽지 못하며 그로 인해 많은 부분을 강한 어깨로 커버하고 있기는 한데 상황에 따라서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타구판단이 더 정확해져야 할 듯 싶습니다. 이렇게 써보니 강한 어깨 이외에는 아직 전체적으로 수비력은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 되는군요...^^;;;;

아... 그리고 재균이도 마찬가지로 볼넷 당 삼진 개수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너무 초구, 2구만 냅따 휘두르는 경향이 있더군요. 이 녀석도 배드볼 히터는 맞는 듯...ㅡ.ㅡ;;


3) 이택근

사실 히어로즈의 최고의 타자라면 아직도 이택근을 꼽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5년 연속 3할 타율, 통산 0.310의 타율과 BB/SO 도 1.1, 올 시즌만 따져도 1.3 이 나올 정도로 선구안도 좋은 편에 속하죠. 그리고 매년 BB/SO 수치는 향상되고 있고요.

게다가 아무리 대타/대수비로서 출전했다고 해도 몇 년동안 꾸준히 국대 경기에 출전하고, 시즌은 시즌대로 치루면서 체력적으로 다른 해보다도 어려운 와중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선수도 참 드물 겁니다. 하여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우타자 외야수라는 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약점 또한 크게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택근이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결코 아닙니다. 강정호를 봐도 느끼지만 확실히 수비력도 일정부분 타고나는 게 맞는 거 같고요. 작년까지는 아무래도 동기 부여가 잘 되어 있어서 그랬던지 최소한 어렵게라도 타구를 쫓아가서 처리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뭔가 목표 의식이 없어진건지 체력적으로 너무 힘에 부친 건지 몰라도 상당히 안쓰러운 수비 모습을 보여줬죠..

전 그 수비력 때문에 이택근에게 실망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그 수비력 때문에 투수들이 더 힘들어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죠. 그래서 마냥 칭찬을 할 순 없네요...^^


4) 덕 클락

뭐 까임 명단에도 있었던 분이지만 20-20이란 기록의 가치를 생각하면 칭찬 명단에 넣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진짜 현대부터 생각해보면 박재홍-박경완 이후 우리 팀에서 처음 20-20을 찍어준 선수군요.... 재균이도 같이 찍었으면 했지만 어쨌든 클락이라도 찍어줬으니 다행이죠..^^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니 느꼈던 것과는 달리 더 좋은 역할을 해줬군요. 타점도 우리 팀에서 제일 많고, 득점권 타율도 팀내 1위, 득점력도 좋았군요. 성적으로 보면 3번 타자 역할은 딱 클락이 했었어야 했는데 페이스가 한창 안좋을 때 맡았던 타석이라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브룸바만 정상이었으면 클락이 2번이나 3번 들어가줬음 참 좋았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외야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수비력을 보여준 분도 이 분이죠. 타구 판단도 빠르고, 발도 빠르고, 어깨도 강하고 솔직히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우리 외야수들은 클락의 수비 모습만큼은 정말 제대로 배웠음 싶네요.


5) 히어로즈의 배테랑 선수들

히어로즈가 9연패 이후 상승 곡선을 탈 수 있었던 건 이숭용, 송지만, 김동수 선수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습니다. 물론 그 9연패 중에 전 심판진도 한 몫 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그것에 잘 대처하지 못해 당황했고 이겨내지 못한 점이 더 컸겠죠.
바로 그 때 이 세 선수의 대활약으로 9연패를 벗어나고 상승세를 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송지만 선수는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만큼 좋은 페이스를 이어 갔었는데 아무래도 6월 중순에 있었던 사직 롯데전에서 머리 쪽에 사구를 맞은 후 다시 페이스가 나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해도 우리 팀에서 OPS 1위를 기록한 선수는 이 선수입니다. 정말 시즌 중반 때 이 분의 OPS는 무서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숭용 선수도 거의 3할에 근접한 타율을 찍고, 팀 내에서 득점권 타율이 클락 다음으로 높네요. 항상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볼 수가 있는데 특히 어린 내야수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수 선수 기록은 의미가 별로 없을 거 같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포수 후보들이 많이 나타났고, 그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는 것에 가치를 둘 수 있겠죠. 강귀태, 허준, 유선정...... 내년에도 이 선수들이 경쟁을 하게 될 거고, 여기에 한 두 선수 정도 더 치고 올라와주리라 기대합니다.^^  

 


# 정리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추스린 상황에서 어린 내야수들은 우리의 기대대로 훌륭한 시즌을 마쳤고, 신구의 조화 속에서 그래도 막판까지 4강 경쟁을 할 수 있는 집념 또한 보여준 시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타선은 분전했지만 투수진이 붕괴되고, 생각보다 1.5군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주지는 못했던 해였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 작년보다도 많이 나타난 것은 다행이네요.
아마 다가오는 2010 시즌에서는 군 전역하는 손승락, 노병오을 비롯해 신인 선수 중에도 한두명은 이 경쟁에 가세해주리라 봅니다.^^

2009 시즌 히어로즈 정리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브리그를 또 얼마나 뜨겁게 달굴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팀이지만 별 일 없으면 또 뭔가 소재거리를 들고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 모두 한 시즌동안 응원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긴 하지만 우리도 남은 가을잔치 즐겨보도록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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