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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s Baseball/Baseball Library

`흙속에 진주` 찾기 위한 스카우트들의 무기들

by ♥Elen_Mir 2014. 6. 16.

대통령배가 열린 17일 동대문구장에는 수십 명의 스카우트들이 모여 있었다. 국내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예닐곱 명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여유 있는 스탠드에서 턱을 괘고 앉아 선수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화 속의 스카우트는 현실 속에 없다. 모두 정신없이 바쁘다. 한 손에는 스피드건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초시계나 캠코더를 들고 무언가 끊임없이 측정한다. 주위의 야구 관계자와 기자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농담을 하는 순간에도 선수들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날 날씨는 봄치고는 쌀쌀했다. 스카우트는 선글라스 대신 두터운 점퍼를 입고 있었고, 턱을 괘는 대신 온몸을 움츠리고 수첩에 무언가를 계속 적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는 "1년에 12 ̄13명의 신인 선수가 들어온다. (신인)한해 농사를 아주 잘 지으면 이 중에 1 ̄2명 쓸만한 선수를 건질 수 있다. 나쁘면 한명도 없을 수 있다. '10%'라는 수치는 스카우트에게 매우 좋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이유다.

스카우트가 사용하는 '무기'는 다양하다.

▶스피드건=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끄는 건 단연 대형 투수다. 수준급 투수가 나올 때면 스카우트들이 한꺼번에 스탠드에서 일어나 스피드건을 쏘는 장면은 진풍경이다. 광주 진흥고와 경기고와의 경기에서 정영일(진흥고)의 볼이 '150km 안팎'을 찍자 스카우트들은 순간 들썩이기도 했다. 스카우트들은 투수를 볼 때 가장 먼저 '스피드'를 본다. 타고난 어깨를 본다는 얘기다. 원석이 좋아야 가공해도 좋은 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시계=달리기 실력이라도 볼 참인가. 아니다. '셋 포지션(set position)'에 들어선 투수가 얼마나 빨리 볼을 던지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투수의 투구 동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와인드업과 셋포지션. 와인드업은 타자를 정면으로 향한 상태에서 팔을 크게 들어올려 투구하는 '완전한 투구 동작'이다. 주자가 없을 때, 타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때 와인드업으로 던진다. 셋포지션은 투수판과 평행하게 서서 던지는 자세를 말한다. 왼손 투수는 1루를, 오른손 투수는 3루를 바라본다. 최대한 투구 동작을 간결하게 한다. 주자가 있을 때 효율적인 수비를 위해 셋포지션으로 볼을 던진다. 셋 포지션에서 홈플레이트까지 볼이 이르는 기준 시간은 '1.2초'다. 여기에 하나 더, 포수가 2루로 던질 때 기준 시간은 '2초'다. 두 시간을 합하면 '3.2초'가 된다. 아무리 빠른 타자도 정상적인 스타트 상황에서는 3.2초보다 빠르게 도루하기는 힘들다. 이 수치는 오랜 야구 역사에서 경험적으로 나온 수치다. 3.2초 동안 투수.포수 배터리는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 투구와, 2루 송구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투수의 빠른 셋포지션 투구는 결정적이다. 스카우트들이 끊임없이 초시계를 누르며 셋포지션 시간을 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캠코더=수치로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 동작, 버릇 하나 하나를 담아내려면 캠코더는 필수다. 녹화된 화면과 빼곡히 적혀 있는 노트가 합해져 완전한 기록이 된다.

이날 경기장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찾았다. 그들은 한국선수를 보고 느낀 점을 솔직히 말했다. LA 에인절스 찰리 킴 스카우트는 "XXX 선수는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만 투구 자세에 문제가 있다. 와인드업 후 팔로우업하기 전에 팔꿈치가 펴지지 않는다. 저렇게 되면 힘을 완전히 실을 수도 없고 부상 위험도 따른다. 왜 저 걸 코치가 잡아주지 않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 메츠 이사오 오지미 스카우트는 "한국 고교 야구 선수는 동기 부여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자기 목표를 명확히 정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성실하게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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