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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Library

[테마기획] 21세기 구질 '컷패스트볼'이 뜬다!~

by ♥Elen_Mir 2014. 6. 14.

 

 투수들의 구질에도 유행이 있다. 70년대 커브, 80년대 슬라이더에 이어 90년대가 포크볼과 체인지업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2000년대의 화두는 단연 컷패스트볼. 강속구 투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감춰주는 컷패스트볼을 익히기 위해 8개 구단 투수들은 해외 전지훈련 막판 스케줄을 땀으로 채우고 있다. < 편집자주>

"21세기 구질 익히자" 전훈지 열풍
직구처럼 오다 슬라이더처럼 휘어 범타 유도
ML 에이스 필수 … 국내선 정삼흠 96년 첫선

◇커터의 일인자인 뉴욕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 [사진=연합뉴스]

◇두산 박명환

 '컷패스트볼(이하 커터)'이 뜬다. 한해 농사를 준비중인 각팀의 전훈지에서 너도나도 배우겠다며 땀을 쏟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마운드의 키워드는 '커터'가 될 게 거의 확실하다.
 커터는 직구의 변형이다. 다른 점은 직구처럼 오다가 끝에서 슬라이더처럼 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커터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직구와 시속 5㎞정도의 차이 이내여야 한다. 그래야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를 돌리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 배트 끝에 걸려 범타를 유도할 수 있다. 만약 그 이상 차이가 나면 밋밋한 슬라이더가 돼 큰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커터의 일인자는 뉴욕 양키스의 최고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다. 메이저리그 최고 소방수인 리베라의 커터는 최고시속 150㎞까지 나와 정확히 맞히기가 거의 힘들다. 리베라 뿐아니라 각팀의 에이스급이 거의 구사할 만큼 커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필수적인 구질이다.
 커터가 한국프로야구에 등장한 것은 96년쯤이다. 당시 LG 정삼흠(현 신일고 감독)과 삼성 김상엽이 가끔씩 던져 효과를 봤다. 그러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붐을 탔고, 최근에는 두산 박명환, 현대 조용준 등이 재미를 보고 있다. 정삼흠 감독은 "미국 교육리그를 갔다가 배워왔는데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 사용했다. 몸쪽으로 휘어지면서 방망이가 막히는 효과가 있었는데 다들 슬라이더로 알고 있어 구질을 밝히지 않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번 전지훈련 중에는 롯데 노장진, 기아 신용운 등이 익히고 있다. 모두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 투수들로 올시즌 타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컷패스트볼(cut fast ball)?
'손목 비틀기'에 구위 좌우
검지-중지 실밥4군데 기울여 잡아
마지막에 변화…강속구 투수 유리


 일명 커터(cutter)로 불린다. 타자가 예상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휘는 예측불허의 속구이다.
 거의 직구처럼 날아가다 마지막 순간에 꺾여 타자를 혼란시킨다. 최고 구속 150㎞안팎의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구질이다.
 컷패스트볼을 던지기 위해서는 실밥 4군데에 걸쳐 검지와 중지를 똑바로 잡지 않고 약간 기울여 잡는다. 여기서 중지 끝에 힘을 줘서 손목을 비틀어 던지는 방식이다. 이때 손목을 어느 방향으로 틀어주느냐에 따라 왼쪽, 오른쪽으로 휘는 게 달라진다.
 이 볼은 타자 앞에서 좌우로 2.5∼5㎝ 정도 꺾이며 속도는 직구 스피드에 비해 3.2㎞ 정도 감소한다.
 이 볼을 잘 던지는 관건은 손목을 틀어주는 기술에 달렸다. 몹시 터득하기 어려운 구질이지만 빠른 구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볼끝이 변한다는 장점 때문에 요즘 최고로 유행하는 구질이 됐다.

구질 변천사
'커브서 커터까지' 변화구의 진화
프로초 슬라이더등 단조
90년대 포크-SF볼 등장
써클체인지업 한때 유행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초기에 투수들의 쓰는 구질은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 정도였다. 원년 다승왕 박철순이 팜볼을 던져 위력을 떨쳤지만 변화구의 주종은 역시 커브와 슬라이더였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포크볼과 SF볼이 유행을 탔다. 당시 한-일슈퍼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들이 일본투수들의 이 구질에 농락당하면서 '배우자' 열풍이 불었다. 포크볼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구질이고, 반포크볼이라고도 불리는 SF볼은 여기에 스피드가 가미된 공이다.
 90년대 중반에 마운드를 휩쓴 구질은 써클체인지업이다. 일명 OK볼로 알려진 써클 체인지업은 엄지와 검지를 'O'자 형태로 맞대고 던지는데 직구처럼 오다가 속도가 줄면서 떨어진다. 뉴욕 메츠의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지존.
 이후 컷패스트볼이 90년 후반부터 알려지기 시작, 최근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컷패스트볼은 삼진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는 게 주 목적으로, 갈수록 강하고 빨라지는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구질이다. < 신보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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