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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Travel Essay

[Off Seson에 즐기는 야구] 가고시마(鹿兒島) 두번째 여행(1) - 출국 & 산책코스

by ♥Elen_Mir 2014. 8. 14.

[2012. 03. 11 작성]


'여행'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휴식을 주는 편안한 일상 중 하나이다.

'여행'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방황을 좀 더 테크니컬하게 해소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여행'은 구성원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내고, 그 추억을 공유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여행'은 세상을 보는 눈을 보다 넓게 만들어주고,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인생의 공부 중 하나이다.

 

나에게 있어서의 '여행'은 나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강점을 찾아내고, 그 강점을 더 지헤롭게 활용하기 위한 도구이자 활력소 중 하나이다.

여행을 다니기 전에는 내 스스로가 이렇게 용감한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소심한 구석은 있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치밀하며 가치관조차도 확고하여 다소 아웃사이더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약간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 이란 걸 떠나게 되면서 내 자신이 이렇게 과감하고, 대범할 수 있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랐다. 이미 내 자아 안에 있었던 캐릭터였는데 그걸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특히나 야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 의미를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여행도 이미 6개월 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서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번에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계획이 정반대로 틀어지는 일들이 발생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바로 여행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 여기게 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계획들은 다 이루고 왔으니까 크게 후회는 없다. 그리고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으로서 항상 좋을 수도 항상 나쁠 수도 없는 것 같다.





<공항철도에서 내려 인천공항 쪽으로 들어가는 길...>

 

 

인천국제공항은 갈 때마다 뭔가 바뀌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공항철도를 이용한 직후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내가 이 통로를 처음 통과해본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공항을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민영화시키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민영화가 되면, 그에 따른 비용은 몇 배로 올라가면서도 서비스는 바닥을 찍을 것이 자명한 일인데 말이다. 차라리 공기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더 발전시켜 이런저런 비용을 받아내는 것이 더 이익 아닐까......

 

그렇게 이 날 집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여 택시를 타고 동수역으로 간 다음, 여기서 인천지하철-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약 7시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차 가지고 가면 30~40분으로 끊을 거리일텐데 뭐 난 차가 없으니...;;;;;

도착하니 새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도 참 많았고, 수화물을 부치는 데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왕 가는 김에 필요한 화장품들을 미리 인터넷 면세점으로 구입해놓은 후 이날 그것들을 수령하고, 작년의 경우 선글라스를 하나도 사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하나 구입했다. 롯데면세점 쿠폰이 있어서 하나 사용하고, 롯데카드로 결제해서 꽤 많이 할인받은 듯... 선글라스를 10만원 후반대에 샀으니 잘 산거겠지!!!

 




<면세점에서 구입한 안나수이 보잉 선글라스... 정말 맘에 든다..>

 

 

언제부턴가 자꾸만 보잉 선글라스에 꽂혀버려서 전형적인 보잉 스타일에 색상만 좀 특이한 것으로 하나 구입하고 싶었는데 계속 마땅한 것을 못 찾다가 이번 기회에 찾았다. 안나수이 제품으로 원래 빨간 테로 된 걸 구입하고 싶었으나, 써보니 이 아이보리 테가 더 잘 어울려서 이걸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찍을 때의 조명이 좀 안 좋아서 그렇지 실상은 아이보리색 테에 렌즈 색은 연회색을 띠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를 구입해서 기분이 좋았다. ^^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鹿兒島)로 가는 직항은 대한 항공밖에 없다. 그것도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만 운항해서 처음에 계획을 짤 때 휴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많은 고심을 했었더랬다. 3일을 써야 하나, 2일을 써야 하나, 과연 회사에서 3일을 쓰면 뭐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들 때문에 공휴일이 낀 2일을 찾다보니 2월 마지막날부터 3월초까지가 딱이었던 것...... 솔직히 일정을 다시 짠다고 해도 미국으로 가지 않는 이상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비행기를 탔고, 이륙 후 기내식이 나왔다. 아침도 못 먹고 나왔고, 수화물 부친 후 면세점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 먹을 시간도 없었던지라 기내식은 밥이 나왔으면 했는데... OTL...... 저번에 초밥 나왔을 때 좋았는데...




<대한항공 기내식... 난 밥이 먹고 싶었는데... ㅜㅡ>

 

 

그렇게 약 1시간 30분이 걸려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그래도 두번째 오는 곳인데 좀 낯선 느낌이 들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재작년에 왔을 때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건너온 것이라서 국내선에 내렸으니 당연한 것을...!!! ㅎㅎㅎㅎㅎ

아무튼 점심을 먹고 이동하려 했는데 역시 가고시마 공항도 국제선보다 국내선이 더 좋은지라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그냥 어쩔 수 없이 리무진 버스 타는 곳을 알아보고, 리무진을 타기로 했다.

 

여기서 생긴 사건 하나... 리무진 줄이 어딘지 몰라 다른 곳에 서 있다가 제일 마지막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나중에 선 줄에서 약 50c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리무진 기사분이 내 짐을 안 실어주고, 그냥 버스에 타려고 하시는 것... 딱 봐도 정신없어 보이기는 하셨는데 나도 일본어를 모르니 어찌할바를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영어로 부를 수 밖에 없었는데 못 알아 들으시고 날 그냥 지나치시려고 하셨다. 그 때 다행히 줄 안에 서 있던 다른 일본인들이 말을 해줘서 그 기사분이 미안한 표정으로 짐을 실어 주셨는데 나도 완전 부끄러웠다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40분 정도 걸려 가고시마 추오역(鹿兒島中央駅)에 내렸다. 역시 가고시마 추오역은 한번 와봤다고 근처 도착하니 너무 익숙하던데 겉으로 보기에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였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3시였고, 역에는 1시 좀 넘어서 도착한지라 점심을 먹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짐이 너무 많아서 짐을 다 끌고 아뮤플라자(アミュプラザ)로 들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짐부터 맡기고, 다시 나와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결심하고 호텔로 들어갔는데 나랑 같은 비행기로 기자분이 오셨었나보다. 더 먼저 체크인을 하고 계셨던 것... 그리고 바로 김동수 코치님이 로비로 내려오셨는데 또 부끄러웠던 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뻘쭘뻘쭘~~

왜 다른 건 대범하면서 선수단만 보면 이렇게 부끄러운건지...... 나만 이런겨????? ㅡ.ㅡ;;;








<내가 묶었던 객실...>

 

 

여기가 선수들도 묶고 나도 묶었던 타이세이 아넥스 호텔(ホテルタイセイアネックス) 객실이다. 예약할 때 이미 전망이 좋은 상층 객실에 LAN이 되는 곳으로 요청을 해뒀던지라 나에게 825호를 배정해주었다. 구조가 저번에 오사카 여행갔을 때 묶었던 호텔 일쿠오레 남바와 같았는데 오사카에서 묶었던 호텔이 조금 더 좋았던 거 같긴 하다. 뭐 그래도 여기도 나쁘지는 않은 곳이고, 일단 일본 호텔답지 않게 객실이 넓은 편이라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애용하기에는 좋다.

게다가 가장 좋은 건 가고시마의 중심 가고시마 추오역 바로 건너편이고, 덴몬칸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지라 교통편이 최고이다. 주위에 도큐인이나 토요코인 호텔도 있기는 한데 내가 가는 사이트에서는 이 호텔 설명이 가장 잘 되어 있었고, 유선 인터넷 무료인 호텔이 많지가 않았기 때문에......

 

짐이 너무 많아서 낑낑대고 가지고 오느냐 이미 온 몸이 지칠대로 지쳐있어 그냥 모든 일정을 접고 호텔에서 쉴까 생각했으나, 원래 여행은 고생하러 오는 곳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대강 짐을 푼 후 약간 휴식을 취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가는 중에 로비에서 또 이보근 선수 발견~~!!

사실 내가 도착한 날이 선수단 휴식일이었다. 그래도 다들 관광나갔거나 방에 있거나 그럴 거라 생각했었는데... ㅎㅎㅎㅎㅎㅎ

어쨌든 또 부끄럽기도 하고, 이 전날 경기 조작 사건이 터진 바람에 눈치도 좀 보여서 부리나케 나갔다. 그러니 이보근 선수 인사 안했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길...

 




<점심식사...돼지고기가 고소하니 맛있다..>

 

 

이게 내가 이 날 먹은 점심메뉴... 명칭이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뭔지는 잘 몰랐는데 직원이 돼지고기라고 해서 '삼겹살 덮밥'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을 정해본다... ㅋㅋㅋ 진짜 저 고기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맛이다. 가고시마가 흑돼지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아마 흑돼지의 삼겹살인 듯... 저 옆에 있는 소스 아니면 소금후추를 찍어먹으면 된다. 삼겹살 아래 야채와 계란이 있어서 함께 곁들여 먹음 되는데 나야 퓨전 입맛이라 이 정도는 거뜬하지만 느끼한 것을 즐겨 먹지 않는 이들은 김치 없으면 먹기 힘들 것 같다.

 

점심을 다 먹은 후 이 날의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이미 계획한 내용대로 나폴리 거리(ナポリ通り) - 교켄 공원(共研公園) - 오픈테라스(オープン)

 - 역사의 길(歴史ロード“維新ふるさとの道”) - 유신후루사토관(維新ふるさと館) - 무가저택(武家屋敷) -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銅像) 동상을 쭉 돌아봤다. 정말 네일동 카페에서 본 글대로 1시간 정도의 산책 코스라 피로에 지친 나에게는 괜찮은 코스였던 것 같다.

일단 아뮤플라자에서 나폴리 거리 쪽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젊은 사쓰마의 군상'... 저번에 왔을 때는 없었던 건데 내가 안 온 사이에 생겼나보다. 정말 여기저기 상상치도 못한 곳에 동상이 많이 생기긴 한 듯... ^^





<젊은 사쓰마의 군상>

 

 

'젊은 사쓰마의 군상' 은 1865년 일본 근대화를 위해 막부에서 극비리에 영국으로 파견한 젊은 유학생들의 군상으로 나카무라 신야가 제작했다.

 

정말 가고시마에 있었던 기간 중 이 날만 날씨가 좋았다..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 거니... 흑흑흑... ㅜㅜㅜㅜ

이 군상 바로 건너편이 나폴리 거리이다. 나폴리 거리는 밤에 더 이쁜 것 같았는데 사진 찍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지금은 참 아쉽다고나 할까.....

뭐 이런저런 코스를 다니느라 타고 간 버스마다 이 길을 지나쳐서 눈으로는 실컷 보긴 했지만....ㅋ





<나폴리 거리..>

 

 

우리나라도 이런 비스무리한 길을 청주에서 본 것 같은데 정말 봄이 되면 절정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길로 쭉 들어가다 오른쪽 골목으로 빠지면 교켄 공원이 나온다. 그냥 정말 작디 작은 공원으로 주민들의 쉼터같은 곳이다. 특별히 볼 곳은 없지만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일행들, 등하교길을 지나다니는 청소년 등등 이 곳 주민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랄까...

 





<교켄 공원>

 

 

이 곳을 나와 다시 나폴리 거리로 들어간 후 건널목을 건너면 오픈 테라스에 이른다. 고쓰키강과 가고시마추오역이 쭉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야간에는 낭만있고 운치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본격적인 봄이 되면 약 500그루의 사쿠라가 만발하여 밤 10시까지 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며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와서 테이블에 앉아 먹으며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고쓰키강 주변 녹지에서는 3월 중순 ~ 5월 연휴와 10월 중순 ~ 11월 중순까지 묘목시장이 열린다고 하던데 분재, 꽃, 과수를 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럴 때 가보면 더 좋긴 할텐데 뭐 어쩔 수가 없으니... ㅋ





<오픈테라스와 고쓰키강 주변...>

 

 

이 곳을 지나 고라이바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역사의 길 '유신 후루사토의 길' 이 나온다. 정말 완연한 강변 산책 코스로서 저 문을 통과하여 얼마 가다 보면 무가 저택, 사이고 다카모리 탄생지, 오쿠보 도시미치의 성장지 등 사쓰마 위인을 배출한 가지야초에서 역사의 추억을 되새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가이드에 써 있는데 일본 역사를 잘 모르니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ㅎ





<역사의 길 입구...>




<고쓰키강에서 혼자 놀고 있는 두루미 발견... 참 두루미는 혼자서 잘 노는 듯...>

 



<이로하우타의 광장... 계속 거닐다보면 중간중간 이 원문들이 있다.>




<무가 저택... 하급 무사들이 생활했던 저택을 재현했다고 한다.>

 

 

무가 저택에 이르기 전 '유신후루사토관' 이 나오는데 내가 좀 늦게 도착한 것인지 안을 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고, 일본 역사도 잘 모르니 굳이 들어가보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막부 말기의 사쓰마와 메이지 유신의 모든 것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하이테크 갤러리라고 하며, 다양한 연출로 2편의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체험홀을 포함해 아쓰히메 코너와 향중 교육체험 코너 등의 테마별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부러웠던 건 참 이 나라도 자신들의 문화 유산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데 큰 힘을 쓰는 것 같다. 사실 이게 정상인데 우리 나라는 참...;;;

 


이 길을 쭉 가서 역사의 길 끝에 접어들면 오쿠보 도시미치 동상이 나온다. 다카미바시에 오쿠보 도시미치 동상이 있다. 가고시마가 일본의 근대 역사에 중요한 곳인지 오쿠보 도시미치도 일본의 근대화에 힘쓴 역사적 인물이라고 한다. 그의 공적을 기리며 나카무라 신야에 의해 제작했다고 하는데 동상의 발 밑에는 오쿠보가 암살된 때에 함께 운명을 같이한 마부와 말의 동상도 조각되어 있다.




<오쿠보 도시미치 동상... 마부와 말의 동상은 안에 숨긴 건가...>




다카미바시를 쭉 따라가면 바로 내가 묶던 호텔이 나오고 정면에 가고시마 추오역과 아뮤플라자가 보인다. 정말 들었던 바와 같이 1시간 정도의 산책 코스지만 난 정말 천천히 걸어왔던 것인지(솔직히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하다가 다시 돌아온 시간도 있었고) 약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직 이른 초저녁이라 덴몬칸도 걸어갔다 오려고 했었으나, 아무래도 첫날이기도 하고 그 많은 짐을 들고 오느라 너무 지쳤는지 피곤하여 아뮤플라자에서 저녁꺼리를 사가지고 호텔로 들어갔다.




<방 안에서 찍어본 아뮤플라자와 그 주위...>

 

 


들어와서 씻고, 스시로 저녁을 때운 후 지출 내역들을 대충 정리했다. 그리고 일찍 잠들기 조금은 아쉬워서 방 안에서 가고시마 추오역 전망을 찍어보았는데 이 날 너무 무리하기도 했고, 카메라도 이제 맛이 가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제대로 나온 사진은 없었던 듯...

 

가고시마에서 첫 날의 일정을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부디 날씨가 계속 이렇게 좋길 바라면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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