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두번째 방문...
[Everglades nationals park - Miami]
오늘도 길고 긴 하루가 시작되었던 것이 정선 언니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4시간밖에 못 자고 나왔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아침 먹고 탑승 대기실에 앉자마자 엄청나게 졸다가 비행기 타자마자 또 엄청나게 졸았다. 지금도 머리가 약간 멍하고 피곤한데 뭐 후회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공항에 가야하는 거 빨리 가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어제는 야구장에 가지 않고 하루 full로 관광하는 날이었다. 평소에 미드를 즐겨보는 입장에서 CSI Miami에서 호레이시오 케인이 자주 이 곳에서 한 쪽 발에 팔을 기대며 포즈를 취했던 그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고, 엘리게이터라는 악어의 서식지이기도 해서 평소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어제 소원풀이했다... ㅎㅎㅎ
일단 20명 정도 함께 작은 에어보트를 타고 이 늪지를 서서히 출발하며 설명을 들었고, 이렇게 어느 순간 넓은 늪지대가 나오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보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물보라를 맞게 만드는 것이 아주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 유람선같은 배는 타봤어도 보트는 처음 타봐서 처음에는 서 있는 것도 약간 무서웠으나, 뭐 빠져도 물은 깨끗하다니까... ㅋ
끝없이 펼쳐진 늪지대 속을 보트로 누비며 다니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악어 출물... 해수면에 눈과 얼굴을 반쯤 내밀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처음엔 약간 떨어져있어서 무섭지는 않았지만 가이드가 귀마개를 던지면서 가까이 오게 만든 순간 그때는 약간 무서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2미터도 안되는 내 옆 쪽까지 다가왔기 때문에..... 덜덜덜;;;;
그래도 전혀 위험하지는 않다는 말이 맞나보다. 물론 악어를 자극하면 그 굉장한 아귀와 이빨 힘으로 사람도 해치지만 그러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그들도 누가 있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는 타이밍이 있다면 생선이나 생고기 등의 먹이를 던져줄 때? ㅋ
어쨌든 너무 피곤해서 지역마다 관광 자체는 야구장 포함해서 거의 한두군데밖에 못했던 것 같다. 이 점은 아쉽지만 필라델피아나 알링턴은 딱히 볼 거는 없어서 그닥 상관은 없고, 마이애미는 언젠가 다시 꼭 갈거라 그 때 다시 돌아보면 될 듯 하다. 뭐 알링턴 옆 댈러스나 포트워스는 10월에 다시 가서 둘러보면 되고, 아직 워싱턴과 뉴욕, 세인트루이스가 남아있다!!!
원래 너무 피곤하지만 않으면 지금쯤 피츠버그 다운타운에라도 나가 둘러보고 있어야 했는데 그냥 여기도 쉬엄쉬엄 다니려고 한다. 어차피 피츠버그도 내년에는 다시 안 온다쳐도 정호가 있는 한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 같아서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피츠버그 공항에 내리니 역시 처음 온 곳이 아니라 그런가 뭔가 낯익은 느낌이다. 셔틀 아저씨도 친절했고, 호텔 카운터 아주머니는 처음엔 좀 딱딱해 보였어도 나중에 농담 던지시는 거 보니 유쾌한 분인 것 같으며 이 호텔 진짜 너무 좋다...!!! 물론 비싸고, 약간 낡은 느낌은 있지만 처음 들어설 때부터 뭔가 옛날 유럽 사람들이 살던 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매우 돋보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기도 내일 정도 사진을 제대로 찍어봐야지...
현대식의 깔끔하고 좋은 시설의 호텔도 좋지만 이렇게 뭔가 엔틱하고 유니크하면서 깔끔하게 정돈된 호텔도 너무 좋은 것 같다. 방이 너무 커서 혼자 지내기 참 적적할 정도다. 정선 언니의 직장 스케쥴만 맞았다면 참 좋았을 뻔했다. 마이애미 호텔도 최신식으로 엄청 좋았는데(여기에 비하면 가격도 착하고) 여긴 뭔가 분위기가 너무 멋스럽다. 가격대만 맞으면 앞으로 이런 호텔들만 찾아다닐까보다... ㅋㅋㅋ
작년에 에릭을 처음 만났었던 그 호텔에 묵지 못해 아쉬운 감은 좀 있다.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대화를 주고 받다보면 기억이 떠오를거고,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뭐 근데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니 다시 내가 그 곳에 묵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 말대로 작년에는 좋은 상황이 생겼어도 내가 걸리는 게 너무 많았었지만 올해는 걸리는 게 전혀 없는데 다시 만날 기회가 없으니 그냥 인연이 여기까지란 이야기겠지... -_-;;;
그래도 작년부터 밀워키, 캔자스시티,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텍사스 알링턴, 마이애미까지 돌아보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많긴 했지만 피츠버그만큼 나와 맞는 곳은 없는 것 같단 느낌이 든다. 모르겠다. 정호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뭔가 나와 주파수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진짜 일할 기회만 되면 여기서 살고 싶다.
이번 여행 일정에서 앞으로 워싱턴, 뉴욕, 세인트루이스도 가봐야 더 정확한 느낌이 오겠지만 지금까진 그냥 뭔가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한 것 같다. 전부터 워싱턴에 대한 로망도 꽤 있기는 해서 워싱턴도 기대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난 뭔가 교육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워싱턴이 그렇게 좋은 것 같은데 다른 부분을 한번 느껴봐야겠지.... ㅎㅎㅎ
오늘은 주말 연전의 시작이라 정호에게 인사할 기회는 없을 것 같고, 그냥 경기하는 모습이나 봐야겠다. 물론 내 세컨팀 내츠 팀과 선수들도 두루두루 보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