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여름 휴가의 시작과 끝에 함께한 이야기들...
[2008.09.06 작성]
#1. 휴가철의 시작과 함께한 벗...
독서의 습관화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언젠가부터 또 책을 멀리하기 시작하여 다시 책과 친해지기 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사실 내용이 어떤지는 잘 몰랐고, 제목 자체가 관심을 끌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본 소감은 "나름 재미있네." 였다....^^
또 나를 엄습했던 귀차니즘 때문에 리뷰를 또 한달이 지나고 나서야 올리고 있으니 내용이 잘 기억날 리 있으랴....
하지만 책 제목이 비틀즈의 노래 Golden Slumbers 에서 따왔다는 것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golden 은 "황금의, 최고의, 눈부신" 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slumber 는 "잠, 선잠, 단잠" 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국 극작가 토머스 데커의 시이자 비틀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앨범 "에비 로드" 의 B면 6번째의 곡에 수록되어 있다고 이 책의 출판사 서평에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가 남자에게 이야기하면서 확실히 각인시켜주기도 하지만 굳이 그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1960년대에 미국에서 벌어졌던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과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오스왈드는 이 책의 주인공인 아오야기 마사하루라는 남자, 캐네디 대통령은 이 작품에서 나오는 새로 갓 취임한 일본 총리, 실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부조직도 이 곳에서는 경찰을 표방하는 기타 알수없는 조직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평범한 택배 배달원이었으나 사건 발생 2년 전 한 아이돌 스타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난 뒤 언론에 알려진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외모도 출중한 편이라 스타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렸다고 하는데 그 유명세를 오히려 자신이 부담스러워할 만큼 소박하고 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알 수 없는 조직에게 이런 사람을 총리 암살범이라는 큰 누명을 씌우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었을 것이고, 또한 더더욱 대중들에게는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갈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첫번째 단계가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몬 일이고, 두번째는 발신인이 없는 택배를 계속 발송하다가 나중에는 발신인을 마사하루의 이름으로 보낸 일, 실업자가 된후 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한 여성으로부터 그녀의 취미인 경비행기 조종으로 관심을 돌린 일, 그리고 대학 친구를 매수해 8년만에 그 사건이 있었던 날 연락하게끔 한 일...
결국 그 친구는 아오야기를 배신할 수 없었고, 자신의 경솔함을 깨달으며 아오야기를 도망갈 수 있게끔 해주고, 자신은 같이 앉아 이야기했던 자동차에서 폭발과 함께 죽게 된다.
이 책의 구성도 독특한 편이다. 사건의 발생 - 사건의 시청자 - 사건 전 과거 - 사건 20년 뒤 -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 3일간의 아오야기 행적 - 그리고 사건 석달 뒤.... 이런 식으로 어색함없이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또한 주인공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다양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아오야기 자신의 시각, 그의 옛 애인이었던 히구치 하루코, 아무 관련 없는 시청자 중의 한 사람인 다나카 도오루, 이 사건의 본질을 깨닫게 만들어준 대학친구 모리타, 후배 가즈, 동료 택배기사, 다나카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정체모를 노인, 하루코의 딸 등등....
『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야 』
『 뭐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 사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
어찌보면 새로울 것도 없고, 깊이가 있는 내용도 아닌 전형적인 오락 소설이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할 수 만은 없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을 한달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있다. 여러 영화나 작품에서 빼놓지 않고 전해줬던 메시지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큐리티 포드라는 매개체를 빌려 공공기관의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한 대중들의 안이함과 위험성을 내포해주고 있고, 미디어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도 공공연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었다면 죽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었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도 작가와 독자 모두 만족할만한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이야기와의 차이점이겠지....^^
#2. 휴가철의 마지막과 함께한 벗....
어떠한 글이나 작품을 쓴다는 것에 있어서 정말 제목이 차지하는 부분도 대단히 크다 사료되는 바, 이 책 역시 제목부터 끌렸던 것으로서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때서야 펼쳐보게 되었다. 제목 참 이쁘지 아니한가......^^
학교다닐 때 귀동냥으로 들었던 고전이나 한번쯤은 봤었던 작품들을 장영희 교수의 사례를 연결시켜서 소개해주고 있는 고전 안내서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실제 조선일보의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에 실렸었던 장영희 교수의 북칼럼 모음집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어주고 있는 많은 작품들은 딱딱하기 그지 없었던지라 그냥 넘겨버리곤 했는데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이 분의 내공도 보통은 아니신 듯 하다니까.....ㅋㅋㅋ 게다가 문체가 멋있다거나 이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어린왕자와 여우의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 우동 한 그릇에 얽힌 가족애와 현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제목과 내용의 이중성, 안데르센의 동화에 대한 결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안타까운 가정, 마지막 잎새에서의 희망,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관계 등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상기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고, 제목만 들어봤던 주홍글씨, 변신, 호밀밭의 파수꾼, 전쟁과 평화, 오만과 편견, 돈키호테, 푸른 꽃 등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로버트 브라우닝 등등의 작품도 접할 수 있어서 정말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장영희 교수는 궁극적으로 문학을 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품을 읽고 새기고 기억하는 모든 일련의 단계들이 바로 사랑을 배워가는 단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는 듯 하다...
어쨌든 너무 급하게 읽은 감도 있고, 이제는 뇌세포들도 나이들어 지치고 있는 건지 영 맥을 못 맞추고 있어서 기억나는 게 너무 없는 것이다. ㅡ.ㅡ;;;
몇 번 더 꺼내어 읽어보고 기억하려면 구입하는 것이 정말로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원래 에세이니 수필이니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런 안내서만큼은 꼭 읽고 넘어가주는 것도 센스있는 사회인이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이자벨, 삶이 더 좋은 거야. 왜냐하면 삶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