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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Diary/Diary Book

[110일째(110th day)] 자책... (Blame myself...)

by ♥Elen_Mir 2016. 5. 19.






지난주 오랜만에 초등학교 때의 친구들을 만났다. 이제는 다들 아이 엄마가 되어있는 친구들이라 자주 만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미르 때문에 많이 야위었다고 걱정해주는 내 친구들... 솔직히 20대 중후반 때의 몸무게로 돌아간 것일 뿐, 완전히 늘씬해진 건 아니다. 늘씬해지려면 앞으로 더더욱 노력해야 하니까......

한 친구도 우리 미르만한 아이를 키우는지라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미르에게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좀 쉬면서 좋은 사람도 만나고 삶을 즐기라고 말해주는데 사실 그게 너무 어렵다. 


나름 미르에게 최선을 다한 것도 맞지만 이 죄책감은 아마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해줬던 것보다 더 잘해줬어야 했다는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 친구에게도 나중에 그 아이 떠나면 이 마음이 어떤지 알게 될거라고, 진짜 자식 잃은 부모 심정과 거의 비슷할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미르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미르를 생각할 때마다 웃을 수 있을까......




한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에게 다가가기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매우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전교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한 건 아니었는데 자기와는 너무 다른 아이인 것 같았다고...... 그냥 그 때는 상위권이었고,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저 중상위권 정도였는데 그렇지도 않으면서 내가 너무 똑똑한 척을 했었나...... -_-;;;  


그 말을 들으니 너무 미안해졌다. 내가 좀 더 다가갔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나름 공부 잘했던 친구부터 그렇지 않았던 친구까지 두루두루 잘 지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나보다. 솔직히 공부 잘했다고 현재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정말 뭔가 틀에 박혀서 살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살아 생전의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본 몇 안되는 친구들이다. 우리 엄마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하던데 난 솔직히 엄마 얼굴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 물론 살면서 가끔 생각나긴 하지만 내리사랑이라고 미르를 내 아들처럼 키워서 그랬나,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다 내 얼굴 보면 엄마와 판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볼 땐 엄마랑 닮은 부분은 거의 없으니 이해도 잘 안 됐고... 친구가 명쾌하게 정리해주더라. 이미지가 닮았다고... ㅎㅎㅎ



진짜 옛날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들, 엄마가 지금도 살아 계셨더라면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부분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있었던 많은 일들... 어쩌면 내 심리적인 문제들이 이 때 촉발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이란 사회는 정신적인 질병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 때는 그저 그렇게 시간만 보냈었을 수 있었을 듯 싶다.


불안장애, 약간의 강박증, 우울증, 조울증, 수면장애, 나르시시즘, 열등감, 자존심, 자기 보호 본능 등등...


내가 생각하는 내 심리적인 문제점들인 것 같은데 또 다른 것이 있을까... 심리 검사를 받으러 가려다가 현정이가 자격증도 있는만큼 본인이 DISC 성격 검사를 해주겠다고 해서 일단 그것부터 한번 해보려고 한다. 이게 그 때 그 때의 심리 상태마다 달라서 정기적으로 해보면 현재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게 된다고 하던데 평소 MBTI 검사를 해볼까 생각했던터라 조만간 만나면 테스트를 한번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 저 증상들만 봐도 내 성격의 극과 극이 존재하고 있는 건 알겠다. 저러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거겠지..... 확실히 뭔가 계기가 생기면 사람이 변하듯이 처음 시작은 엄마인 것 같고, 그 다음은 미르가 맞는 듯 하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엄습하며 또 우울해지고 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빨리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이 4개월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어차피 정호도 최대 4경기 밖에 못볼텐데 뭐가 그렇게 기다려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다르빗슈가 복귀하고, 평소 너무 가보고 싶었던 마이애미 일정이 있어서 그런가... ㅎㅎㅎ


하긴 다르빗슈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벨트레옹과 데스몬드도 볼 수 있고, 요즘 귀여워하는 마자라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내츠 선수들과 스탠튼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갑다~~ ㅋ 아, 호세 페르난데스도 볼 수 있겠구나... ㅎㅎㅎ

이 중에 한 명이라도 사인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될지... 이안 데스몬드와 맥스, 하퍼는 달력에 사인을 받아야 할텐데......




아마 야구에 이렇게 빠져 살고, 여행을 자주 하는 것도 엄마의 빈자리가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 외로움이라는 것이, 나의 근본적인 외로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엄마가 떠나고 몇년 후 미르가 나에게 오면서 그 외로움을 미르때문에 잊고 지내다가 미르가 떠난 지금 다시 되살아난 것일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이 근본적인 외로움이 해결될까... 그럴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친구들은 그렇게 말한다. 한참 예민할 때 엄마가 그렇게 떠나셔서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완전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지냈는데도 내 무의식은 그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깊은 내면까지 끄집어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다보면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래 살 생각은 추호도 없고, 미르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일단 꿈은 이루고 나서 떠나도 떠나야 할테니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나마 내 심리 상태를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게 다행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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