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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Travel Essay

[Europe Travel] #4.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 골든 서클 투어 (Iceland, The land of Ice and Fir

by ♥Elen_Mir 2024. 1. 13.

  팬더믹이 온 지구를 덮친 이후, 대혼돈의 시기를 지나온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의 끝은 아마도 해외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고, 그렇게 4년만에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첫 유럽 여행지로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흔하지 않은 대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영화 「인터스텔라」 나 「베트맨 비긴즈」 에서 본 쓸쓸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외계 행성의 그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유럽 대륙에서 첫 발자국을 딛은 곳은 핀란드 헬싱키이지만 고작 몇 시간만 머물렀기 때문에 어중간한 감이 있어보인다.
 
  2023년 9월 23일과 귀국일인 10월 1일 십 여 시간 정도 헬싱키에 머무른 걸 빼고는 9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박 7일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냈다. 거의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한 두 도시 정도 더 들르는 환승편을 이용하게 되는데 오랜 비행으로 지친 근육과 피로를 풀어줄 겸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많은 곳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참 효율적으로 생각된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좁은 비행기나 그 좌석 안에서 오랜 시간 버티는 것도 만만치 않다.
 
   팬더믹 이전에는 그나마 아직 젊다고 말할 수 있는 연령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본격적인 중년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신체 나이는 역시 속일 수가 없나보다. 아마도 재작년에 잠깐 쉬러 다녀온 제주도 때부터 패턴이 좀 바뀐 감이 있는 것이 최대한 체력을 보전하려다보니 이제는 진득하게 머무는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관광을 포기할 순 없기에 관광과 휴양을 적절히 접목시킨 일정이라고나 할까.....
 
 
 
 
 

#4.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 골든 서클 투어 (Iceland, The land of Ice and Fire - Golden Circle Tour)

 
 
 
 

[굴포스(Gullfoss)]

 
 
 
 

September 26, 2023 -- Golden Circle Tour in Iceland

 
 
 
 
  아이슬란드에서의 세번째 날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았던(그래도 8시간이지만...;;;) 골든 서클 코스였다. 전일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요쿨살론 투어를 한 탓에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그래도 오후나 초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수 있는 코스여서 부담이 조금은 덜했던 것 같다.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었다면 이 날은 쉬고 다음날 다시 떠나는 등 격일로 코스를 짰을텐데 역시 직장인에게 관광과 휴양을 함께 한다는 건 사치였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골든 서클(Golden Circle)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세 곳인 씽벨리르 국립공원, 게이시르 지열 지역, 굴포스의 자연 명소로 이루어진 300㎞의 코스이다. 레이캬비크에서 멀지않은 편이라 앞에 언급했듯이 소요 시간도 짧은 편이다.
 
 
 

[팍사포스 혹은 팍시(Faxafoss)]

 
 
  골든 서클 투어의 첫 코스는 팍사포스(Faxafoss or Faxi or Vatnsleysufoss)였다. 굴포스와 게이시르에서 약 12㎞ 정도 떨어진 폭포로 폭이 무척 넓어서 굴포스의 축소 버전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랑요르쿨 빙하(Langjökull glaciers)가 수원지인 퉁크비요트 강(river Tungufljót)과 연결되어 있는 곳인데 특히 이 곳에서 송어나 연어가 잘 잡혀서 낚시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위쪽에서 팍시를 봤을 때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규모는 작아도 그에 못지 않은 웅장함과 주위 무성한 풀들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꾸민 것처럼 조화롭게 포진되어 있어서 뭔가 아기자기함까지 절묘하게 공존해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보다 더한 곳이 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말 농장]

 
 
  프로그램마다 약간 다르긴 할텐데 내가 참여한 투어 프로그램에서는 말 농장을 들르는 일정이 있었다. 사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이  무인도에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당연히 다른 동물들마저 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서기 860년부터 935년 사이에 바이킹 배를 타고 아이슬란드로 온 노르웨이 정착민들이 들여온 말이 아이슬란드 토종말이 되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토종말을 보호하려는 노력 끝에 현재는 다른 말들에 비해 건강한 편이며 장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말의 평균 수명이 40년인데 이 곳에서 59년까지 산 말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이 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던 녀석은 보더콜리였는데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목덜미 쪽을 쓰다듬어주니 아이가 내 손에 머리를 비비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물은 강아지가 맞다!! 나에게는...!!!

 
 
 

 

 

[굴포스(Gullfoss)]

 
 
  황금폭포라는 뜻을 가진 굴포스(Gullfoss)는 아이슬란드 남서부 지역의 랑요르쿨 빙하로부터 흘러나온 흐비타 강의 협곡에 있는 폭포이다. 두 단에 걸쳐 32미터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첫 번째 짧은 폭포는 11m, 두 번째 폭포는 21m이며 폭포 양쪽의 협곡 벽은 최대 70m이고, 이 물은 굴포스구후르 협곡으로 내려간다. 지질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협곡은 마지막 빙하기 초기에 빙하가 폭발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초당 약 140㎥의 물이 폭포 아래로 쏟아지지만 겨울에는 그 수치가 약 109㎥로 떨어진다. 내가 방문한 시기가 여름의 끝이어서 그랬는지 조금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얼굴과 안경에 물이 다 튀면서 렌즈에 물방울이 맺혀 앞을 보기 쉽지 않았다. 
 
 
  1907년 영국인 사업가 하웰이 이 곳을 수력 발전소로 만들려고 했으나, 당시 이 곳 소유주였던 농부 토마스 토마손(Tómas Tómasson)이 "내 친구를 팔지 않겠다." 라고 하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하웰에게 계속 임대는 내주고 있었는데 그는 이 허점을 이용하여 수력발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를 안 토마스의 딸 시그리두르 토마스도티르(Sigríður Tómasdóttir)가 이 계약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소송을 진행하였고, 공사를 시작하면 자신의 몸을 이 폭포에 던지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레이캬비크까지 100㎞가 넘는 거리를 여러 번 걸어다니며 기나긴 법정 싸움을 하다가 결국 1929년 하웰이 이 계획을 철회하게 되기에 이른다. 
  현재 시그르두르는 굴포스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이슬란드 최초의 환경운동가로 칭송받고 있으며 이 공헌을 기록한 명판이 굴포스 정상에 세워져있다. 이 때 시그리두르의 소송을 진행했던 변호사 스베인 비욘손은 1944년 독립 후 아이슬란드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왜 인간은 항상 이런 아름다운 대자연을 망치지 못해서 안달일까...
 
  원래 환경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정말 인간의 욕심을 한참 도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지라도 모든 만물의 주인은 아니거늘 주인인 척 행세하는 게 아주 꼴사납기 그지 없다. 이런 무분별한 개발이 야생 동물들과 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현재는 기후 재난까지 불러오는 등 그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H1N1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 맹위를 떨쳤던 바이러스들 모두 이것과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 야생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어서 인간과 가까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 인간 잘못이지 이 친구들에게 죄가 없다.
 
  또한 만약 이 개발이 진행되었다면 영국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을 것이다. 전세계 역사를 되짚어보면 유럽과 아메리카, 중앙 및 동남아시아의 모든 비극은 영국으로부터 시작이었고, 근대 동아시아와 일부 동남아시아 비극은 일본이 시작했으니 말이다. 방통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영미권의 역사를 배우게 되는데 진짜 영국의 만행은 눈 뜨고 봐 줄 수가 없을 지경이다. 특히 청교도 혁명 때 크롬웰은 아일랜드 가톨릭 교도를 탄압하면서 아예 농부 외에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고, 빅토리아 여왕은 대기근 때 본인들이 이 곳을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인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뒀다. 그 때 아일랜드인들은 어쩔 수 없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일본에게 가지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가 UK하면 치를 떠는 게 정말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이외에도 미얀마 내전,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아프리카 등 정말 셀 수 없는 많은 비극의 중심에 있는 나라다.
 
  아무튼 굴포스는 여전히 지금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다녀왔지만 나에게는 이곳이 폭포 중에는 No.1이다. 규모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더 크긴 하지만 정말 이 행성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풍경과 거대한 폭포의 조화는 다른 어느 곳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역시 굴포스를 제대로 보려면 여름철에 가야하는 것이 맞나보다!
 
 
 

[Little Geysir]

 

[스트로쿠르(Strokkur)]

[Great Geysir]

 
 
   게이시르 지열 지역은 하우카달루르 계곡에 있는 온천으로 다른 모든 간헐천의 이름에 영향을 준 게이시르(Geysir)가 있는 곳이다. 그레이트 게이시르(Great Geysir)가 가장 유명하지만 현재는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웠는데 그나마 스토르쿠르(Strokkur)가 있어 다행이었다. 5~10분 간격으로 최대 40m 이상의 높이까지 끓는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물론 나도 이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찍기 위해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렸는데 여기에 다다르자마자 솟구친 기둥의 높이가 더 높았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가 본 물기둥은 좀 낮아서 역시 머피의 법칙은 살아있다는 걸 다시금 깨우친 하루였던 것 같다.
 
 
 

[씽벨리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 씽벨리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s Park)


 
  씽벨리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s Park)은 아이슬란드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세 곳 중 한 곳이다. 북미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 사이의 갈라진 계곡에 위치해있어 가파른 절벽과 흐르는 강, 깊은 협곡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대서양 중앙 균열에서 대륙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아주 희귀한 장소라고 한다.
  특히 930년 세계 최초의 의회인 알씽기(Alþingi)가 결성되어 1798년 레이캬비크로 이전될 때까지 존재했으며, 1944년 아이슬란드가 독립을 선언한 후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HBO 미드 「왕좌의 게임」 이 크로아티아, 스페인, 모나코,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었는데 아이슬란드 촬영지 중에는 이 씽벨리르 국립 공원도 포함되어 있다. '피의 관문' 장면은 옥사라르포스 하이킹 코스, '브리엔느와 하운드' 장면도 네스야벨리르와 함께 이 곳에서 촬영되었으며, 양치기 소년이 돌을 던질 때 용 드로곤이 날아오르는 장면에서의 폭포 쓰로포스(Þórufoss)도 이 곳이라고 한다.
 
  이 곳에 있을 때 매우 안타까웠던 게 알씽기(Alþingi)가 있었던 터를 보고 오지 못한 것이다. 영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여전히 언어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간단한 건 문제 없었지만) 가이드 분이 내려준 곳과 픽업 지점이 달라 길을 잃었다. 픽업 지점이 다르다는 건 이해했는데 그 장소를 내가 찾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라도 잘 따라갔으면 괜찮았을 것을 화장실 다녀온 시간이 좀 길었어서 이미 아무도 주위에 없기도 했다. 
  진짜 여행사에 전화해서 내 상황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자신들도 방법이 없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대중교통은 전혀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개인 단위로 렌트해서 온 다른 관광객들은 좀 있으니까 이 분들 중 한 그룹에게 기름값 주고 레이캬비크까지 태워다 달라 부탁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딱 그 시도를 하려는 찰나, 갑자기 낯익은 미니버스가 오더니 딱 내 앞에 서는 것이다!!!
  휴우...;;;; 버스를 타니 다른 분들이 농담조로 울지 말라고 하시고, 사탕까지 주는 분도 계셨다. 가이드 분은 그래도 다행히 처음 내려준 곳에 있어서 만날 수 있었다고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하시기도 했다.

 
  평소에는 운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해외 여행가면 없던 운이 여기서 생기나보다. 여태까지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별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 보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외딴 곳에 떨어져봐야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듯 싶다. 이것이 내가 주위 지인들에게 꼭 혼자 해외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누누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 여행은 닫혀있던 나의 시야를 넓게 트이게 해주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나도 몰랐던 혹은 숨겨져있던 본능이라던가 아니면 위기 대처 능력을 끄집어내어 한층 더 발전시켜주는 것 같다. 이래서 난 참 여행이 좋다!!
  어쨌든 이렇게 또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고, 가이드는 퇴근길 러시아워를 걱정했지만 뭐 이 정도면 거의 밀리지 않은 축이지...... 우리나라에 꼭 한 번 와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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