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프리메이슨과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 - 로스트 심벌
[2009.12.29 작성]
2003~4년 당시 세계적으로 다빈치코드의 열풍은 장난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 열풍에 동참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는 결혼을 했을까 안했을까, 했다면 그의 핏줄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이 점이 종교계의 반발을 일으켰고, 사실 이런 논란이 다빈치코드의 열풍에 한 몫을 한 건 사실일 것이다. 나도 가톨릭신지이긴 하지만 설사 예수님이 결혼을 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것은 아닐진데 종교계에서 왜 그토록 반발했는지 아직까지 이해불가이긴 하다.
아무튼 다빈치 코드와 로스트 심벌은 이야기 구조, 인물 설정 등이 많이 닮아있다. 다빈치 코드에서 루브르 박물관장인 소니에르가 살해되면서 밝혀지는 시온수도회의 정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의 의미, 성배 등의 이야기들이 로버트 랭던, 소피 느뵈의 활약을 통해 전개되는데 로스트 심벌 역시 스미소니언 박물관 지원센터(SMSC) 협회장 피터 솔로몬이 납치되면서 프리메이슨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를 피라미드의 암호, 노에틱사이언스 등의 분야를 통해 로버트 랭던, 캐서린 솔로몬이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이것 뿐만 아니라 다빈치 코드에서 파리경찰 브쥐 파슈 국장의 역할은 로스트 심벌에서 CIA 보안실장 이노우에 사토, 레이 티빙 경은 피터 솔로몬의 절친한 친구이자 33계급의 프리메이슨 단원인 워런 벨라미, 악당 실라는 말라크 등과 닮아 있다.
마치 프로파일링에서의 표식(signature)처럼 작품 히스토리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표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모차르트라는 소설에 이어 프리메이슨 관련해서는 두번째도 보는 작품인데 아직도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의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1717년 중세 유럽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던 석공들의 길드에 기반하여 생겨났으며, 의식을 행함에 있어서 양가죽 앞치마와 허리띠, 하얀 장갑을 끼고 직각자, 컴퍼스를 사용하고, 해골에 포도주를 따라 마시는 집단이다. 어떤 이데올로기가 종교로 간주될 수 있을 전제조건인 확신하고(Assure), 믿고(Believe), 개종하는(Convert) ABC 조건에 들어맞지는 않지만 뚜렷한 신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절대자(이를테면 기독교에서 하느님, 유대교에서 야훼 등)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33등급이 최고의 계급이고, 슈프림 워십풀 마스터(Supreme Worshipful Master)는 최고 간부의 명칭.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뿐만이 아니라 요한 세바스찬 바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벤자민 프랭클린,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즈벨트, 루이 암스트롱, 아서 코난 도일, 윈스턴 처칠, 요제프 하이든, 자코모 카사노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등 유명한 예술가 및 정치인, 지도자 등등 다방면에 중요한 인물들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현재도 영향력있는 인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사진은 미국 건국 시조들이 1793년 9월 18일 11시 15분에서 12시 30분 사이에 삼각대와 도르래를 이용해 국회의사당의 주춧돌을 내리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로스트심벌 1권 52 ~53 p.에서 나오는데 이 시간을 선택한 건 유명한 메이슨 단원이었던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피에르 랑팡으로 행운을 가져다주는 용의 머리(Caput Draconis) 가 처녀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였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워싱턴 D.C. 가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점성술의 표식을 간직한 건축물이 많은 도시이며 황도 12궁과 성도는 물론, 점성술 상으로 정확한 날짜와 시간에 주춧돌을 내렸다고 한다. 연방 삼각지대(Federal Triangle) 를 이루는 세 개의 건물(국회의사당, 백악관, 워싱턴 기념관) 도 그러하다.
1달러짜리 화폐 뒷면에는 피라미드와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데 미국의 화폐를 발행하는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소유가 아니고, 유대계 프리메이슨이 소유한 민간기업이라고 한다. 미국과 전혀 상관없는 피라미드와 호루스의 눈을 달러에 넣었다는 것은 프리메이슨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피라미드의 여섯 개의 꼭짓점을 가진 별을 미국의 국새와 정확히 일치시키면 별의 꼭대기가 메이슨의 '모든 것을 보는 눈' 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나머지 다섯 개의 꼭지점은 M-A-S-O-N이라는 다섯 글자를 가리키게 된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프리메이슨의 비밀과 함께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캐서린 솔로몬이 연구하고 있는 노에틱 사이언스 분야이다. 노에틱 사이언스(noetic science)란 인간의 마음이 갖는 무한한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충격적인 데이터가 들어가면 마술이나 신화에 지나지 않던 것들이 순식간에 현실로 둔갑한다는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스미소니언 지원센터 건물 내의 5번 포드인 큐브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아직도 종교와 과학간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또한 초자연적인 현상(Supernatural)과 과학(Science) 의 갈등도 만만치 않은데 그런 과학과 초자연적인 현상의 교집합을 찾아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글 검색을 좀 해봤는데 실제로 노에틱사이언스연구소(IONS)와 프린스턴공학이상연구소(PEAR)이 존재하고 있다니 댄 브라운이 영 없는 것을 만들어내진 않았나보다.
랭던은 피터를 납치한 말라크의 협박 속에서도 성찰의 방에서 가지고 나온 피라미드와 피터가 맡아달라고 했던 갓돌의 해독을 주저한다. 피터가 밀랍으로 봉인한 상태에서 때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뜯어보지 않고, 3대에 걸쳐 소중하게 보관해온 프리메이슨의 보물이자 부적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했었기 때문이다. 성찰의 방에 있던 작은 피라미드는 메이슨 암호로 되어있었고, 2차, 3차에 걸친 끝에 '여오바 산크투스 우누스(Jeova Sanctus Unus)' 라는 라틴어로 해독되었다. 구약성서에서 신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던 것을 로마 번역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라틴어로 줄인 것이 이것이며 '하나의 참된 신' 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갓돌(정육면체) 의 표면에는 'The secret hides within The Order(비밀은 질서 속에 숨어있다)' 라는 어구가 새겨져 있었다. 사실 이 갓돌이 프리메이슨의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구체적인 지도라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었고, 이런 수수께끼같은 문구가 지도일리 없다고 생각했던 랭던은 또 다른 프리메이슨 단원이자 전 워십풀 마스터였던 갤러웨이 신부의 도움으로 상자 속의 조그마한 동그라미와 피터 반지 고리의 동그마리를 맞대어 누른 후 오른쪽으로 33도 돌리면서 2단계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바로 정육면체의 상자가 프리메이슨의 보편적인 상징인 장미십자가로 변신한 것이다. 여기서 또 다시 아이작 뉴턴이 연금술을 통해 기준삼았던 온도 중 뉴턴 단위로 물의 끓는 온도(33도)에 갓돌을 넣고 끓여내면서 또 다른 실마리를 풀어냈다.
그리하여 'The secret hides within The Order Eight Franklin Square(비밀은 8차 프랭클린 마방진의 질서 속에 숨어 있다)' 라는 문구가 완성되었고, 아랫면의 왁스가 벗겨지면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개발한 여덟칸짜리 마방진에 메이슨 암호가 숨겨져 있었다.
이를 통해 고대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지도가 완성이 되었는데 악한 말라크는 인질인 피터 솔로몬을 데리고 하우스 오브 템플의 꼭대기에 자리한 템플 룸으로 가서 의식을 치르면서 CIA가 말한 국가안보의 위협을 어떤 식으로 이루어내는지 보여주게 되고, 랭던과 캐서린, 사토 실장 등의 활약을 통해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하지만 이 클라이 막스 부분에서의 반전은 상상 외였다. 정말 이 작품의 스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결론적으로 밝혀지는 고대의 비밀은 너무 흔히 들어왔던 것이라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의 해석은 시대, 문화, 역사의 이해에 따라 많이 달라져왔을 것이고, 사실상 로마 시대부터 왜곡된 부분도 없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교황과 왕권의 관계는 상호이해적이거나 상호배타적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많은 가치관들이 축소되고 왜곡되고 과장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이에 대한 연구와 이론, 가설은 분분한 상태이고, 진실이 과연 밝혀질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2년에 지구에 종말이 온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로스트 심벌이라는 작품에서의 2012년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종말이 아닌 지혜의 드러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된 계몽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현재 과학도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믿음과 신념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어찌보면 겉으로 보이는 과학의 발전은 찬란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대인들이 상당수 이미 알아왔던 것을 이제서야 깨달아가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너무 종교에 의지하는 것과 그렇다고 과학에 맹신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 동감되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 '내가 하는 일은 너희도 더 잘할 수 있다' 는 말씀을 하셨고, 부처는 '네가 곧 부처다', 그노시스교의 스승 모노이무스는 '신을 찾는 일을 그만두어라. 그 대신 너희 자신을 출발점으로 삼아라' 라고 이야기하고 있듯이 사람 본연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그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 한명 두명 모이면 그 사람들의 파워는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것이 집단 기도, 치료 모임, 합창, 단체 예배, 가까이는 스포츠 팀에 대한 응원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댄 브라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여러가지 역사적인 지식과 주제 거리를 소설에 맞게 조직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고, 스토리를 자연스러우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가시지 않게 조여주는 힘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이야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고.....
나의 잠재 의식에는 도대체 무엇이 존재할까...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잘할 수 있을까... 어떠한 패러다임을 통해 나만의 전문 분야를 키워나갈 수 있을까... 언제쯤 잠재력을 끌어올려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많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