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그리울거야!!!
힘들었던 7일간의 호스텔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호텔 생활로 돌아온 편안함도 한 몫 하긴 했지만(뉴욕, 워싱턴 다운타운은 숙박비가 상상초월;;;) 뭐 볼 거 있겠나싶어 별로 기대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것과는 별개로 뭔가 매력이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예상 외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정말 중요한 관광지 방문은 야구게임 시간상 갈 수가 없었지만 다운타운 곳곳에 아기자기하고 가볍게 볼거리들이 있어서 2박 3일의 일정치곤 나쁘지 않았다는 느낌이고, 정말 세인트루이스는 야구의 도시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운 곳이었다. 외국인들 중에(나도 그들에겐 외국인!!!) MLB를 보고 싶은데 응원팀을 못 찾겠다싶은 사람들은 이 팀을 선택하면 정말 즐거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난 이미 너무 먼 곳을 가서~~!!! ㅎㅎㅎㅎㅎ
첫 날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벅스 경기 날짜만 확인하고 시간까지 확인을 미처 안해서 낮 12시 15분 경기라는 걸 몰랐고, 결국 토요일 경기 하루는 놓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뉴욕에서 램버트 공항 들어온 게 2시 후반대라 숙소 들어가니 9회초를 하고 있었다. 낮 경기도 2시 15분이었으면 중간에라도 들어갔을텐데 왜 하필 이 날 12시대에 정호까지 21호 홈런치고.....;;; 올해 내가 가는 경기마다 잘 못하는 것 같아 걍 텍사스로 다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뭐 다 못한 건 아니고 멀티안타친 날도 있긴 했지만;;;) 여기 저렴한 국내선 항공권은 환불 불가라 어쩔 수 없었다. 뭐 저렴한 게 20만원대였다는 건 함정... -_-/
그래도 녀석 진짜 적응 안되게 너무 다정해졌다. 뭔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 정호도 철이 들고 있는 건가... ㅎㅎㅎ
어이쿠.. 우리 애기, 우쭈쭈~~ 라고 하면 정호도 적응 안되겠지? ㅋㅋㅋ
근데 정호 웬지 몸이 안 좋았던건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건지 힘이 좀 없어 보였다. 경기 직전에 웜업하러 제일 늦게 나오기도 했고, 다른 동료들이랑 장난치는 모습도 별로 안 보이기도 했으며 인사하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는데도 힘없이 웃는 것이 뭔가 좀 내 마음에 걸렸다고나 할까... 게다가 불규칙 바운드고 강습타구기는 했어도 수비 실수를 하는 모습이 웬지 2014년 한국시리즈 때 모습처럼 보였다. 그냥 내가 넘겨짚은 것이겠지... 또 편도선 부었는지, 아니면 감기가 걸렸었는지 물어볼 정도로 시간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게 좀 걱정이 된다. 별 일은 아니겠지.....
내 소기의 목적 달성도 있지만 정호한테 가장 혹은 2번째로 힘들었던(KBO 2년차 때가 제일 힘들었겠지...)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뭐 크게 보면 녀석이랑 인연이 없는 건 아닌 거 같다. 어찌되었든 중요할 땐 거의 곁에 있었던 거 같으니까.....
그나저나 주말이고 마지막 정규 시즌 경기라 정말 많은 팬들이 사인 요청을 해서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 준비 때문에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허들 감독과 타일러 글래스노, 존 제이소 이 선수들은 거의 끝까지 사인을 해주고 들어가고, 웬일로 매커친이 사인을 해주는 것... 아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달력 가지고 가는 거였는데 숙소에 놓고 갔다는 게... ㅜㅜㅜㅜ
어쨌든 다정한 매커친을 보는 것도 처음이라 적응이 안되긴 했다. ㅎㅎㅎㅎㅎ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한 첫 날, 얘네들은 메트로 링크라고 말하는데 공항에서 다운타운, 그리고 일리노이주 넘어까지 길게 운행하고 있어서 대중교통도 그닥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메트로 시스템은 꽤 잘 되어있다고 봐야할 듯... 게다가 다른 도시와는 달리 여기는 구역도 잘 정리가 되어있는지 헤맨 적이 없다. 구글맵 보고도 방향 못 찾아서 헤매는 나도 그렇지 않을 정도로 정리가 아주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다운타운 외곽은 당연히 시골이고, 집들도 얼마 없으며 거의 대학교들이 많이 위치해있다. 그래서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다운타운까지 야구 경기 없는 날에는 매우 조용할 것 같으니 말이다. 주위 마실이나 나가자 싶어 나가는데 중요한 장소는 다 도보 거리로 가능했어서 게이트웨이 아치, 아치 뮤지엄, 구 프랑스 카톨릭 성당, 시티가든, 부시 스타디움까지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게이트웨이 아치와 뮤지엄, 성당은 내 숙소 바로 옆에 있었어서 더 편했고, 부시 스타디움도 도보 5분 거리여서 첫 날 경기는 못 봤지만 한번 둘러보자는 심정으로 갔다가 그 분위기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조용한 도시 분위기와는 달리 그 곳은 정말 익살스럽고 열정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 야구장 바로 앞에 볼파크 빌리지라고 여러 레스토랑과 바가 있는 작은 쇼핑몰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의 너무나 흥겨운 분위기가 날 즐겁게 만들었던 것 같고, 사진을 찍으니 재미있는 포즈를 취해주는 청년들까지 정말 웃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흐흐흐~~
어제는 내 옆에 앉아있었던 대니얼이란 숙녀분이 있었는데 웃음이 본인의 삶의 모든 것이라며 날 옆에서 웃겨주는데 진짜 시간 가는지 모르고 경기를 봤던 것 같다. 물론 그 분의 남자친구인지 그냥 친구인지 일행도 옆에 있었지만 모두 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진짜 그렇게 밝게 살아야 하는데 약간 음울한 기운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 부러웠다고나 할까... 물론 영어가 짧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ㅋㅋㅋ
게다가 멋있는 남성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진짜 뉴욕보다 여기 신사분들이 더 멋있는 것 같다.
횡단보도 건너는데 벌이 갑자기 내 팔에 걸어둔 담요에 붙으려고 해서 놀라니까 한 청년이 지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쫓아주고, 뭔가 마초 분위기가 느껴지면서도 매우 배려해주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 전체적으로 남성분들 대부분 진짜 레이디 퍼스트가 습관화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그게 너무 좋았고 고마웠는데 세인트루이스는 조금 더 그 성향이 짙은 것 같단 느낌이다. 아, 이런 곳에서 나의 연분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ㅎㅎㅎㅎㅎㅎ
아무튼 이제 다시 댈러스로 돌아간다. 댈러스와 포트워스, 알링턴 등 텍사스가 나의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
지금 피곤함에 쩔어있기도 하고, 약간의 장거리 여행의 여파인지 몸이 좋지는 않은데 아마 돌아가는 날엔 매우매우 많이 섭섭하겠지...
어찌되었든 다시 또 MLB 볼파크 투어를 해야 하지만 그게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몰라서 더 서운할 것 같다.
그래도 그 감정은 뒤로 제쳐두고, 남은 시간을 즐겨야겠다!!!
이제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포스트시즌 디비전 시리즈 경기도 보게 되니 말이다!!!! 후훗...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