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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마음의 양식

[도서리뷰] 테마가 있는 여행 - 야구장 습격 사건

by ♥Elen_Mir 2014. 6. 25.

[2009.10.17 작성]



야구장 습격사건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동아일보사 | 2009-09-0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 이번엔 야구장에 떴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닝(www.Inning.co.kr) 에서 도서 이벤트로 받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탐방기이다. 공중그네 등의 소설을 많이 쓰시는 분인지라 이것도 소설이겠거니 생각했었으나 실제로 페이지를 넘겨보니 여행 에세이였다. 아무래도 야구를 좋아하다보니 제목부터 끌리던 책이었는데 솔직히 재미있다고 말하기가 조금 어렵긴 하지만 야구팬들이 보면 정말 부러워할 내용이 가득하다.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오키나와, 시코쿠, 타이완, 도호쿠, 히로시마, 규수 이렇게 6개의 지역을 거의 1년 안에 휴가 기간을 쪼개 여행을 다닌다.

 

2월은 각 프로야구 구단들의 전지훈련 기간인데 일본 프로야구 구단 역시도 자국 내의 따뜻한 지역으로 전훈을 많이 가나보다. 이 기간 동안 저자는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오키나와로 출발할 때부터 공항에서 다케다 미쓰쿠니(본명 송광훈. 미일 대학야구 2년 연속 MVP였지만 프로에서는 성공하지 못했고, 1989년부터 2년동안 삼성라이온즈로 이적), 노무라 히로키(볼은 느리지만 뛰어난 제구력으로 100승 이상을 올렸으며 타격 솜씨도 좋다. 별명은 거인 킬러), 간다 다이스케(1996년 요코하마에 입단했으나 병으로 24세에 은퇴), 엔도 가즈히코(2년연속 최다승,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통산 134승을 올렸고, 요코마하 다이요 웨일스의 에이스), 에가와 스구루(고교 시절 노히트노런 9번, 퍼펙트게임 2번, 고시엔대회 통상 최다 탈삼진 기록을 남겨 '괴물'로 불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981년 최다승, 최고 승률, 최우수 방어율, 최다 탈삼진, 최다 완봉승으로 5관왕에 올랐다), 다네다 히토시('게다리타법'으로 유명) 등의 선수와 코치들을 직접 보면서 여행의 즐거움에 만끽한다.

 

저자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팬이었고, 주니치가 오키나와 자탄구장에서 전훈지를 꾸린다고 한다. 자탄 구장은 내야에 시야를 가리는 그물망이 없어 경기를 보다 더 스릴있게 만끽할 수 있을 정도.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감상한 후 근처 카페, 음식점을 들렀다 호텔로 돌아오고, 그 중간에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도 하며 야구장에 가지 않거나 시간이 남으면 영화를 보는 등의 일정한 동선을 여행 내내 유지하니 사실 재미있을 수가 없기는 하다.

그래도 가끔 이런저런 음식들을 표현해주고, 야구장 풍경이나 위치, 호텔에 대한 이런저런 묘사들도 해주니 나중에 일본여행을 갈 때 많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탄구장을 다녀온 이후 요코마하 베이스타스가 전훈지로 꾸리는 기노 만 구장을 방문한다. 주니치에 있다가 요코하마로 이적하 나카무라 다케시를 보기 위해서인 듯 하다. 다음은 주니치 2군 캠프가 위치안 요미탄 구장을 방문하는데 사탕수수가 가득한 언덕에 올라가서 보면 눈 앞 바로 저편에 보이는 숲 안에 야구장이 위치해 있다고 한다. 저자도 이 대목에서 많이 감탄하지만 나 역시도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전훈지로 꾸린 우라소에 구장에 방문. 이 당시 페타지니가 뛸 때인가 보다. 여기서 부인보다 스물 다섯 살 연하라는 거. 그 부인이 친구 엄마였다는 거. 그래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자식이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책에서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며 많이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런데 야쿠르트의 또 다른 외국인인 라미레즈도 부인이 42세, 아들이 22세, 19세라니.... 이 당시 27세였다는데 진짜 야구르트는 이런 선수들만 데리고 오는 건가 싶다....ㅋㅋㅋ

 

 

4월은 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달. 이번 코스는 시코쿠이다. 마쓰야마의 봇짱 스타디움이 행선지로서 야구르트의 홈구장인가보다. 주니치가 원정을 가는 건지 저자는 봇짱 스타디움을 방문하게 되는데 진구구장보다 크고 아름다운 3만명의 수용규모를 가진 천연잔디 미국식의 구장이다. 역시 야구팬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유형을 가졌는지 저자 역시도 못하는 선수는 까고, 잘하는 선수는 칭찬하고... 그 방식이 참 우리랑 비슷한 거 같아 다른 공간에 살고 있다고 해도 통하는 건 통하나 보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5월에는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와 오릭스 블루 웨이브가 해외 첫 공식전으로 타이완에서 경기를 하게 되어 저자도 타이완으로 향한다. 공항에서 한 아이돌스타의 팬들을 보게 되는게 그 일본 아이돌 스타가 해외 공식전의 시구자로 선정이 되었는지 첫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타이완은 일본에 대해서 우호적이라더니 확실히 일본인을 위한 장소도 많고, 곳곳에 일본어도 많이 붙어 있나보다. 고급 호텔에는 일식 전문점이 들어서있고, 합일족이라고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공식전은 텐무 구장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외야석이 없고, 좁은 파울존, 잔디로 조성된 내외야석, 그물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좋은 점이 많은데 반면 수용규모는 1만명 정도라 아담하다. 경기는 9회 말 4대 4 동점에서 다이에의 마쓰나카가 끝내기 홈런을 쳐서 대만 관중들에게 정말로 큰 선물을 해준 의미있는 공식전이 되었을 거 같다. 두번째 날은 8대 7 접전 끝에 오릭스의 승리...

대만에 간 김에 타이페이 시에 인접한 신장 시의 신장 구장에서 대만 프로야구 경기를 보는데 실제로 국내야구 관중 수는 얼마 없었나보다. 7500명의 규모인데 거의 200명밖에 없었다니...그래서 5회말에 무료 입장을 시킨다고 한다.

 

 

6월에는 도호쿠 아키타 현의 가쿠노다테와 하나이에서 이스턴 리그(일본 프로야구 2군리그 중 하나)의 공식전인 쇼난 시렉스(요코하마 베이스타스 2군) 대 자이언츠 2군 경기가 있어 여행을 나선다. 도호쿠 지방은 쌀과 이나니와 우동(사누키, 기시메와 더불어 일본 3대 우동의 하나로 아키나 현의 명물. 면이 얇고 넓적한 것이 특징)가 유명하고, 가쿠노다테는 사무라이의 저택이 유명하단다.

카무노다테 오치아이 구장은 히노키나이 강변에 있고, 주위에 깊은 숲이 있어 오키나와의 요미탄 구장에 필적하는 경관을 자랑한다. 역시나 경기 보는 모습은 우리 나라 팬들과 별 다를 바는 없다. 그래도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는 우리보다 훨씬 있겠지... ㅡ.ㅡ;;

 

 

9월에는 히로시마 오노미치에서 열리는 히로시마 도요카프 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경기를 보러 갔다. 아마도 간 첫 날은 시마나미 구장이라고 오노미치 도심에서 떨어진 산간 지대에서 열리는 모양인데 1만 5천명을 수용하는 신축구장이고, 외야 건너편에 있는 산기슭에서도 야구 관람이 가능한 모양이다. 역시 일본 지방도 도시와는 달리 조금 과격한 사람이 많이 있나보다... ㅋㅋ 그리고 다음날에 히로시마 시민구장으로 향했고, 이 구장 역시도 파울존이 좁아서 경기 보기에 좋으며 아름답다고 한다.

 

야구시즌이 끝난 후 11월 규슈 지방에서 열리는 OB들이 마스터스 리그를 보기 위해 구마모토의 후지사키다이 구장을 방문한다. 외야 건너편에 수령 800년이 넘는 녹나무 다섯 그루가 나란히 서 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나고야 80 디이저스 대 후쿠오카 돈타쿠즈의 경기로 1980년대 활약했던 선수들이 출전하는데 그 왕년에 잘나갔던 선수들도 생각보다 몸이 따라주질 않는지 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선수나 관중이나 아주 재밌게 관전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도 야구 저변이 잘 되어있어서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도 이렇게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꿈은 우리나라에 있는 야구장과 일본에 있는 모든 야구장,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장을 여행하는 것이다. 다 돌아보려면 경제적인 여유는 물론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히 있어야 하는지라 솔직히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 이란 이 책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재미가 있든 없든 나도 간접적으로 일본의 몇몇 야구장이 어떤지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

 

각 구단 홈구장과 제 2구장인 청주, 군산, 지방에 있는 제주 오라구장, 남해 야구장, 2군 원당구장, 이천구장, 상무구장, 도원구장까지 그래도 꽤 많이 다녀와봤는데 그 외 2군 구장과 마산을 가보지 못했다. 아마 마산은 내년에 두산이 원정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기면 무조건 시간내서 한번 가볼 것 같은데 예전에 쌍방울이 썼던 전주구장은 갈 일이 없으니 아쉽다... 더불어 지방에 있는 2군 구장을 좀 더 가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리고 일본은 고작 도쿄돔구장밖에 다녀오질 않아서 일단 내년 2월에 히어로즈 전지훈련지를 여행 코스의 일부로 넣으려 하고 있다. 아마 캐나다 4박 5일 - 도쿄, 요코하마, 치바를 7박 8일 - 마지막 전훈지 가고시마를 2박 3일 정도 잡을 예정에 있는데 진짜 기회되면 오키나와도 가보고 싶다. 오키나와도 다른 구단들 전훈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여러가지 여건으로 인해 메이저리그나 재팬리그 구장은 다 가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저자처럼 야구에 미쳐있고 가끔은 그 애정을 주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떠나고 싶을 때도 많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꿈을 접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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