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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scape/Travel Essay

나에게 선물하는 일본여행 -- 번외) 하네다 공항(羽田空港) & 가고시마(鹿兒島)

by ♥Elen_Mir 2014. 8. 7.

[2010. 03. 17 작성]


나에게 선물하는 11박 12일의 일본여행  --  번외) 하네다 공항(羽田空港) & 가고시마(鹿兒島)

 

 

 

 2월 25일 목요일. 사실 정상적이라면 여행 코스가 11일의 일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데 정말 상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우여곡절(迂餘曲折), 청천벽력(靑天霹靂), 위기일발(危機一髮), 풍전등화(風前燈火), 전전긍긍(戰戰兢兢), 백척간두(百尺竿頭), 누란지위(累卵之危) 등등. 이 보다 더 적합한 말들이 어디 있을까......

 

 '2010년 2월 25일 오전 9시 35분 ANA 일본국내선 하네다-가고시마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숙소에서 아침 6시 20분에 나왔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 발권하고, 수화물 부치고 출입심사까지 마치니 딱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더랬다. MP3를 들으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 발생. 9시 정도쯤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전광판에 'cancelled' 라는 단어가 뜨는 것이었다. 안개 때문에 취소됐단다......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의 본성 중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느긋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고, 일단 항공권을 예매했던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로밍 안했으면 어쩔 뻔 했는지;;;;)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고 물어보았다. 몇 분 후에 다시 연락해준 여행사 담당 직원이 "일단은 더 기다려봤다가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통상적으로는 티켓을 취소하던지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하네요" 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 과정은 또 공항에서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만 이야기해줘서 또 다시 급당황.... 아마 그 여행사 직원도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겪어보진 못했을 듯 싶긴 하지만 그 구체적인 과정을 이야기해줘야 할 거 아닌가.. ㅡ,.ㅡ


 그래서 별 수 없이 카운터에 있던 ANA 항공 여직원과 안되는 영어 써가면서 대화를 시도한 끝에 방법을 알아냈고, 그 직원이 친절하게 그 다음 장소까지 데려다 주었다(Thank you so much~~~~~~!!!!!).


 어쨌든 이렇게 비행기가 지연(delayed)이 아닌 결항(cancelled) 된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

 1) 우선 출국장(탑승 대기 장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arriving lounge(입국라운지)로 나와야 하고, 다시 로비(출국심사전 로비)로 가라.

 2) 수화물로 붙였던 짐을 찾아라.

 3) 발권 카운터에 가서 항공권을 취소하거나 변경해라. (취소할 경우에는 그냥 집으로 가면 됨)

 4) 변경된 항공편으로 다시 짐을 붙이고, 기존대로 다시 출국 수속을 밟아라.


 사실 여기서 고민했다. '내가 확실히 알아들은 건 맞는 거 같은데 혹시 틀려서 잘못되면 어쩌지', '그냥 한국으로 가 버릴까. 어차피 귀국일 변경하는 것도 수수료 없이 가능한데', '그냥 도쿄에서 하루 더 묶고 갈까. 호텔 쪽에서도 항공편 취소된 것만 확인되면 수수료 없이 취소해준다니', '그래도 한번 해봐야지. 다 경험이야' 이런 말들이 만화에서 보듯이 말풍선으로 뜨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 여기서 특유의 장점인 '모험심' 발동. 다시 시간을 변경해서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또 짐은 어디서 찾는 것이며, 이 긴 줄은 뭔가 싶었다. 내가 가는 비행기 외에도 일본 내 다른 지역을 가는 비행기들도 죄다 취소되어 나처럼 변경하는 사람들과 해당시간 탑승자들이 몰렸던 것이다. ㅠㅠ 원래는 '12시 30분 정도에 호텔에 도착할거고, 빨리 서두르면 연습경기 중간부터는 볼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뭐 그래도 이미 지난 일을 어찌하랴. 그냥 이날 무사히 가고시마(鹿兒島)만 들어가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고, 나도 거의 1시간 정도의 줄을 서서 Information Counter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한 다음 비행기는 언제냐, 짐을 어디서 찾느냐' 라고 물어봤는데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고, 6번카운터로 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6번 카운터로 갔는데 줄이 또 쫙 서 있었고, 짐들은 안 보이고 또 급당황.


 그나마 조금 한산한 쪽에 있던 직원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하고, 짐 찾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영어 단어를 잘못 알아 들으셨는지 우리 서로 잠시동안 딴 이야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러다가 나중에는 알아듣고, 나를 친절하게 그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역시 친절함이 몸이 밴 일본인들...)


 6번 카운터가 맞긴 맞는데 줄에 가려져 내가 못 본 것이었던 듯... ㅡ,.ㅡ 그래서 어렵게 짐을 찾은 후 티켓을 변경하려고 발권카운터 쪽으로 다시 돌아가니 또 줄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1시간(!!!!!!!) 정도 줄을 서서 티켓을 변경하였는데 변경한 시간은 3시간 후인 16시 35분...... 다시 수화물 부치려고 가니 줄이 또 길었고, 그나마 20분 정도 기다려서 부칠 수 있었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3번째로 외국에 나가는 거였는데 3번째만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도대체 신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건지 마음 속으로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 ㅠㅠㅠㅠ 진짜 낯선 타국에서 눈물흘릴 뻔.......;;;


 일단 아침부터 거의 물 빼고는 먹은 게 없어서 거의 2시 다 되어서 뷔페식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너무 당황하고, 진이 빠져서 그랬는지 평소답지 않게 많이 먹지도 못했다. 가격은 1,800円이나 했는데도... 이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직감했던 것이었는지도......






 밥이 잘 안 들어가서 대충 먹은 후 잠시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픈 다리도 쉬게해준 후 다시 출국로비로 내려왔다. 1시간 정도 남겨뒀을 때 출국심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로비 의자에 앉아 한동안 정신줄 놓고 쉬고 있었으나 또 다시 전광판에서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아직 내가 타는 비행기편은 별 이상은 없었지만 가까운 시간대의 비행기들이 또 지연(delayed)되고 있었다. 오, 하느님!!!!!!

 

 불안한 눈초리로 전광판을 계속 응시하다가 결국 내가 타는 비행기도 지연(delayed)됐다는 문구가 떴다. 현지 악천우로 인해 늦게 출발했다는 안내방송과 메시지가 함께 뜨고 말았다는....;;;; 그래서 또 '귀찮게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출발가능시간 30분 전에 출국심사를 받고, 대기장소로 들어갔다. 






 결국 50분 정도 지연되어 17시 25분 정도부터 탑승 수속을 시작했고, 거의 6시 다 되어서 하네다 공항을 벗어나는 거 같았다. '이제 무사히 가고시마 도착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쉴 수 있었으나 가고시마(鹿兒島空港)에 도착하니 또 비가 심상치 않게 오고 있었다. 이제 물어보는 것에는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입국라운지(Arriving Lounge)로 나와 정류장을 물어본 후 리무진버스를 타고 가고시마추오(鹿兒島中央)역으로 갔다.

 

 버스 탈 때는 몰랐는데 가고시마추오(鹿兒島中央)역에 도착하자 제법 비가 내리고 있었던 데다가 예상과는 달리 호텔이 역에서 바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당황.... 뭐 도리 있나.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봤고, 이해는 했는데 이 짧은 영어로 대답하려니 말문이 막혀서 말을 못했다. 그래서 그 쪽에서는 이해를 못했는지 알고, 아예 약도를 그려주었다.

 약도를 보고 갔는데도 거기가 생각보다 복잡한 4거리 또는 5거리 였던 거 같아서 또 비 쫄딱 맞으면서 헤맸고, 근처 지나가던 고등학생에게 물어봐서 제대로 된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서도 또 조금 헤맸고, 당황해하니까 그 모습을 본 유카타 입은 현지인께서 내가 너무 불쌍해보였는지 우산을 씌어주며 호텔 앞까지 짐을 끌어다주셨다.(아, 정말 친절한 일본인들...ㅜㅜ)

 

 바로 큰 길로 쭉 올라가면 되는 거였는데 초행길이라는 두려움과 이 날의 고생때문에 판단력이 잠시 흐려졌었던 것 같다. 이렇게 호텔 입구로 들어갔을 때 히어로즈 선수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여있었던 것을 보고, 제대로 찾아간 거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체크인할 때 어느 선수가 지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비는 쫄딱 맞아서 내가 너무 정신이 없기도 했고, 조용히 경기만 보다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선수가 나를 못 본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결국 9시 넘어 방에 들어가서 씻은 후 뻗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당황을 많이 했었는지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래도 여행 중 하루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을 겪었고,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아니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도 많이 축적되었을 것 같다.  주위의 이름모를 조력자도 약간 있었지만 거의 모든 위기를 나 혼자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으니까......

 그래서 여행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견문이 넓어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치관, 생활습관, 문화의식 모든 것들이 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마련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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