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cape/마음의 양식

[도서 리뷰] 있을 법한 과거 그리고 미래 - 파라다이스

♥Elen_Mir 2014. 6. 25. 11:41

[2010.12.15 작성]



파라다이스. 1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0-03-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낙서없는 상급 / 반양장본 | 296쪽 | 225*145mm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올해 들어 책과 너무 멀리했었던 것 같다. 공부한답시고, 포토샵, 일러스트 책만 좀 봤던 것 같고, 길지 않은 원고 단편을 출판사 쪽에 넘긴 적이 있어서 그거 나온 책 좀 보고 이게 올해 처음 본 책이었나보다. 벌어놓은 돈 다 쓰면서 너무 놀러다니기만 했던 것이다. 아, 진짜 한심한 내 인생...;;;;;;

이 것도 아마 2달 전에 다 읽은 거 같은데 리뷰는 지금 쓰고 있으니 얼마나 놀러다니는데만 열중했던 것인지 더더욱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정리해봐야겠지... ㅡ,.ㅡ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올해 가지고 나온 신작. 개미 때부터 시작해서 이 분이 작품을 들고 나오는 즉시 거의 모든 것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 같은데 이분의 저서 중에 '뇌' 이후 처음 읽어보는 작품이었다. 주위에서 '신'도 재미있다고 추천을 많이 해주셨었는데 꼭 봐야지 이랬다가 다른 작품들에 치어서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 물론 올해는 맘만 먹었음 읽어봤을텐데 너무 외부로만 돌아서 책을 등한시 했었던 듯...

 

어쨌든 '파라다이스'는 단편 소설 몇 개를 엮어 우리나라에서 2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과거를 소재로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 앞으로 어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 등으로 엮었다.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들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것. 북극 상공의 오존층이 파괴되어 피부암 환자가 늘어나 수만명이 사망하게 되고,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쓰나미(해일)가 일어나 수천만명이 사망하고, 섬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UN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브루스 넴로드 사무총장의 연설 후에 오염방지법(자동차 운전 금지, 흡연 금지,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모터 사용 금지, 공장 가동 금지, 연기를 내뿜는 모든 것 사용금지)이 공표된다. 그러면서 현재로부터 완전히 바뀌게 될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

 

『진리는 손가락에』 - '현자가 달을 가리키는데, 바보는 손가락을 쳐다본다' 라는 속담의 여러 변형.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이야기다.

 

『존중의 문제』- 경호업체의 한 사람이 자신의 사례를 예를 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꽃 섹스』- 인류가 불임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인구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10363년 7월 23일 아드리앵 올스텐에 의해 생식의 방법이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곤충과 꽃에 의해 출산이 가능해졌다. 인간 꽃 섹스를 중심으로 생태순환고리가 재구성되면서 모든 종의 변화를 가져왔고, 새로운 포식자와 새로운 수정의 주체가 나타나게 된다. 과학자들의 연구로 인해 점점 인간의 신체도 변화하게 되었고, 결국 3만 5천년 후 몇몇 인간들은 동-식물이 섞인 잡종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5천만년 후에는 지구 상에 더 이상 움직이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사라진 문명』-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고고학자는 사라진 대문명의 존재를 믿었고, 아주 오래 전 놀랍도록 발달된 문명을 건설한 신비로운 종족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연구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고대에 초거대인이 그 종족이었으며 인간을 '개미'라고 칭하며 관리할 목적으로 독가스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결국 그들의 멸망 원인이 되고 만다.

 

『안개 속의 살인』- 한 기자가 연수시절 때의 기사를 회고하는 이야기. 지방 어느 소도시에서 미셸이라는 남자 아이가 운하에 빠져 죽은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그 아이의 엄마로 두 명의 자식을 경제적인 이유로 모두 키울 수가 없어 한 아이를 희생시킨 것. 이 모든 것을 기사로 실으려고 했지만 또 다른 모방 범죄의 우려 때문에 싣지 못하게 되고, 그 여자 역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언론을 대하는 우리들이 자세에 대해 한번쯤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내일 여자들은』- 마들렌 발렘베르는 생물학자로써 방사능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 가설에 맞춰 계속 연구중이었다. 생쥐로 실험을 하고 있었으나 실험은 계속하여 실패하고, 그 와중에 지구촌 곳곳에서는 테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 실험을 성공하였는데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 생쥐를 만들었다. 포유류가 알에서 태어나게 되면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이 20분의 19가 된다고 하면서... 이 실험의 성공이 미치는 파장과 함께 결국은 마들렌이 항상 꿈꾸면서 들었던 '언젠가는 세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에 사라지리라' 라는 말이 현실로 이뤄지게 된다.

 

『영화의 거장』- 제3차 세계대전 후 세계 각국의 원수들은 다시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종교와 국가를 폐지하고, 역사 교육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기억을 잊어버리고 다시금 회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전의 역사는 모두 지워버리기로 하고, 0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협의되었다. 이제 국가 원수 회의도 현자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었고,  3차 세계대전 이라는 말도 아포칼립스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게 된 것은 영화가 되었고, 데이비드 큐브릭이라는 영화 감독은 영화계의 거장이 되며 이름을 날렸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맞춤 낙원』- 토끼 한 마리가 친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마술 공연을 하기 위해 마술사에게 발탁된 토끼가 그의 관점에서 훈련 과정이 어떠했고,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설명해주는 이야기.   

 

『남을 망치는 참새』- 시빌린이라는 여자를 둥지에서 떨어진 새로 비교하여 쓴 이야기. 시빌린은 매혹적이지만 차갑고 조금은 슬픈 미인이었는데 할머니와 어머니는 평생동안 서로 증오하는 사이이고, 어머니는 귀족 작위를 가진 남자면 사족을 못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한 슬픈 가정 환경 덕택에 그녀가 시인으로서 영감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도 그녀에 대한 보호 본능을 가지게 되었다. 3년 동안 이 여자와 있었던 일들을 쓴 이야기.

 

『농담이 태어나는 곳』- 트리스탕 마냐르는 아주 유명한 코미디언이다. 작가들이 써 준 대본대로 7년 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자신이 하는 농담들이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조차 모르고, 기계적으로만 읊는다는 사실에 질려버리면서 모든 걸 버리고 농담의 기원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어느날 농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찾아냈고, 그 모임 가입을 위해 어떻게 농담을 만들어내고, 그 농담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배우면서 진정한 유머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대지의 이빨』- 어느 담배 회사의 취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마냥개미 취재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채택되면서 서아프리카로 마냥개미 대탐사를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이 커다란 마냥 개미는 식육 개미로서 엄청난 원기둥을 이루어 나아가며 자기 행로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버리곤 한다. 이 위험한 탐사에서 결국 이 글의 주인공은 거의 죽다 살아나면서 취재에 성공한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올리비아 로뱅은 유명한 방송 시나리오 작가이다. 뭔가 창의적이고 치밀한 드라마 극본을 방송국에 보여줬지만 거절을 당하고, 유행에 따라가는 작가가 아닌 유행을 선도하는 작가가 되고싶어 한다. 그러한 열정이 거부당하자 좌절하게 되는데 어떠한 과정으로 이것을 이겨내고, 결국 성공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상표 전쟁』- 미래의 사회에서는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각 기업들의 이름을 단 도시들이 출현하게 된다는 이야기. 지금도 현재 국가보다 잘 나가는 기업 하나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허수아비 전략』- 아파트 공동 소유주 회의에서 다운 증후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상가 쪽에 들어와도 되는지, 그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법, 관리소장의 월급 인상 등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야기.

 

『안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속담은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결국 이를 두고 투덜투덜한 노인도 모순에 빠진다.

 

『아틀란티스의 사랑』- 여기서 등장하는 한 남자는 체면술을 통해 자신의 전생 여행을 한다. 그는 전생에 사라져버린 아틀란티스의 한 의사였고, 이 세상에서만큼은 진실한 사랑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아틀란티스의 생활이나 문화가 어떠했는지까지 알게 되는 이야기.

 

 

사실 띄엄띄엄 읽었던터라 내용이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물론 나도 가끔은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겠지 하며 상상하는 내용이 있기는 한데 그걸 실제로 써 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상상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관련 지식도 많이 보완해서 쓴 것 같았다.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와 『아틀란티스의 사랑』이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는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평소 '인터넷, TV 등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분별하게 따를까'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곤 했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반발 심리가 더 크게 작용되어서 유행에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 나도 따르는 유행이 있기는 하겠지만 최소한 아무 생각없이 휩쓸리지 않으려고 하는 생각은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 조차도 유행을 창조하는 일은 여지껏 해내지 못하고 있다. 유행을 무분별하게 따르지 않는 것은 나의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게 무조건 옳은 일인양 그런 유행을 따라하는 이들을 너무 비난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고, 앞으로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틀란티스의 사랑』에서는 이 세상과는 다른 편안함과 지혜, 진정한 사랑이 느껴졌던 이야기이다. 난 항상 '나에게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고, 도대체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아직도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사랑은 정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게다가 사라져버린 땅 아틀란티스의 생활은 정말 놀라웠다고나 할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 200년 정도는 사는 것 같고, 사람의 기를 가지고 의술을 행하는데 기계없이 사람의 손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그리고 따로 정치인을 두지 않고, 이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것을 현자들이 관리해서 이끌어나가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이 곳에서는 결혼이니 연애니 이런 제도가 없다. 서로에게 속박당하는 경우는 없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함께 살다가 헤어지고, 이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도 그 부모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틀란티스의 대재앙까지 겪고 체면에서 깨는데 정말로 이런 세상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감히 해보기도 했다. 어떠한 것도 나를 속박할 수 없고, 평범한 한 사람이지만 나의 아이디어가 사회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함을 느끼게 될지 이런 것들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자유와 평화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어떠한 스트레스도 없을텐데...... 저자도 잃어버린 아틀란티스란 상상의 세계를 생각하며 지은 이야기겠지만 정말 아틀란티스가 어떤 곳이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다른 형태의 세상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