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Escape/Travel Essay

[Europe Travel] #1. 산타 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 헬싱키 (Finland, The land of Santa Claus - Helsinki)

by ♥Elen_Mir 2024. 1. 14.

  팬더믹이 온 지구를 덮친 이후, 대혼돈의 시기를 지나온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의 끝은 아마도 해외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고, 그렇게 4년만에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첫 유럽 여행지로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흔하지 않은 대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영화 「인터스텔라」 나 「베트맨 비긴즈」 에서 본 쓸쓸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외계 행성의 그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유럽 대륙에서 첫 발자국을 딛은 곳은 핀란드 헬싱키이지만 고작 몇 시간만 머물렀기 때문에 어중간한 감이 있어보인다.

 

  2023년 9월 23일과 귀국일인 10월 1일 십 여 시간 정도 헬싱키에 머무른 걸 빼고는 9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박 7일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냈다. 거의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한 두 도시 정도 더 들르는 환승편을 이용하게 되는데 오랜 비행으로 지친 근육과 피로를 풀어줄 겸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많은 곳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참 효율적으로 생각된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좁은 비행기나 그 좌석 안에서 오랜 시간 버티는 것도 만만치 않다.

 

   팬더믹 이전에는 그나마 아직 젊다고 말할 수 있는 연령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본격적인 중년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신체 나이는 역시 속일 수가 없나보다. 아마도 재작년에 잠깐 쉬러 다녀온 제주도 때부터 패턴이 좀 바뀐 감이 있는 것이 최대한 체력을 보전하려다보니 이제는 진득하게 머무는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관광을 포기할 순 없기에 관광과 휴양을 적절히 접목시킨 일정이라고나 할까.....

 

 

 

 

 

#1. 산타 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 헬싱키 (Finland, The land of Santa Claus - Helsinki)

 

 

 

 

[헬싱키 대성당(Helsinki Cathedral)]

 

 

 

 

September 23, 2023 -- Helsinki in Finland

 

 

 

 

   드디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핀란드를 방문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우리에겐 자일리톨, 사우나, 약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노키아의 나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은근 여러 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GDP가 높고 부강하며 복지가 매우 잘 되어있는 곳이다.

  처음으로 이용한 핀에어(Finnair)라는 항공사 또한 핀란드의 대표적인 항공사로써 핀에어의 모든 경유편은 헬싱키를 거점으로 한다. 나 또한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 헬싱키 공항에 내렸고, layover로 한동안 헬싱키에 머물 수 있었다. 

 

   쉥겐 가입국이라 이 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으면 쉥겐 조약을 체결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따로 입국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다. 현재 쉥겐 가입국은 27개국으로 내가 방문했던 핀란드, 아이슬란드는 물론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몰타,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크로아티아, 헝가리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속해있다. EU와 쉥겐 가입국이 무조건 일치하지는 않으며, EU와 쉥겐 가입국 모두 유로화를 쓰는 것도 아니라서 여행 전에 잘 알아보긴 해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EU와 쉥겐 가입국이자 유로화 사용국이라 혼란스러울 건 없는데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EU에 속해있지 않으면서도 쉥겐 조약에는 가입이 되어있는 반면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슬란드 크로나(ISK) 화폐를 사용한다.

 

 

 

[헬싱키 공항역(Helsinki Airport Station)]

 

 

  이른 새벽 시간에 도착한지라 졸린 눈을 비비고 간단히 세면을 한 후 헬싱키 시내로 나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갔다. 유럽 도시들의 지하철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오래되고 낡아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들었는데 헬싱키는 그러지는 않았다. 상당히 깔끔한 편이고, 운임도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대략 30~40분 걸리고, 운임은 4.10€이며 2시간까지 사용 가능한데 우리나라도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AREX 생각하면 저렴한 편인 것 같다. 물론 난 인천공항-집을 리무진으로 이동해서 편도 17,000원인가 들었으니 훨씬 비싼 비용을 치루긴 했지만 말이다.

 

  저 자판기에서 종이로 된 운임권을 구입하면 되고, 영어로도 볼 수 있어 구입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아마 어플도 있는 걸로는 알고 있는데 난 몇 시간만 머무는 거였어서 굳이 설치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애플페이를 비롯하여 NFC 결제도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도 아이슬란드, 헬싱키 모두 애플페이를 주로 사용했는데 역시 우리나라를 벗어나니 애플페이는 물론, NFC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매우 편리했던 것 같다. 

 

 

 

[헬싱키 중앙역(Helsinki Central Station)]
[아테니움 미술관(Ateneum Art Museum)]
[헬싱키 다운타운(Downtown Helsinki)]
[헬싱키 대성당(Helsinki Cathedral)]
[헬싱키 글자 조형물)]

 

 

  헬싱키 역에 도착하니 역시 건물들의 건축 양식부터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핀란드도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곳이라 스웨덴과 러시아가 지배했던 시기 지어졌던 건물도 많고, 현대적인 건축물들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이 공존해있는 듯 한데도 꽤 조화로워보였다.

 

  아마 헬싱키 다운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이 교회일 것이다. 헬싱키 교구의 복음주의 루터교회이고, 1917년 러시아로부터 핀란드가 독립하기 이전까지는 성 니콜라스 교회라고 더 알려졌었다고 한다. 이 사진으로는 푸른색 큰 돔 모양의 지붕이 두 개의 작은 지붕으로 둘러싸여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두 개 더 있으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매우 피곤한 상태였어서 마실나온 겸 다운타운 주위만 돌아보기로 했다. 하긴 시간 있었으면 라플란드 주로 가서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껴봤겠지......

 

 

 

[헬싱키 원로원 광장(Helsinki Senate Square, Senaatintori)]
[핀란드 국립 도서관(The National Library of Finland, Kansalliskirjasto)]
[헬싱키 대법원(Supreme Court of Helsinki, Finland)]
[핀란드 대통령궁(Presidential Palace of Finland)]
[우스펜스키 대성당(Uspenski Cathedral)]

 

 

 

  헬싱키 대성당 바로 앞에 원로원 광장이 있고, 그 주위에 공공기관은 물론 여러 교육과 상업기관들도 위치해있다. 이 때 광장에서 무슨 축제가 있었는지 대성당 주위 도착할때부터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세계 음식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른 시간이라 모두 오픈한 건 아니고, 몇몇 분들만 와서 먼저 준비하고 있었던 듯 하다.

 

  이 골목들을 벗어나 조금 걸어가다보면 핀란드 국립 도서관, 헬싱키 시청, 대통령 궁 등 유명한 관공서들이 있는데 우스펜스키 대성당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핀란드 정교회 주교좌 성당으로 수호 성인은 성모 마리아이고, 어원은 고대 교회 슬라브어로 '성모 안식'을 의미하는 '우스페니에(Uspenie)로부터 왔다. 러시아 점령 시절 지어진 곳이라 대성당 뒷편에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의 동상이 서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교회 성당이라고 한다.

 

  신고전주의, 고딕 부흥, 아르누보, 유겐트 스타일, 북유럽 고전주의, 모더니즘, 기능주의, 현대 스타일의 건축 등 매우 다양한 양식으로 건물들이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한데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게 상당히 이채롭고 근사한 느낌이었다.

 

 

 

[헬싱키 항구 및 마켓]
[에스플라나디 공원(Esplanadi)]

 

 

  에스플라니디 공원은 도심 속 작은 공원이다. 여기저기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많고, 수령이 된 나무들도 제법 있어서 더욱 더 운치있는 곳인데 이렇게 중앙 광장으로 가면 핀란드의 대표 시인인 루네베이와 에이노 레이노, 토펠리우스 등의 조각상이 있다.

 

  역시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지 이 곳에서 한동안 멍때리며 앉아있었던 것 같다. 날씨가 꽤 쌀쌀하기도 했지만 다리 아픈 게 더 컸던지 거의 20~30분은 앉아 쉬면서 다음에 갈 코스에 대한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이 때 아마 오전 9시인가 그랬어서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저 항구 쪽에 있는 마켓 광장도 오픈한 곳이 음료를 판매하는 곳 정도밖에 없기도 했다.

 

 

 

[헬싱키 디자인 거리(Design District Helsinki)]
[성 존 루터교회(St. John's Church)]
[에로타야 소방서(Erottaja Fire Station)]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푸나부오리(Punavuori), 카르틴카우붕키(Kaartinkaupunki), 크루누하카(Kruunuhaka), 캄피(Kamppi), 울란린나(Ullanlinna) 등 몇 군데 지역에 걸쳐 유켄트스타일의 건물과 자갈이 깔린 거리와 함께 조화롭게 형성되어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인데 오픈 시간이 아직 안되어서 주위를 잠깐 둘러보았다. 아기자기 이쁜 상점들도 많을 거 같았는데 역시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쉬운 느낌이었다.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Design Museum of Helsinki, Designmuseo)]

 

 

  핀란드가 의외로 디자인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하며, 이 디자인 박물관에 여러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곳은  산업 디자인, 패션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디자인이 총망라되어있고, 1870년 작품부터 현재까지 핀란드인이 디자인한 작품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이 함께 전시되어있다. 원래 이 건물은 1895년에  스웨덴 학교로 사용될 목적이었고, 신고딕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이 디자인 박물관은 짧게라도 들렀다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 평소에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잘 둘러보지는 못했던 게 지금도 아쉽다. 저 화이트 색상의 원형 의자는 핀란드에서 처음 나온 디자인이라고 한다. 아마 처음 나온 작품의 색상은 레드였을텐데 내가 갔을 때 이건 없었고, 화이트 색상의 의자가 전시되어있었다.

 

 

 

  아이슬란드로 떠나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여기서 헬싱키 시내 관광을 마무리했다. 어차피 나중에 라플란드때문에 핀란드는 한 번 더 갈 듯 해서 또 들를 기회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크게 아쉽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산타클로스의 나라에서 산타클로스 흔적은 전혀 보지 못했지만 나중을 기약하기로 하면서 핀란드의 또 하나의 강점인 디자인 박물관을 다녀온 건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